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만큼 빠진 ASML은 반도체 경기 바로미터... 과거 하강기 보면 바닥 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PER 전망치도 낮아
“이달 말 美 빅테크 설비투자 축소 여부가 관건"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2025년 매출 전망을 낮추면서 반도체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반도체 경기를 엿볼 수 있는 회사인 ASML은 올해 주가 하락 폭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글로벌 반도체 기업치고는 엄청나게 부진했단 얘기다.
ASML 주가도 조정을 겪어 왔지만, 과거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들어섰을 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은 현재보다 더 떨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ASML과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던 만큼 약세 구간이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16일 오전 11시 10분 유가증권시장에서 5만9800원에 거래됐다. 주가가 전날보다 1.97%(1200원) 내렸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각 주가가 2.18%(4200원) 하락한 18만8700원을 나타냈다. 반도체 장비 기업 한미반도체와 HPSP 등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도 반도체주가 부진한 상태다. 특히 반도체 장비 사업을 하는 도쿄일렉트론, 레이저텍, 디스코 등은 전날보다 10% 안팎의 낮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 중이다.
밤사이 전 세계 반도체 업종 주가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28%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ASML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가이던스(Guidance·전망치)를 제시한 탓이 컸다. ASML도 15일(현지시각) 주가가 15.64% 빠지면서 1998년 상장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ASML은 올해 3분기 신규 순예약이 26억3300만유로(약 3조9000억원)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53억9000만유로)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설비 투자(CAPEX) 속도를 조절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 ASML은 또 2025년 매출 전망치도 300억~350억유로(약 44조600억~52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ASML 실적 발표 후 맥쿼리증권은 “인텔, 삼성전자, 일본 라피더스 등의 팹(반도체 생산공장) 투자 지연으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노광) 장비 예약이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보인다“며 ”TSMC나 다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업체 수요로 더는 (수요 부족을) 상쇄하지 못하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EUV 노광장비뿐만 아니라 나머지 ASML 장비의 순예약도 감소한 점에 주목했다. JP모건은 “미국 반도체 장비가 2025년 두 자릿수 퍼센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상황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ASML 주가가 급락했음에도 여전히 과거 반도체 산업 하강기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ASML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27.25배 수준이다. ASML 주가가 최근 3개월 동안 32.5% 하락하면서 40배가 넘던 PER이 조정을 겪었다. 다만 반도체 하강 국면에 해당하는 2018년 12월과 2022년 9월 선행 PER이 각각 17.4배, 21.65배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ASML의 2025년 선행 PER이 평균 23배인 점을 토대로 단순히 계산하면 주가가 15%가량 더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ASML 주가와 유사한 흐름을 보여왔다는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투자전문 플랫폼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시장은 삼성전자의 선행 PER이 현재 11.95배에서 2025년 8.85배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선행 PER 역시 8.24배에서 5.05배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ASML이 올해 들어 실적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됐던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ASML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후 8%, 2분기 실적 발표 후 12.7% 하락한 바 있다.
관건은 AI 열풍에 불을 붙인 미국 빅테크가 투자를 이어갈 지가 될 전망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ASML 실적만으로 기술주 랠리가 진짜 끝나가느냐 확신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 랠리를 만들어낸 소프트웨어 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빅테크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이달 말에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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