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6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매물 품귀가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갱신요구권 소진 여부에 따라 같은 단지 내 보증금이 10억원 이상 벌어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면서 강북 외곽까지 고액 월세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1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주보다 0.03%p 확대된 0.23%를 기록했다. 2019년 12월 4주차(0.23%) 이후 약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0.49%), 성북구(0.36%), 광진구(0.34%), 노원구(0.32%) 등 서울 전 지역에서 전셋값이 올랐다.
빠르게 줄어든 전세 매물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전날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물량은 올해 초 4만4424건에서 3만1404건으로 29.4% 감소했다. 전세만 따지면 2만3060건에서 1만6240건으로 29.6%나 줄었다. 특히 경기도는 올해에만 전월세 물량이 3만1479건에서 2만1092건으로 33% 감소했다. 동대문구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이 진행될 정도로 물건 자체가 없다"며 "나오면 바로 소진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같은 단지·같은 평형 안에서도 갱신요구권 사용 여부에 따라 보증금이 수억원 이상 차이 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의 경우, 올해 1~3월 갱신 최저가는 7억8341만원이었던 반면, 신규 최고가는 19억원으로 같은 단지·같은 평형·같은 분기 안에서 보증금이 11억원 넘게 차이가 났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도 신규 최고가(16억원)와 갱신 최저가(7억336만원) 간 격차가 약 9억원에 달했다.
비강남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포구 대흥동 마포그랑자이 전용 84㎡는 신규와 갱신 간 격차가 5억원, 강동구 암사동 힐스테이트 강동 리버뷰 전용 84㎡는 약 4억9000만원 차이를 보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이 시장가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신축 단지의 첫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 2026~2027년부터 시장가 충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 대출 규제와 급등한 전셋값 부담으로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임차인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임대차 계약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1년 전보다 6.2%p 증가한 70.5%로 집계됐다. 빌라 등 비아파트 월세는 10건 중 8건(79.4%)에 달했고, 아파트 월세 비중도 50.8%로 절반을 넘어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2.74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강북권의 고액 월세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강북 14개구의 월세 300만원 이상 신규 계약은 올해 1분기 606건으로 전년 동기(395건)보다 53.4%나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300만원 이상 월세 증가율은 21.2%를 기록했다. 동대문구 공인중개사는 "신축 단지의 경우 1년 반 전에 비해 월세가 100만원 내외로 올랐고, 이마저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내놓으면 날짜 맞춰 바로 나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