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 최다 선정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더 놀라운 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가 탈락하는 상황에서 제네시스 G80이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글로벌 자동차 안전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놨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22일 IIHS가 발표한 ‘2025 탑 세이프티 픽(TSP)’ 및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평가 결과, 현대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는 총 21개 차종이 선정되며 글로벌 자동차 그룹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공동 2위인 폭스바겐과 혼다의 각 9개 차종을 두 배 이상 앞지르는 성과다.
벤츠 E클래스 낙제, 제네시스 G80은 만점
이번 평가의 최대 이슈는 프리미엄 세단 부문에서 나왔다. 제네시스 G80(2026년형)은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뒷좌석 안전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며 최고 등급인 TSP+를 획득했다. 반면 한국과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025년형)는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수상 명단에서 제외되는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유럽 안전 평가(Euro NCAP)에서 1위를 차지한 모델이 미국 IIHS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북미 시장을 겨냥해 얼마나 철저하게 안전 설계를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부터 강화된 평가 기준, 완벽 대응
2025년 IIHS 평가는 기존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뒷좌석에 12세 아동 더미를 배치해 2열 승객 보호 성능을 측정하는 항목이 신설됐고, 기존에는 ‘양호함’ 등급만 받아도 TSP+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반드시 ‘훌륭함’ 등급을 받아야만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강화된 기준에도 불구하고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등 소형부터 대형까지 전 라인업에 걸쳐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24년 10월 이후 생산된 아반떼와 11월 이후 생산된 쏘나타는 구조 보강을 통해 TSP+ 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며 상품성을 한층 높였다.
전기차 6종 최고 등급, E-GMP 플랫폼의 승리
현대차그룹의 이번 성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전동화 모델의 압도적 성적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8종 가운데 무려 6종이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테슬라 등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된 안전성을 확보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아이오닉 9과 기아의 EV9, 제네시스 GV60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모델들이 전면 충돌, 측면 충돌, 충돌 방지 시스템 평가 등 모든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냈다. 충돌 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다중 골격 구조와 초고장력강 확대 적용 등 E-GMP의 설계 철학이 실증적 결과로 입증된 셈이다.

아빠들이 선택한 이유, 팰리세이드의 안전 철학
가족용 SUV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2026년형 현대 팰리세이드 역시 IIHS로부터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을 획득하며 북미 시장에서 ‘아빠들의 차’라는 별명을 공고히 했다. 8인승과 9인승 구성이 가능한 팰리세이드는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첨단 안전 엔지니어링 기술인 스마트센스(SmartSense)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TSP 선정으로 미국 내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많은 10종의 최고 안전 등급 차량을 확보하게 됐다.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코나, 투싼, 싼타페 등 주력 SUV 라인업이 대거 이름을 올렸으며,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와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도 TSP 등급을 받았다.
기아, SUV부터 세단까지 올라운드 안전성
기아 역시 5개 차종이 TSP+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안전 리더십을 증명했다. 2026년형 쏘렌토와 스포티지는 강화된 평가 기준 속에서도 최고 등급을 차지했고, 신차 K4는 출시 즉시 TSP+에 선정되며 세단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대형 전동화 플래그십 EV9과 대형 SUV 텔루라이드 역시 이름을 올리며 SUV와 세단을 아우르는 안전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특히 스포티지는 2025년 5월 이후 생산된 차량부터 개선된 헤드램프와 강화된 차체 구조를 적용해 TSP+ 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기아가 지속적인 제품 개선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는 증거다.
5년간 일관된 1위, 현대차그룹의 안전 DNA
현대차그룹의 IIHS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평가에서도 넥쏘와 제네시스 G70, G80 등 3개 차종이 TSP+를 획득하고 총 17개 차종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다 선정을 기록한 바 있다. 5년이 지난 현재, 뒷좌석 안전과 야간 보행자 보호 등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황에서도 수상 모델을 18개에서 21개로 늘리며 글로벌 안전 표준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1종당 평균 100억 원을 투입해 100번 이상의 충돌 시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와 철저한 검증 과정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안전 표준 선도하는 K-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강화된 IIHS 테스트에서 현대차그룹이 전 라인업에 걸쳐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주는 핵심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G80이 벤츠 E클래스를 압도한 결과는 향후 북미 프리미엄 시장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과 고강성 차체 기술을 결합해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21개 차종의 수상을 넘어 K-자동차가 글로벌 안전 표준을 선도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