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가 2025년 9월 28일 수원FC전에서 한 경기 4명 퇴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K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기록이었다. 경기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고 스코어는 3-4 패. 전반 35분 첫 퇴장이 나온 뒤, 후반에만 3명이 더 퇴장당했다. 결과보다 충격이 더 컸다. 경기력, 팀 분위기, 팬과 구단의 신뢰, 리그 이미지까지 한 번에 흔들린 밤이었다.

무엇이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경기만 보면 감정 조절 실패, 상황판단 미숙, 벤치의 리스크 관리 부재가 겹쳤다. 한 번 분위기가 기울자 선수들은 과열됐고, 그 과열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심판과 충돌이 잦아졌고, 불필요한 항의가 늘었다. 라인 유지가 흐트러지면서 파울도 많아졌다. 벤치는 그때 흐름을 끊어야 했다. 교체, 전술 수정, 캡틴을 통한 정리 멘트 등 수단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놓쳤다. 결국 카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반 35분 송주훈의 첫 퇴장 이후, 후반 들어 3장의 레드가 더 나왔다. 선수 네 명이 빠진 팀은 사실상 싸울 힘을 잃는다. 전술도 계획도 의미가 없어졌다.
사건 이후 징계는 무거웠다. 골키퍼 김동준은 다이렉트 퇴장으로 기본 2경기에 더해 추가 2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500만 원이 더해졌다. 합산하면 4경기 출장 정지와 500만 원의 리그 제재다. 구단 자체 징계도 곧바로 나왔다. 김동준에게 추가 벌금 1,000만 원과 사회봉사 10시간. 미드필더 이창민은 비신사적 행위로 제재금 500만 원을 받았고, 기존 징계와 합쳐 총 2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다. 구단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관중 난입과 소요 방지 실패의 책임으로 800만 원 벌금이 부과됐다. 이 모든 조치가 하루아침에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사건의 무게가 컸기 때문이다.

징계의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다음 라운드(32R)에 최소 4명이 결장하고, 다이렉트 레드 3명은 33라운드까지 못 뛴다. 스쿼드가 얇아졌고, 중심이 흔들렸다. 이미 팀은 4연패, 8경기 연속 무승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이번 사태로 시즌 최다 퇴장 팀이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베스트 일레븐, MVP 후보에서도 관련 선수들이 제외됐다. 피치 밖도 불안했다. 경기 후 일부 팬들 사이에 욕설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패배의 화살이 선수단과 구단을 넘어 팬끼리에게도 향한 셈이다. 이런 장면은 누구에게도 득이 없다. 상처만 남긴다.
그래도 구단과 선수단의 초기 대응은 빠르고 분명했다. 구단은 공식 사과문을 냈다. “홈경기 운영과 안전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 팬, 심판, 선수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단순한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았다. 관중 난입, 물병 투척, 위험 지역 접근 등 모든 안전 사고에 대한 직접 책임을 인정했고, 재발 방지와 운영 개선을 약속했다. 선수 대표로 이창민도 머리를 숙였다. “침착함을 잃어 팀을 어렵게 했다. 뼈저리게 반성한다.” 사과는 시작일 뿐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팬들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16년 K리그 팬이지만 한 경기 4명 퇴장은 처음 본다”는 충격과 혼란, 선수들의 감정 컨트롤 실패에 대한 실망, 감독·구단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심판 판정,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거론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큰 흐름은 자성론이었다. “우리 잘못이 크다. 내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벌어진 관중 난입과 소요는 팬 커뮤니티에서도 강하게 지탄받았다. 팬심은 뜨겁지만,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선수 개인을 향한 인신공격과 혐오 표현은 응원이 아니다. 폭력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은 남은 시즌 운영 방식을 손봤다. 핵심은 두 가지, ‘팬 안전’과 ‘질서 유지’다. 먼저 보안과 안전 요원을 대폭 증원한다. 출입구, 관중석 경계, 그라운드와의 경계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물리적 차단 장치도 강화한다. 경기 중 관중 난입과 물품 투척이 발생하면 즉시 제지하고 퇴장 조치한다는 원칙을 공개했다. 연맹 가이드라인도 다시 공표했다. 관람 수칙과 안전 경고문은 경기장과 온라인 채널에 반복 공지한다. 재발 시 구단과 팬 모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음을 분명히 알린다.

동시에 ‘소통’에도 손을 뻗는다. 팬-선수 직접 소통 창구를 보강해 민원과 건의가 들어오면 빠르게 처리한다. 과도한 항의, 충돌, 인신공격을 막기 위한 사전 안내와 캠페인도 벌인다. 선수단은 사회봉사 활동을 확대하고, 구단은 공개 사과와 설명을 통해 신뢰 회복을 시도한다. 이건 벌금 몇 백만 원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습관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이제 제주가 당장 해야 할 축구적인 처방을 짚어보자. 첫째, 경기 중 ‘감정 관리’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주심 판정에 항의할 수 있는 창구는 주장 1인으로 묶고, 나머지는 등 돌려 위치로 복귀한다. 벤치는 감정이 올라갈 때 바로 ‘진정 사인’을 보낼 사람을 정해둔다. 둘째, 수적 열세 대응 플랜B·플랜C를 훈련한다. 한 명이 퇴장당하면 4-4-1, 두 명이면 5-3-0처럼 최소 실점 모델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몸에 익힌다. 셋째, 캡틴 그룹을 재정비한다. 경기 내 커뮤니케이션, 심판 대응, 팀원 제지, 팬 향한 메시지까지 역할을 분담한다. 넷째, 세트피스와 전환 상황에서의 파울 관리다. 위험 지역에서의 불필요한 태클을 줄이고, 끊어야 할 땐 초반에 가볍게 끊는다. 경고 관리도 벤치가 실시간으로 챙겨야 한다.

팬에게도 부탁이 있다. 날선 비판은 가능하다. 그러나 인신공격, 비하, 신상털기, 폭력의 조짐은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다. 승부는 돌아온다. 선을 넘은 말과 행동은 기록으로 남고, 사람을 다치게 한다. 팀이 위기에 있을수록, 응원의 방식은 더 단단하고 성숙해야 한다. 그게 ‘우리 편’을 진짜로 돕는 길이다.
구단 차원의 안전 대책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경기장 안전 인력 배치도와 역할표를 공개하면 좋다. 예컨대, 북측 스탠드 1구역—경호 6명·CCTV 모니터 1명·순찰 2명, 동측 라인—경계 8명·신고 접수 1명처럼 세분화된 배치다. 관중 통제용 장비(라인 펜스, 텔레스코픽 베리어, 보디캠, 휴대용 메가폰)의 리스트와 설치 위치를 안내하면 현장 요원 대응력이 올라간다. 긴급상황 시 구단-경찰-구급의 연계 프로토콜도 사전에 공유해야 한다. (1) 현장 신고→(2) 보안팀 초동조치→(3) 상황실 일원화→(4) 경찰·구급 동시 호출→(5) 장외 동선 분리. 팬 교육용 안내문은 간명해야 한다. “선수·심판 대상 욕설·비하 금지”, “물품 투척·난입 즉시 퇴장·고발”, “고충 접수 QR 즉시 대응”, “함께 지켜요, 우리 집 규칙” 같은 문구로 눈에 잘 띄게 반복 노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징계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정리하자. 제재는 벌이면서도 신호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다. 김동준의 리그 징계와 구단 자체 징계, 이창민의 벌금, 구단 벌금 800만 원은 상징이자 경고다. 동시에 책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제 행동이 따라야 제재의 뜻이 산다. 구단이 밝힌 대로 안전 인력 증원, 질서 캠페인, 소통 창구 확대, 선수단 사회봉사 확대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벤치의 리더십과 로커룸의 규율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
축구는 결국 사람의 스포츠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열정이 선을 넘어서는 순간, 경기는 망가지고, 모두가 상처 입는다. 이번 ‘4명 퇴장’ 사태는 제주에 큰 흉터를 남겼다. 동시에 돌아볼 거울도 줬다. 그 거울 앞에서, 구단은 책임을 인정했고, 선수는 사과했다. 팬은 분노 속에서도 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제 남은 건 실천이다. 행동이 쌓이면 신뢰가 돌아온다. 신뢰가 돌아오면, 결과도 따라온다.
다음 경기는 또 온다. 전력 공백은 크다. 그러나 축구는 한 번 무너졌다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 질서와 매너가 팀을 살린다. 그 시작은 간단하다. 피치에서는 냉정함, 스탠드에서는 품격. 그 두 가지가 제주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이번 사건을 “반성과 각성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약속이 말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밤의 기록이 불명예로만 남지 않도록, 오늘부터 달라진 제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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