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이 막자 한국을 찾아온 튀르키예
튀르키예 차세대 주력 전차 알타이(Altay)의 핵심 부품 공급자가 한국이다. 이 구도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독일이 있다. 튀르키예는 알타이 전차 개발 초기부터 독일 MTU의 엔진과 렌크(Renk)의 변속기를 조합한 유로파워팩을 장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튀르키예군의 시리아 내전 참전을 문제 삼은 독일 정부가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발동하면서 계획 전체가 뒤집혔다.
튀르키예는 이후 자체 개발, 우크라이나와의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년간 '전설의 전차'로만 머물 위기에 처한 알타이 프로젝트가 다시 살아난 건 한국 파워팩 덕분이었다. 현재 알타이 T1에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DV27K 엔진과 SNT중공업의 EST15K 변속기가 조합된 한국산 파워팩이 100% 탑재된다. 자유진영에서 1,500마력급 전차용 파워팩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뿐인 상황이 됐다.

겉은 튀르키예 전차, 속은 70% 한국 기술
알타이 전차가 처음부터 한국과 깊이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07년 시작된 알타이 개발 사업에서 현대로템 엔지니어들이 현지로 직접 파견돼 설계 지원과 기술 이전을 담당했으며, 2016년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한국 기술이 뼈대를 구성했다. 파워팩이 100% 한국산인 데다, 주무장인 120mm 활강포는 한국 CN08 주포의 튀르키예 면허 생산형이고, 복합장갑 제조기술까지 한국에서 이전됐다.
방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워팩을 포함한 알타이 전차의 핵심 부품·기술 중 한국산 비중은 70%를 넘는다. 겉으로는 튀르키예 국산 전차지만 실상은 한국 기술 없이 한 발자국도 굴러가지 못하는 구조다. 현대로템은 튀르키예 방산업체 BMC와 알타이 양산 부품 공급 계약을 1,741억원 규모로 체결했으며, 납기는 2027년 12월까지다.

자체 엔진 개발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튀르키예는 애초에 "T2 버전부터는 자체 개발한 BATU 파워팩을 탑재해 국산화율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2024년 전차 탑재 승인을 목표로 했지만, BATU 엔진은 현재까지도 운용 배치의 핵심 관문인 10,000시간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튀르키예 야당 의원들과 방산 전문가들조차 BATU 엔진 완성도에 회의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부터 T2 양산에 들어가야 하지만, BATU 개발이 더 지연될 경우 한국산 파워팩 의존도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방산 전문가들은 "튀르키예는 최소 10년 이상 한국산 파워팩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산화"를 외치며 시작한 알타이 프로젝트가, 한국산 파워팩 없이는 양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 갇힌 것이다.

한국이 오히려 수출형에서 먼저 기술을 검증받았다
이번 알타이 파워팩 사업이 한국 방산에 남긴 또 하나의 역설이 있다. SNT중공업의 EST15K 변속기는 튀르키예 현지에서 알타이 전차에 탑재된 채 8개월간 혹독한 내구도 주행 시험을 통과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하루 200km씩 야지 주행을 반복하는 극한 시험이었다. 이 해외 실전 검증을 토대로 이제 국내 K2 전차 4차 양산분에도 완전 국산 파워팩이 적용될 예정이다.
즉, 수출용에서 먼저 검증받은 뒤 국내용으로 역수입되는 역설적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K2PL 전차에도 완전 국산화 파워팩 탑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이 과거 독일 부품에 의존하며 기술 종속을 경험했던 자리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공급자로 완전히 전환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