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민 당국의 현대차 공장 대규모 단속이 조지아주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현대차 사태로 조지아주 성장 둔화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억 달러 투자했는데…” 조지아주 배신감 폭발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기습 단속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체포한 사건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현대차그룹과 55억 달러 규모의 제조 계약을 체결하며 “주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고 자축했던 것이 무색해졌다. 조지아주는 현대차에 2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까지 제공했던 상황이다.

풀러 지역 급성장에서 급제동으로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풀러(Pooler) 교외 지역은 그동안 현대차 투자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인구가 22% 급증해 약 3만1000명에 달했으며, 이 중 절반이 한국인이었다.
한국 식당도 기존 1곳에서 6곳으로 늘어났고, 한국인을 위한 주택 건설 붐도 일어났었다. 불모지였던 사바나 지역에 경제적 활력이 불어넣어지며 지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단속 여파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큰 배신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합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단속 대상이 되면서 과도한 단속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압박에 현대차 진퇴양난
현대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25% 자동차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왔다. 앨라배마 공장(37만 대)과 조지아 공장(35만 대)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이민 단속으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조지아주 경제개발부장인 팻 윌슨은 최근 “조지아에서 약 100개의 한국 소유 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 기준 1만7000명 이상을 고용하며 175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조지아 경제 전략의 핵심 기둥”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한 교민은 “우리는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업을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지지는커녕 밀려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미국 시민권자이자 지역 목회자인 김호성(51)씨는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며 “미국에 동화하려는 한국 이민자들의 노력과 자부심에 큰 상처를 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이민 단속을 넘어 한미 경제협력과 지역경제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W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