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정리하는 기술! 한 줄 요약의 마법

작성자의 설명을 들어야 이해되는 복잡한 보고서라니요

직장의 글쓰기는 정보를 전달하는 현황 보고서가 많습니다. 양과 빈도수 측면에서요. ‘1/4분기 실적 자료’, ‘임직원 AI 교육 프로그램 이수 현황’, ‘신상품 소비자 평가 결과’ 등 주제와 분량은 다양합니다. 사실 여기에는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양식을 받아서 차분하게 채워나가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점은 (1) 첫 줄만 읽어도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그리고 (2)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작성자가 말로 설명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는 너무 복잡하거나 잘못 썼다는 의미예요.

다음은 [재화 시장별 소비자 시장성과지수 결과]를 설명한 표입니다.

부서원이 이런 보고서를 가져왔다고 해봅시다. 매우 성의 있게, 정성스럽게 만든 표라는 건 알겠는데, 무슨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모두 힘을 합해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 보자.... 응? ©픽사베이

재화는 별도 항목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그래프에 같이 나온 TV, 운동화 같은 물품들 역시 모두 재화라고 부르지 않나요? 오른쪽에 전체 시장 대비, 재화 시장 대비, 평균 평점이라는 세 가지 기준이 있는데 각기 다른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하는 건지요? 어디까지가 좋고, 어디서부터 나쁜 건가요? 아니면, 모든 항목이 양호한 건가요?

작성자가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그리고 매우 집중해서 듣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저는 이 보고서를 비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해당 보고서는 500페이지 수준의 전문 연구용역이고, 일반 독자용이 아니라 업계의 데이터 및 추이 정보를 축적하기 위한 것입니다).


요약은 글 전체의 이정표입니다

제가 우리의 고객님(주로 상사)은 늘 피곤하고 산만한 상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내심은 기름종이 수준으로 얄팍합니다. 회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도 아닌 고작 현황 보고자료에 이해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할 리가 없죠.

그러니 한눈에 궁금한 걸알아볼 수 있도록 써줍시다.

많은 분이 의외로 안 하시는데 제목 밑에 요약 칸을 만들면 정말 좋습니다.

‘1/4분기 매출 현황’ 보고서가 100페이지가 된다고 해도 결국 궁금해하는 내용은 몇 줄이면 충분합니다.
‘지난 분기 대비, 작년 동기 대비 □□ 상승(하락). 세부적으로 A 영역 ○○, B 영역은 △△, C 영역은 ○○ 상승(하락)’이 정도면 보고서를 요청한 궁금증은 일차적으로 해결됩니다.

세부 항목을 쓸 때도 제목만 덜랑 쓰고, ‘궁금하면 밑에 세부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시지’ 하는 식으로쓰지 마시고 세부 항목 옆에도 요약을 적어주시면 좋습니다. 전체 요약 박스와 각 소제목만 읽어도 보고서 전체 내용이 파악되게 만들면 특별한 설명이 없이도 명쾌하게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한 줄 요약은 말로 하는 보고에서도 효과적입니다

전체 요약 박스와 덩어리별 요약을 넣는 방식은 상사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직장인이 보고서를 들고 이런 식으로 얘기하거든요.

“신 팀장, 무슨 일이죠?”

“네, 본부장님. 요청하신 1/4분기 매출 현황 가져왔습니다.”

“(읽으면서 눈에 안 들어오자, 또는 곧 나가야 해서 짐을 챙기면서) 매출 실적이 어떻던가요?”

“네, 먼저 1페이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매출 현황을 조사한 대상은 총 3,200개 점포이고, 조사 방식은 저희 부서에서 여러 전문가에게 의뢰한 조사표를 응답하는 방식으로….”

“지금 시간이 없으니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읽어볼게요. 그래서 1/4분기 매출이 어떻다고요?”

“아……. 3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어디?”

“3페이지요. 여기요. 세 번째 단락입니다.”

"……"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순간 이미 실패입니다.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가라는 거야, 멈추라는 거야? ©픽사베이

[전체 요약+소제목 별 요약 한 줄]로 보고서를 쓴다면 보고할 때도 요약만 읽으면 충분합니다.

“신 팀장. 무슨 일이죠?”

“네, 본부장님,
(제목) 1/4분기 매출 현황 보고서 가져왔습니다.
(전체 요약) 1/4분기 전체 매출은 ○○억 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7% 올랐습니다. 작년 동기 대비도 21% 증가한 수치입니다.
(첫 번째 소제목 요약) 지역별로는 서울 및 수도권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32% 올랐습니다.
(두 번째 소제목 요약) 연령대로는 주요 고객층인 30대와 40대의 구매 비율이 70%에 달했습니다.
(세 번째 소제목 요약) 성별은 여전히 여성 고객이 82%로 다수를 차지하지만, 남자 고객 증가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보고서의 요약 부분을 손으로 짚어주면서 얘기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가며 30초 안에 짧게 보고할 때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전체 요약 + 소제목별 요약 한 줄’을 제대로 한 보고서라면 따로 말로 보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쓱, 보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를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작성자의 설명을 들어야만 비로소 이해되는 보고서는 너무 복잡하게 썼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한 줄 요약은 친절한 이정표입니다.

전체 요약 박스와 소제목별 요약 한 줄은 아무리 심오한 보고서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단순하게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