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바뀌면 불리”…상폐 서두르는 이마트·신세계푸드, 주주 설득 분수령

이마트의 실적 반등은 대형마트 본업 뿐만 아니라 트레이더스 및 자회사들이 동반 성장한 결과다. / 사진 제공 = 이마트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완전자회사화 및 자발적 상장폐지 절차가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와 맞물리며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금융감독원 정정 요구로 주주 소통 절차를 보완했지만 ‘시가 중심 합병’ 개선과 저PBR 규제 강화가 동시에 추진되며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입법 리스크 현실화 이전에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속도전 성격이 짙다고 평가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따라 임시 주주총회 날짜를 기존 4월30일에서 6월12일로 변경 공시했다. 이 기간 중 4월24일과 5월7일 두 차례에 걸쳐 주주 간담회를 개최하고 소통 강화에 나선다. 이마트 관계자는 “금감원 요구에 따라 일반 주주 대상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고 관련 계획과 절차를 투명하게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시는 지난해 말 이마트가 추진한 신세계푸드 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당시 이마트는 주당 4만8120원에 지분 100% 확보를 시도했으나, 제시 가격이 자산가치 대비 지나치게 낮다는 주주들의 반발 속에 응모율이 약 29%에 그쳤다. 이후 이마트는 소수 주주의 개별 동의 없이도 상폐가 가능한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주당 교환가액을 5만191원으로 결정했으나, 금감원이 투자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 보완을 명령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교환가액은 신세계푸드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59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신세계푸드가 단체급식 사업부를 장부가 대비 4배에 달하는 PBR 4배 수준에 외부 매각했던 사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특히 이번 신고서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할증률 협상 과정도 일부 드러났다. 신세계푸드 측은  소수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법적 상한선인 10% 할증을 요구했으나 이마트는 '자사 자문사가 산정한 교환비율 상단 준수'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약속한 ‘연간 자사주 28만 주 소각' 물량 유지 등을 거부 핵심 사유로 내걸었다. 주주에게 지급할 자사주 물량이 늘어날 경우, 이마트 주주에게 약속한 소각 물량이 줄어들거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재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개정 현안 세미나에서는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사례가 언급되며 ‘현행 시가 중심 합병가액 산정 방식’의 한계가 지적됐다. 현재 김현정·이강일 의원 등이 추진 중인 개정안은 상장사 간 계열사 합병 시 시장주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종합 반영한 공정가액 산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현안과 향후 과제’ 간담회에서는 현행 상장회사 합병가액 산정 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이마트-신세계푸드 거래가 언급됐다. 이마트가 계열사 간 M&A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사진 캡처=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현행 제도에서는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할 수 있어 이마트에 유리한 구조다. 반면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신세계푸드의 주당 순자산가치(9만4692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교환가액이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이는 현재 교환가액 대비 약 8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주가정상화법’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PBR 1배 미만 상장사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주주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규제 기관과 입법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상황 자체가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입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기 전에 주식교환 절차를 마무리해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주식교환에 적용된 3% 할증률이 독립적인 협상을 거친 합리적 결과이며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도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3% 할증률은 외부 전문기관이 산정한 적정 교환비율 범위 내에 위치하며, 자산가치 반영시 시장가 대비 할증은 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종 교환가액이 선행 공개매수가를 약 4.3% 웃돌아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잔류한 주주들에게도 추가적인 가치가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가 강조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지배주주 이익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특별위원회와 외부 자문 절차가 있더라도 이를 이사회가 선정하는 구조인 만큼 실질적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지배구조 관련 법·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과 지배주주가 일반 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관행이 남아 있다”며 “신세계푸드 역시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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