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가 넘으면 몸이 아픈 날이 늘어납니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가 뻐근하며, 밤에는 이유 없이 잠이 깨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여성은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따로 있다고 말합니다. 아픈 곳은 병원에 가서 설명할 수 있고, 약을 먹거나 며칠 쉬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천천히 커지는 어떤 괴로움은 어디가 아픈지조차 말하기 어렵습니다.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으며 손주도 있는데, 정작 힘든 날 마음을 내려놓을 사람은 없다는 느낌입니다. 70대 이후 여성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괴로움 1위는 몸의 통증이 아니라 가족 곁에 있으면서도 혼자 버티는 외로움입니다.

이 외로움은 혼자 사는 사람에게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집에 여러 사람이 있어도 생깁니다. 남편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고, 자녀는 바쁘다는 말로 통화를 서둘러 끝냅니다. 손주는 반갑지만 잠깐 머물다 돌아갑니다. 여성은 여전히 밥을 차리고 반찬을 챙기며 가족의 안부를 먼저 묻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병원에 다녀와도 “별일 없대?”라는 말 한마디로 끝나고, 마음이 답답하다고 하면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큰 잘못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조금씩 무심했고, 그 무심함이 오랫동안 쌓였을 뿐입니다.

가장 서러운 순간은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가 아닙니다. 평범한 저녁에 식탁 맞은편 사람이 내 얼굴보다 휴대전화를 오래 바라볼 때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소파에 누워 있는데도 아무도 물 한 잔을 건네지 않을 때입니다. 하루 종일 아무와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 때입니다. 그럴 때 어떤 여성은 속으로 생각합니다. “차라리 아프면 누가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지 않을까.” 아픔을 바란다는 뜻은 아닙니다. 멀쩡한 날에는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서글픔이 그만큼 크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약만 챙긴다고 살아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내 말을 들어 주는 사람, 내 표정을 알아보는 사람, 내가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이런 외로움을 오랫동안 참기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젊을 때부터 가족을 먼저 챙긴 여성일수록 자신의 필요를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힘들어도 참았고, 서운해도 분위기를 깨기 싫어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은 그 사람이 늘 괜찮은 줄 압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면 실망은 더 커집니다. 결국 연락이 없는 자녀를 원망하고, 무심한 남편에게 마음을 닫으며, 자신도 모르게 세상과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좋아하던 일도 귀찮아집니다. 잠과 식욕이 흐트러지고,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가족이 먼저 달라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서운함을 길게 쌓아 두기보다 필요한 것을 작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녀에게 “왜 연락이 없니”라고 따지기보다 “이번 주에 10분만 통화하면 좋겠다”고 말해 보십시오. 남편에게도 “당신은 늘 무심하다”고 몰아세우기보다 “오늘은 내 이야기 좀 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편이 낫습니다. 동시에 가족 밖의 생활도 만들어야 합니다. 산책 모임과 문화센터, 종교 모임이나 봉사활동처럼 정해진 날에 나갈 곳이 하나만 있어도 하루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누군가 나를 찾아 주기만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약속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70대 이후 여성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괴로움은 결국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늘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음이 아픈데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한 사람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좋아하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며, 내 마음을 짧게라도 솔직하게 말해 보십시오. 가족을 사랑하는 것과 나를 돌보는 일은 서로 반대가 아닙니다. 지금 되찾은 작은 관계와 하루 한 시간이 10년 뒤에도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만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편안한 노년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