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안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 사업부는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용 구동칩(DDI) 등을 설계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설계의 결과물을 이어받아 실제 반도체로 생산한다. 이후 같은 회사의 모바일경험(MX)사업부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로 공급된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지만, 갈수록 파운드리사업부에 가려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자체 경쟁력 강화가 미뤄지면서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갤럭시S22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로 기술력 논란이 불거지며 자존심에 금이 갔다. 차량용반도체를 비롯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과정에서도 초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전담팀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는 듯하더니 별다른 성과 없이 조직이 사라졌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주력 AP인 '엑시노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삼성전자 내부에 집중된 의존도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차량용반도체 등 미래먹거리 분야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P서 위태로운 입지, 경쟁력 입증할 때

시스템LSI 사업부는 삼성전자 MX사업부와 함께 성장했다.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핵심 반도체인 AP를 시스템LSI가 개발하면 MX사업부가 구매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하면서 시스템LSI가 설계한 AP 역시 출하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S2'부터 AP 조달처를 퀄컴과 시스템LSI로 이원화하면서 기술력 격차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퀄컴이 통신칩 기술력을 바탕으로 롱텀애볼루션(LTE)으로 무선통신 세대가 변화하는 시점에 시스템LSI의 약한 경쟁력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용 모델 개발에서는 퀄컴에 더해 미디어텍에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결국 지난해 불거진 GOS 논란으로 시스템LSI 사업부의 설계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2' 시리즈에 들어간 '엑시노스 2200'이 발열을 일으킨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결국 올해에는 아예 삼성전자 MX사업부에 AP를 납품하지 못했다. 올해 초 출시 예정이었던 '엑시노스 2300' 역시 개발 단계에 그쳐 양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0년 초까지 퀄컴에 버금가는 점유율을 자랑했던 삼성전자는 이제 AP 시장에서 5위로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출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1위인 대만 미디어텍(33%)이나 퀄컴(19%)과 비교하면 점유율 격차가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시장에서는 퀄컴에, 중저가용 부문에서는 미디어텍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엑시노스의 부진은 차세대 경쟁력 확보에 미진했던 결과다. 삼성전자는 과거 AP에 활용할 독자적인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개발에 나섰다가 이렇다 할 결과물 없이 중단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됐다면 엑시노스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백 명 규모 연구·개발(R&D) 인력을 수년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삼성전자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당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출범시키고 생산능력과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쏟아내던 시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시스템LSI의 근원적 경쟁력보다 파운드리사업부의 기술력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현재까지 엑시노스는 ARM의 설계자산(IP)과 AMD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고 있다. 퀄컴이 자체 CPU와 GPU를 활용하는 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해 선보이는 '엑시노스 2400'에 쏠린다. 내년 초 출시될 예정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열린 '삼성 시스템LSI 테크데이 2030'에서 공개된 엑시노스 2400은 전작 대비 CPU 성능을 1.7배 높였다. AI 성능도 14.7배 향상됐다.
새롭게 등장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발맞춰 NPU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시장 초기부터 NPU를 개발하며 퀄컴이나 미디어텍과 견줘도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 데다 자사 스마트폰, 가전 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판매 기반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CPU, GPU와 달리 NPU는 자체 IP를 갖췄다. 이를 활용해 이미 2018년부터 NPU를 자사 AP에 탑재했다.
높은 내부 의존도...'차량용 반도체' 신시장 개척
삼성전자 MX사업부와 VD사업부 등에 편중된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다. 시스템반도체가 점차 스마트폰이나 서버용 컴퓨터에 이어 자율주행차용 AI칩과 AP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시스템LSI의 전략 역시 AP의 AI 성능 향상에 이어 차량용반도체 시장 공략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초반 조직개편부터 시행착오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초 전장사업을 개편하면서 차량용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부품플랫폼사업팀을 해체했다. 역시 시스템LSI 소속으로 차량용 프로세서와 이미지센서를 설계하는 팀도 사라졌다. 대신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산하에 커스텀SoC 사업팀을 신설했다. 자체적인 반도체 개발이 급하지만, 설계 역량이 없는 구글과 아마존 등을 위한 전용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차량용 프로세서에서 담당하는 분야가 크게 확대된 셈이지만 이마저도 2021년 말 AP개발팀에 흡수됐다.
범용으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차량용반도체는 고객사별 특화된 성능과 기능을 구현해야 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높은 신뢰도가 요구된다. 그만큼 개발에 드는 기간이 길지만, 대량으로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매출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프로세서나 인포테인먼트용 칩에 집중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정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조직 구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차량용반도체는 주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독일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지난 6월에는 현대자동차와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향후에는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비롯한 초고성능 차량용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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