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오승환이 못해서 2군행이라니… 삼성 결국 칼 뽑았다, PS 출전도 장담 못 한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BO리그 포지션별 역대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는 항상 논쟁거리지만, 적어도 마무리 보직에서는 이견이 없다. KBO리그에서만 통산 427세이브를 기록함은 물론 일본과 미국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자존심을 살린 오승환(42·삼성)이 그 주인공이다. 한때 오승환의 등판 자체만으로도 경기 종료를 의미할 정도로 이 클로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삼성의 뒷문을 지켰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뛰다 돌아온 직후에도 나름 건재했다. 2020년 45경기에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64, 2021년은 64경기에서 44세이브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구위는 물론 전성기만 못했지만 여전히 상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공과 풍부한 경험, 단단한 멘탈로 무장했다. 오승환은 2022년에도 31세이브, 2023년에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의 뒷문을 지켰다. 매년 평균자책점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만한 마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데뷔 이후 최대의 시련이다. 만 42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기량이 떨어지는건 어쩔 수 없지만, 하락폭이 너무 가파르다. 구속이 크게 떨어진 건 아닌데 공이 몰리거나 상대 타자들이 잘 대처하는 모습이 많아졌다. 이제 아무도 오승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사라진 건 큰 괴로움이다.
오승환은 시즌 58경기에서 55이닝을 던지며 3승9패2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중이다. 4점대 평균자책점은 오승환에게 굉장히 낯선 일이다. 팀의 마무리로 시작했으나 7월 이후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7월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15, 8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50를 기록했다.
급기야 삼성은 오승환을 마무리 자리에서 내리고 다른 상황에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9패와 8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의 구위가 더 이상 급박한 마무리 상황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8월 중순 점검 차원에서 2군에 간 적은 있지만 못해도 2군에 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승환은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삼성은 선발 원태인의 호투와 경기 초·중반 터진 박병호 구자욱의 홈런포를 앞세워 8회까지 9-2로 여유 있게 앞섰다. 여기서 삼성은 오승환을 9회 투입했다. 점수차가 넉넉했기에 오승환의 구위를 실험하고 분위기를 환기하기에는 딱 적당한 상황처럼 보였다. 그런데 오승환이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강판됐다. 무려 6실점을 했다.
물론 중간에 실책이 끼어 있어 6실점 모두 비자책이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데 4개의 안타를 맞았고 1개의 볼넷을 내줬다. 오승환은 9회 장재영을 삼진으로, 원성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경기를 무난하게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2사 후 김태진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이주형의 1루 땅볼 때 1루수 디아즈의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2루에 몰렸다.
점수를 1점 정도 줄 수는 있어도 2사 후였고, 점수차가 넉넉해 오승환도 부담을 가지거나 실책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예전답지 않게 너무 흔들렸다.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로 이어진 상황에서 김혜성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고, 최주환에게 2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다시 1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김건희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면서 9-8, 1점차까지 쫓겼다. 삼성은 오승환을 내리고 김재윤을 올려 부랴부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기며 삼성은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지만, 오승환의 9회 투구는 찜찜함이 남았다. 실책이 있었다고 해도 최소 실점으로 막아줬어야 했는데 이후 와르륵 무너진 건 분명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삼성은 결단을 내렸다. 2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오승환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오승환의 2024년 정규시즌도 그렇게 끝났다.
그간 계속 부진해도 오승환의 반등을 기다리거나 혹은 보직을 바꾸는 선에서 오승환을 끝까지 믿고 기다린 삼성 코칭스태프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용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런 느낌을 애써 부인하지는 않았다. 박 감독은 23일 광주 KIA전에 앞서 “마지막 게임에 실책이 끼기는 끼어도 우리가 판단했을 때 구위가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엔트리 변화를 줬다. 지금 구위로는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점이 문제가 아니라, 실점 과정에서의 구위를 판단했을 때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솔직한 어조로 그 다음 설명을 이어 나갔다. 박 감독은 오승환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좋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구위만 봤을 때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기간이 조금 남았기 때문에 그동안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구위로는 쉽지 않다. 1이닝이 버겁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오승환의 부진 원인에 대해 “정타 비율이 많아졌다. 구속은 변화가 크게 없다. 타자들이 느끼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종속이 좋냐 안 좋냐인데, 오승환이 그간 종속이 좋아 타자를 압도했는데 종속이 떨어지다 보니 정타 비율이 높아졌다. 타자들이 자신 있게 돌린다”면서 오승환의 구위가 떨어지면서 타자들이 더 집요하게 달려들고, 이에 오승환이 더 고전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단 정규시즌은 마무리한 오승환이고, 이제 관심은 플레이오프에 복귀할 수 있느냐다. 삼성은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직행했고, 지금부터 플레이오프 시작 시점까지 다소간 여유가 있다. 박 감독은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휴식기 동안 연습경기도 치를 만큼 그때 오승환의 구위를 한 번은 더 지켜볼 뜻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어제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했고 나도 그렇고 조금 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승환도 어느 정도 납득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포스트시즌 들어가기 전에 연습게임도 하고, 그런 부분을 관찰해야 한다. 타자들에게 확인할 부분이 있다. 타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느낌이 있다. 그런 부분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고 예고했다.
오승환이 부진하다고 해도 오승환 없는 삼성의 포스트시즌은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구속이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닌 만큼 그 외의 구위적 측면에서 오승환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삼성도 오승환을 내리면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올해 필승조로 좋은 활약을 했던 최지광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 불펜이 헐거워졌다. 박 감독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불펜 쪽에 가장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구자욱 김지찬 이재현 강민호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빼고 라인업을 짰다. 불펜 투수들도 적당히 휴식을 줄 예정이다. 이미 2위를 확정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나 부상 방지 측면에서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박 감독은 “불펜 투수들 나이가 있어서 관리를 해야 하고, 야수들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너무 안 뛰면 게임 감각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구자욱 김지찬 이재현은 올 시즌 많은 게임에 나갔고 몸 상태들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오늘, 내일까지는 조절을 시켜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던 황동재는 경기 전 몸을 풀다 어깨에 통증이 있어 이승민으로 급히 교체됐다. 우완 황동재가 좌완 이승민으로 바뀐 것이지만, 박진만 감독이 이범호 감독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이범호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임에 따라 별다른 마찰없이 투수 교체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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