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연속 격돌…무너지는 천위페이, 라이벌 구도 종지부 찍나

올 시즌 최강 안세영이 흔들리는 라이벌 천위페이를 상대로 연속 격돌을 앞두고 있다. 2주 연속 결승에서 무너진 천위페이의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 이번 싱가포르 오픈과 인도네시아 오픈은 단순한 라이벌전이 아니라 한 시대의 종언을 선고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안세영은 올해만 5개 대회를 석권하며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사실상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반면 천위페이는 부상과 심리적 흔들림으로 슈퍼 500급 대회 결승에서도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한때 안세영의 발목을 잡았던 강자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태에 있다. 이 두 대결의 결과가 배드민턴 여자 단식 판도를 사실상 확정 지을 수 있다.

안세영이 라이벌 구도를 뒤집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었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는 한동안 안세영의 천적으로 통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오픈 8강에서 안세영의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었고, 같은 해 파리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도 안세영에게 쓴맛을 안긴 장본인이다. 두 선수의 통산 전적이 14승 14패로 팽팽하게 맞섰던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전환점은 2025년이었다. 안세영이 그해 5승 2패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고, 올해 3월 전영 오픈(슈퍼 1000) 결승에서 천위페이를 2-1로 꺾으며 통산 전적을 15승 14패로 역전했다. 수년간 쌓였던 심리적 열세를 완전히 지운 순간이었다. 같은 기간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 오픈, 아시아단체선수권, 아시아개인선수권, 세계여자단체선수권까지 5개 대회를 연달아 석권하며 여자 단식 독주 체제를 굳혔다.

반면 천위페이는 정반대의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우승 이후 약 4개월째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우버컵 결승에서 세계 15위 김가은(삼성생명)에게 패하면서 중국의 타이틀 방어가 무산됐고, 이후 책임론과 자책감이 겹치며 심리적 균형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중국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두 선수의 상태 차이는 수치로 읽힌다. 안세영은 올 시즌 주요 대회에서 5회 우승, 1회 준우승을 기록하며 BWF 여자 단식 랭킹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싱가포르 오픈 1회전에서는 국내 랭킹 31위 심유진을 단 28분 만에 게임스코어 2-0으로 일축하며 16강에 올랐다. 경기 내용과 속도 모두 현재 폼이 정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천위페이는 말레이시아 마스터스 결승에서 세계 7위 라차녹 인타논(태국)에게 세트스코어 0-2(17-21, 15-21)로 완패했다. 통산 19승 3패로 압도해온 상대에게 당한 패배라 충격이 컸다. 그것도 안세영·왕즈이·야마구치 아카네 등 최상위 랭커가 모두 빠진 대회에서였다. 사실상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조건에서 무너진 것이다. 일주일 전에도 슈퍼 500급 대회 결승에서 패했으니 2주 연속 결승 탈락이다.

중국 매체 소후는 "발 부상 재발로 수비적 운영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상대 실수를 기다리는 수동적 플레이가 반복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결정적 순간 자신감을 잃는 악순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왕즈이라는 중국 내 차세대 에이스의 부상까지 겹치며 천위페이의 입지는 내외부에서 동시에 좁아지고 있다.

대진표도 안세영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다. 싱가포르 오픈에서는 1번 시드 안세영 쪽으로 천위페이가 배치돼 두 선수가 4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오픈(슈퍼 1000)에서도 두 선수는 각자 32강·16강·8강을 통과할 경우 준결승에서 격돌하는 대진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 있는 구도다.

주목해야 하는 건 단순한 전적 숫자가 아니다. 두 선수가 지금 전혀 다른 심리적 궤도 위에 있다는 점이다. 안세영은 라이벌 전적을 역전한 이후 줄곧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기면서 자신감이 쌓이고, 그 자신감이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다. 반면 천위페이는 지면서 의심이 생기고, 의심이 플레이를 더 소극적으로 만들고, 소극적인 플레이가 다시 패배로 연결되는 악순환 안에 있다.

배드민턴은 체력과 기술만큼이나 심리전의 비중이 큰 종목이다. 서로를 라이벌로 의식해온 두 선수 사이에서 '내가 이 선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의 차이는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금 천위페이에게는 그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결승에서 드러난 단순 범실의 연속, 공을 따라가지 못하는 발, 역전을 시도조차 못한 수동적 경기 운영이 그 증거다.

발 부상이라는 신체적 변수도 결정적이다. 배드민턴은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폭발적 점프가 생명인 종목이다. 발이 온전하지 않으면 공격 시도 자체가 제한되고, 공격 없는 배드민턴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헌납하는 것과 같다. 3주 연속 실전을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도 체력이 떨어진 천위페이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반면 안세영은 매 대회 탄력을 붙이며 전진 중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미 안세영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이기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라이벌전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 대결이 접전을 연출할 수 있을지 자체가 관전 포인트가 된 상황이다. 천위페이가 과거 안세영을 압박했던 날카로운 공격 배드민턴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가 유일한 변수로 남아 있다.

안세영이 싱가포르와 자카르타에서 연속으로 천위페이를 넘는다면, 그건 단순한 2연승이 아니다. 수년간 이어진 라이벌 구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장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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