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Writer. 리스
지난 4월 29일 크래비티가 8번째 미니앨범인 <ReDeFINE>으로 컴백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정규 앨범 <Dare to Crave : Epilogue> 이후 약 6개월 만의 신보다. 필자에게 크래비티는 청량한 모습과 강렬한 퍼포먼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팀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크래비티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크게 회자하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로드 투 킹덤 : ACE OF ACE>에서 최종 우승한 후에도 말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크래비티라는 이름을 굉장히 오랜만에 마주했다고 느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뮤직비디오의 티저가 큰 반응을 얻게 된 것이다. 티저 영상 속에서 신부님으로 등장한 크래비티 멤버들은 짧은 영상만으로도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실제로 여러 팬덤 사이에서 이 콘셉트를 부러워하는 반응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필자에게도 이번 앨범의 티저가 큰 반응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기쁜 소식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기본적인 콘셉트부터 알아보자. 앨범명인 <ReDeFINE>은 끊임없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재정의'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점을 기억하며 뮤직비디오를 보면 더욱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는 시작 전 "본 영상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및 사건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일부 설정은 종교적 자문을 거쳐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정말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멘트가 아닌가? 짧은 안내 문구만으로도 이번 앨범의 분위기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뱀이다. 이 뱀은 '우로보로스'를 의미하며, 특이하게도 자기 꼬리를 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로보로스는 순환을 상징하는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결국 다시 시작으로 이어짐을 암시한다. 이에 더해 원 형태의 사물들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이러한 상징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멤버들은 신학생으로 등장한다. 이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를 의미하며, 불완전한 청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두려움에서 도망가기 위해 계속 달리며, 무언가와 싸우려는 듯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는 함께 등장하는 멤버들의 행복한 일상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결국 비극이다. 또한 이러한 비극은 우로보로스가 상징하는 것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순환하며 반복된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닌 순환 속에서 계속 다시 정의해 나가는 상태(redefine)를 멤버들은 겪고 있으며, 이에도 불구하고 비극은 반복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우로보로스가 의미하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비극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ReDeFINE> 속 멤버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비극이라는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서로를 선택하며 함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콘셉트는 컴백 프로모션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래의 사이트에서 이어지는 문제를 모두 풀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같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부분들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끝이 다시 문제의 처음으로 이어지며 우로보로스가 상징하는 순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팬들로 하여금 단순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변화하는 재정의(redefine) 과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게 한다.

현재 크래비티는 짧은 2주간의 활동을 마친 상태이다. 크래비티의 이번 앨범 리뷰를 마무리하며 그들의 재계약 소식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크래비티는 우선 이번 활동을 잘 마치고 난 뒤 다같이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떻게 보면 팬들에겐 명확한 답이 되지 못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그들의 마음은 무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한 앞으로 크래비티로서 무대를 이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느껴진다.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두려움의 존재도 결국은 재계약과 완전히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 각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요소들을 담았다고 밝혔는데, 이들이 언급한 다가오는 현실, 일상생활의 변화, 멤버들이 함께하는 청춘이라는 키워드는 결국 '크래비티'를 제외하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속 우로보로스가 보여주는 것처럼 두려움은 계속 찾아올지도 모른다. 결국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크래비티가 말하고 있는 중요한 것은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함께 재정의하며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재계약이라는 불안정한 미래를 앞두고, 이러한 노력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려는 의지가 이번 앨범 <ReDeFINE>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 개인적인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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