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밤, 다들 소파에 늘어져 주말을 흘려보낼 때 조용히 배낭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헤드랜턴 배터리를 확인하고 여벌 양말을 챙기며 벌써부터 표정이 밝아진다.

굳이 힘들게 산을 오를 필요가 없는데도 이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산을 더 찾게 된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운동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1. 미리 준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기 때문
산에 다니다 보면 물은 얼마나 챙길지, 옷은 몇 겹을 입을지 하나하나 계산하는 습관이 붙는다. 날씨가 갑자기 바뀌거나 하산 시간이 늦어지면 곧바로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렇게 몸에 밴 꼼꼼함은 산에서 내려온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짐을 챙길 때 목록을 만들고 만일의 상황까지 미리 대비하는 습관이 일상 곳곳에 스며든다.

2.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기 때문
능선을 혼자 걷는 시간은 외로운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이 된다. 알림도 없고 말 걸어오는 사람도 없는 그 시간 속에서 복잡했던 생각이 저절로 정리된다.
이런 감각을 알게 된 사람은 일상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봐도 어색하지 않은 여유가 산에서부터 시작된다.

3.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게 되기 때문
산을 걷다 보면 바위에 낀 이끼나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정상만 보고 걷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이지만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의미가 된다.
이런 시선은 산에서 내려온 뒤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무심코 지나치던 노을이나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새삼스럽게 알아채는 눈이 생긴다.

산을 오르며 익힌 태도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산이 좋아지는 진짜 이유는 그 안에서 배운 마음가짐이 일상까지 바꿔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