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수입 SUV 시장을 휩쓸었던 대우 윈스톰의 글로벌 네임 ‘캡티바’가 전기차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순수 중국 기술로 무장했다.

2000년대 중반 대우 윈스톰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캡티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가격과 준수한 성능으로 수입 SUV 입문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는 캡티바라는 본래 이름으로 팔렸다.

하지만 원래 모델이 단종된 후 GM은 중국 바오준 530 기반의 새 캡티바를 내놨고, 이번에는 아예 중국 우링의 전기차를 가져와 쉐보레 배지를 달았다. 한국에서 사랑받았던 그 윈스톰과는 이제 DNA조차 완전히 다른 셈이다.

새 캡티바 EV는 중국에서 판매 중인 우링 싱광S(Xing Guang S)와 사실상 동일한 차다. 최근 GM 브라질 법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앞모습만 살짝 손봤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다.

앞에는 가느다란 LED 조명을 넣고 실제 헤드램프는 아래쪽에 배치했다. 전기차인데도 커다란 검은 그릴을 유지한 건 요즘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뒤쪽은 아예 우링차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똑같다.

GM이 이 차를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에만 파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산 플랫폼을 쓰는 만큼 미국 시장은 아예 포기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산 부품을 쓴 차를 미국에서 팔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신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신흥국 시장에서는 제법 먹힐 만하다. 작은 크기에 합리적인 가격이면 이들 지역에서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 모델인 우링 싱광S를 기준으로 보면 1회 충전으로 510km를 달리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7초 만에 가속한다. 배터리는 30%에서 80%까지 20분이면 충전된다. 전기차로서는 나쁘지 않은 스펙이다.

하지만 한때 글로벌 브랜드였던 쉐보레가 이제 중국 메이커의 차에 로고만 바꿔 다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점은 씁쓸하다. GM의 글로벌 전략이 얼마나 중국 의존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재 브라질에서 최종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캡티바 EV의 가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을 받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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