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는 쉽고, 해명은 어렵다 [현장메모]
11일 김완기 서울 마포경찰서장이 자신에 대한 ‘내란 동조’ 의혹을 제기한 김규현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비상계엄 당일, 당시 8기동단장으로 국회에 있던 김 서장이 “내란에 동조하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서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고소 소식이 전해진 뒤, 한 경정급 경찰관이 “우린 이제 내란 프레임에 학을 뗐다”고 말했다. ‘학을 떼다’에서 학은 학질 학(瘧) 자를 쓴다. 학질(말라리아)은 호되게 앓아야 겨우 낫는 병이다. ‘아주 진절머리 난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유다.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는 빠르게 확산됐다. 김 서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마포서 홈페이지엔 “김 서장이 내란 동조범이 맞냐”는 글이 올라왔다. 법적 절차로 진실이 밝혀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명은 의혹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독일은 전후 과거사 청산에 수십년을 썼다. 핵심 가해자와 주변부 협력자를 구분하는 일은 섬세했고,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성급하게 내린 낙인은 또 다른 불의를 낳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날 정부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각각 설치되며, 계엄 사태에 가담한 공직자를 따져본다. 조사부터 인사 조치까지 3개월 안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49개 기관, 수천에서 수만명에 이를 수 있는 잠재 대상을 이 짧은 시간에 가려낸다.
‘염병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염병은 물들 염(染)에 병 병(病) 자를 쓴다.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자 전염병을 통칭하는 말이다. 염병을 앓는 건 매우 안타깝고 재수 없는 상황인데, 이 말은 후에 상대가 매우 못마땅하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내란 프레임에 학을 뗀 이들이 정부를 향해 염병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예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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