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차기 은행장 '내부' 발탁 무게…김경호 부행장 1순위

김경호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그룹 부행장.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의 임기 종료가 임박하면서 차기 은행장 인선에 이목이 쏠린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군을 압축한다. 내부에서는 김경호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엄지용 자금시장그룹 부행장도 주요 후보로 꼽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10월27일 임기가 끝나는 유 행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8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현재 후보군을 압축하는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유 행장 임기와 후임 선임 절차를 고려하면 다음달 중 차기 행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고위관계자는 “아직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특정 후보가 확정됐다고 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김경호 부행장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차기 은행장 윤곽…외부 수혈은 희박

씨티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은행장 내부 상시 후보군은 5명이다. 현재 부행장에는 김경호 기업금융그룹장, 엄지용 자금시장그룹장, 이주현 소비자금융·업무운영그룹장, 이관영 인사본부장, 김경미 리스크관리본부장이 있다. 상시 후보군이 곧 최종 후보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추위 심사 과정에서 후보군이 재편될 수 있고 외부 인사나 씨티그룹 글로벌 인사가 추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내부에서는 김경호·엄지용 부행장을 상대적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각각 기업금융과 자금시장이라는 핵심 비즈니스 부문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 이후 한국씨티은행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점도 차기 행장 인선에서 주요 변수로 꼽힌다.

김 부행장의 강점은 장기간 축적한 기업금융 경험과 고객 기반이다. 2001년 한국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대기업금융부장과 금융기업영업본부장 등을 거쳤고 2021년부터 기업금융그룹장을 맡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회사, 공기업, 다국적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사업을 총괄해왔다.

씨티은행 내부 소식통은 또 “김 부행장은 씨티에서 오랫동안 기업금융 핵심 비즈니스를 이끌어온 점이 강점”이라며 “김경호·엄지용 부행장이 각각 수익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금융 김경호 vs 자금시장 엄지용

엄 부행장은 자금시장 분야의 전문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외환과 파생상품 등 자금시장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고 현재 자금시장그룹을 맡고 있다.

올해 한국씨티은행의 실적 개선에는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등 비이자수익 확대가 크게 기여했다. 2분기 비이자수익은 2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1623억원보다 59% 증가했다. 은행은 자본시장 호조에 따른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 증가 등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1287억원에서 1111억원으로 14%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도 2.34%에서 1.81%로 0.53%p 하락했다. 2분기에는 이자수익 감소를 비이자수익 증가가 상쇄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셈이다.

김 부행장은 기업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와 기업금융 경험, 엄 부행장은 외환·파생상품을 비롯한 자금시장 전문성이 각각 강점으로 꼽힌다. 차기 행장에 누가 오르느냐에 따라 소비자금융 철수 이후 구축한 사업모델의 성장 방향도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 실적 이어갈 새 수장

차기 행장 인선은 유 행장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남기고 물러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씨티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3196억원으로 75% 늘어 반기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2분기 총수익은 3682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유 행장은 2020년10월 씨티은행장에 취임한 뒤 2023년 한 차례 연임했다. 지난달 추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오는 10월27일 임기 종료와 함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행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30억3900만원이다. 급여 2억8000만원과 상여 13억2300만원, 주식기준보상 14억33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상반기 보수가 공개된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명순 행장 체제에서 소비자금융 철수와 사업 재편을 거쳐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수익모델을 재편해온 만큼 차기 행장에게는 이를 안정적인 성장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질 것”이라며 “오는 28일 후보군이 추가로 압축될 경우 ‘포스트 유명순’ 구도도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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