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닛산이 무려 약 6조 4,000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세 번째 최대 적자를 냈다. 27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던 닛산의 밤은 다시 어두워져 간다. 그 사이 회사 내부에는 구조 조정과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닛산은 2024년 판매량 330만 대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으며, 순손실은 6,708억 엔(약 6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자본선은 단단하지만, 이 한 해만 더 적자를 기록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파산 선고?
이 정도면 1999년 르노에 구원받기 직전, 사실상 파산 상태였던 시기와 비슷하다. 1999년 당시 약 2조 엔(20조 원 규모)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르노가 구조조정과 인수에 나섰다.
2025년 4월, 우치다 마코토 전 사장이 혼다 합병 결렬, 실적 부진 책임으로 해임되었다. 일본 기업 특유의 ‘라인 교체’ 문화에 따라 주요 경영진도 함께 물러났다.

신임 CEO로 내정된 이반 에스피노자 씨(멕시코 출신)는 직전부터 닛산 내부에서 커온 ‘닛산맨’이다. 에스피노자 체제는 ‘리니산’이라 명명된 회생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 ‘리니산’ 전략
- 공장 구조 개편 : 17개 글로벌 공장에서 7곳 폐쇄, 2027년까지 10개로 축소. 단, 중국 공장은 유지
- 인력 감축 : 전 직원의 15%, 약 2만 명 규모
- 본사 매각 : 도쿄 긴자 및 요코하마 소재 본사 건물을 9,600억 원에 매각하고 임대 체제로 전환
이 계획은 구조 개편 비용만 약 5,700억 원에 달한다. 희망퇴직, 기타 보상비와 폐쇄 비용 등을 고려하면 본사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구조조정 ‘지연’의 역사
르노와 카를로스 곤이 추진한 1999년의 ‘리바이벌 플랜’은 단기적 성과를 안겼지만, 품질 저하와 R&D(연구개발) 비용 삭감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당장 2010년 닛산 전기차 ‘리프’ 출시 등 혁신 시도는 있었으나, 이후 R&D 투자는 매출 대비 4%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토요타와 비교해 1%p 낮은 수치다. 그 사이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경쟁이 격화되자 닛산은 뒤처졌다.
노조 주도권 경쟁, 경영진 간 갈등, 르노·닛산·프랑스 정부의 이해관계 얽힘 등은 닛산 내부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카를로스 곤 체제가 무너진 후에도 후속 경영진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축출당하며 조직 안정성은 크게 흔들렸다.
최근에는 애플카 생산을 위해 폭스콘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외부 변수도 등장했지만, 내부에선 ‘대만 기업에 팔기보다 혼다·폭스콘 중 누굴 선택할지’ 논쟁에 빠졌다.
닛산이 세 번째 구조대수술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과거처럼 R&D 축소로 인해 외부 압박과 내부 불협화음이 재연된다면 경영 정상화는 요원하다. 혼다와의 합병, 폭스콘 인수 타진 등 대안도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는 구조조정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자금난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퀀텀점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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