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유통 불모지 라오스 첫 진출...정용진의 자신감은 '노브랜드'

이마트가 라오스 비엔티안 시빌라이 지역에 ‘노브랜드 1호점'을  6일 오픈한다고 밝혔다. 라오스 노브랜드 1호점 조감도 /사진 제공=이마트

이마트가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로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라오스에 진출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해외시장 개척 의지와 동남아 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노브랜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식 쇼핑몰이 부족한 라오스에서 노브랜드가 현지 유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이마트는 6일 라오스 비엔티안 시빌라이 지역에 약 505㎡(153평) 규모의 노브랜드 1호점을 개점한다고 5일 밝혔다. 이 매장은 노브랜드 상품을 포함해 1000여가지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 2월 라오스 현지기업인 엘브이엠씨홀딩스(코라오그룹)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이 방식은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현지 파트너에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노브랜드는 2015년 이마트가 론칭한 대표 PB로 가성비 전략이 성공하며 그룹의 핵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1조3800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마트24는 편의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브랜드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노브랜드 연계 매장을 700개 이상 출점했다.

이마트는 앞서 진출한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을 확인한 후 라오스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2016년부터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에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노브랜드를 진출시키며 브랜드 기반을 다져왔다. 2019년 필리핀에 첫 노브랜드 전문점을 오픈한 뒤 현재 16개 매장으로 확장했고 베트남(3개)과 몽골(4개)에서는 이마트 점포 내에서 노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꾸준한 해외 진출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베트남, 필리핀, 몽골 3개국 통합점포 매출은 2016년 대비 6.6배 증가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노브랜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 노브랜드 상품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뉴질랜드 등 2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중 필리핀, 몽골, 베트남 매출은 각각 전년 대비 35%, 27%, 59% 증가했다.

라오스, 해외사업 다각화 기회로

이마트가 국내 유통 업계 최초로 진출한 라오스는 대형 유통업의 불모지로 여겨져왔다. 인구 약 750만명의 라오스는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중국, 베트남 등 5개국에 둘러싸인 내륙국가다. 유통환경은 소규모 마켓과 재래시장이 주를 이루며, 내륙국가의 특성상 수입의존도가 강하다. 라오스는 대형 유통망이 없는 데다 높은 물류비용, 복잡한 정부 규제로 외국 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러한 환경을 기회로 이용했다. 초기 경쟁이 없고 대형 유통망이 부재한 상황이 오히려 시장을 선점할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미 노브랜드가 진출한 필리핀에서는 김치, 과자, 델리 등 한국 식품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태국 빅씨마트, 일본 세븐일레븐 등 글로벌 유통기업도 속속 진출하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감 있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단순한 물건 판매를 넘어 라오스에 새로운 쇼핑문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노브랜드 1호점은 푸드코트와 생활용품 매장을 함께 선보이는 ‘생활밀착형 로드숍’ 콘셉트로 운영된다. 번화가의 대형 쇼핑몰 대신 주거지 근처에 오픈해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편리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시빌라이 지역은 젊은 소비층과 중산층 등 구매력이 높은 잠재고객층이 밀집한 곳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라오스는 현대식 쇼핑몰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쇼핑문화가 노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5년 내 노브랜드 매장 약 20곳을 추가로 열어 라오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