
이수건설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과거의 명암이 오버랩되고 있다. 회사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브라운스톤 브랜드를 히트시키며 100%에 가까운 분양률을 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결국 워크아웃에 직면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그래도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고 브라운스톤을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는 듯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주택경기 침체로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수건설의 매출은 3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4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0% 급감했다.
이수건설의 전성기가 시작된 것은 20여년 전이었다. 앞선 1976년 동림산업으로 출발해 1996년 이수그룹에 편입되며 현재의 간판을 달았다. 그러다 2002년 브라운스톤으로 선보인 고급 주거 브랜드 전략이 적중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영광은 길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린 주택분양 사업 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해 말 기준으로만 1408억원의 결손금이 쌓였다. 결손금은 기업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이다. 이익잉여금을 축적해 자본을 늘리기는커녕 적자가 자본을 갉아먹는 상황을 맞았다는 얘기다.
회사는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가 2009년 3월부터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투입 등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인력감축, 자산매각 등 자구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2년6개월 만인 2011년 6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수건설은 다시 브라운스톤을 내세우며 부활의 날개를 펴는 듯했다. 2016년에는 매출이 6017억원까지 불었다. 그러나 그때가 정점이었다. 이듬해부터 매출이 역성장해 2018년에는 영업손실 55억원, 순손실 21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떠안았다.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2020년에는 리비아와 시에라리온 등 해외 사업장에서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641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주택시장 침체까지 겹치며 실적회복에 실패했다. 당시 순손실은 1707억원, 부채비율은 1694.8%에 달했다.
이수건설의 실적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3년 동안에만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떠안았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2022년 42억원 △2023년 416억원 △2024년 635억원 등 총 1093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2022년 50억원 △2023년 498억원 △2024년 749억원 등으로 누적 1297억원을 기록했다.
자본력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이수건설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422억원으로 자본금인 827억원을 한참 밑도는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부분자본잠식은 회사에 적자가 쌓여 이익잉여금이 소진되고, 자본금까지 일부 잠식된 상태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게 된다.
대표작인 브라운스톤은 맥이 끊기고 있다. 올해는 브라운스톤의 이름으로 완공될 예정인 아파트도 없는 실정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시장 불황으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수건설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며 "부동산 경기와 별개로 포트폴리오 개선 없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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