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려줌] <그 여름날의 거짓말> (That Summer's Lie, 2024)

고등학생 '다영'(박서윤)은 반에서 유일하게 여름방학 숙제를 제출했다.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써내야 하는 숙제에, '다영'은 전 남자친구 '병훈'(최민재)과 있었던 일을 적었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국형)은 "학생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라면서 '다영'을 추궁하고, 진짜 있었던 일을 적으라며 몰아붙인다.

'다영'은 학교가 끝난 뒤에도 반성문을 쓰며 그 여름날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2023년 28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은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얼핏 예상할 수 있는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전개로 관객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작품이다.

영화제 측은 당시 "웃음과 교훈을 주는 코미디 영화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10대 소녀가 진실을 밝혀야만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갇히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세련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진실의 본질을 복잡하게 해석함으로써, 섣부른 판결을 내리지 않는 대신 등장인물의 대사처럼 오히려 '사랑의 힘'을 포용하기를 선택한다"라는 심사평을 공개했다.

영화는 여느 하이틴 로맨스처럼 마냥 예쁜 사랑을 그리기보다는 사랑의 어두운 이면을 경험한 청소년의 솔직한 감정과 이에 따르는 갈등, 책임을 현실적으로 담는 것을 택했다.

열일곱이기에 보일 수 있는 당돌함과 미숙함, 유치함이 잘 드러나 실제로 주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캐릭터들도 영화에 현실감을 더한 것.

작품을 연출한 손현록 감독은 주로 전형적인 10대 캐릭터에서 벗어나 지금껏 많이 부각되지 않았던 청소년의 욕망에 집중해왔다.

단편 <갈 곳 없는>(2016년), <졍서, 졍서>(2022년)에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이면의 갈등과 성장을 풀어냈으며, 청소년 개인의 초상을 넘어 어딘가 비틀어진 가족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해왔다.

첫 단편 연출작 <아가페>(2017년)는 어머니와 아들 간 갈등을, <박동혁, 동철>(2019년)은 이별한 형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 <분리수거일>(2021년)은 피해망상을 지닌 아버지와 딸의 관계, <마스크가 필요해>(2022년)는 결혼을 계획하는 커플에게 닥친 재난 이야기를 다루며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관계와 흥미로운 소재를 결합하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손현록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그는 "청소년 커플이 처음 겪는 사랑의 소용돌이, 깊은 파도에 빠져 허우적거린 여름 방학에 대한 솔직한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며 작품을 소개했다.

"극 중 '다영'이 어른, 사회에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자신을 또 다른 프레임 속에 가둘 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프레이밍 되고 싶지 않은 욕망에서 출발한다"라는 손 감독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이 영화에는 10대의 사랑 그 이상이 담겨있다.

연출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손 감독은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고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이라면서, "순간의 모습으로 인물들을 재단하지 않을 것. 인물과의 거리를 항상 고민할 것.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모든 사사로운 것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손현록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따지고 싶은 마음이 아닌, 그들의 흔들리고 솔직했던 마음을 헤아려보고, 이해해 보고, 보듬어주길 바란다"라고 언급했다.

영화는 진실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진짜인 것만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손현록 감독의 진심이 영화 내내 묻어 있었다.

한편, 작품에 출연한 '다영' 역의 박서윤과 '병훈' 역의 최민재는 신인답지 않은 묘한 매력의 연기를 펼쳐,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