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두목’ 여운환, 33년 만에 재심 청구
홍준표 당시 광주지검 검사 기소
2017년 첫 번째 재심 청구 기각
"존재 않는 사업장" 등기 제시

1990년대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조직폭력배 두목 실제 모델로 알려진 여운환(71)씨가 33년 만에 무죄를 주장하며 또다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씨가 재심을 청구한 건은 과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 신분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지난 2017년에도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여씨 측이 새로운 증거를 들어 8년 만에 다시 재심을 청구하는 만큼, 30여년 전 '모래시계' 검사와 두목이 법정에서 다시 맞붙을 지 주목된다.
22일 여운환씨와 그의 법률대리인 조영희 변호사 등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광주지방법원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모래시계' 두목과 검사의 탄생
여씨는 지난 1991년 광주지방법원에서 국제PJ파의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로서 활동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홍준표 검사는 여씨를 국제PJ파 우두머리로 기소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 받아 일부 감형된 징역 4년으로 형이 확정됐었다.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절로 조직 폭력배를 고용해 공사 입찰 등 이권을 취했던 건설업체와의 연결고리까지 파헤치며 홍 검사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고 일약 스터덤에 오르기도 했다.
8년 전 첫 번째 재심 청구는 '기각'
반면 여씨는 홍 검사로부터 수배를 받을 당시부터 결백을 주장해 왔다. 지난 2017년 12월5일에는 과거 징역형이 확정된 자신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첫 번째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여씨는 재심 청구를 통해 당시 조직원이었던 박모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토대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조서'에 대한 위헌 결정을 근거로 들었다.
재심 청구 이유로 홍 검사가 박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진행했는데, 해당 신문이 피고인과 변호인이 없이 이뤄졌다는게 여씨 측의 주장이다. 과거 이런 방식이 허용됐었지만, 지난 1996년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변호인 없이 진행된 신문은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첫 재심신청 당시 여씨는 자신에 대한 유죄를 입증함에 있어서 박씨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잃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당시 증인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184조에 따라 관계 당사자에게 신문기일통지를 거쳐 진행한 증인신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국제PJ파에 자금줬다던 1986년, 나이트 없었다"
이후 8년 만인 이날 두 번째 재심 신청에서 여씨는 당시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했던 '국제PJ파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시점인 1986년에 국제관광호텔 오락실과 나이트클럽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새로운 근거로 들었다.
당시 호텔 영업 허가일이 1988년 12월, 소유권 보존 등기는 1989년 1월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판부가 돈을 준 것으로 판결한 1986년 말에는 호텔 오락실이나 나이트 클럽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여씨는 "존재하지도 않는 사업장의 영업 보호를 대가로 폭력조직에 돈을 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당시 홍준표 검사의 표적 수사와 증거 꿰맞추기로 처벌받은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에도 재심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새롭게 찾아낸 등기부등본 등이 형사소송법의 재심 청구 사유에 해당해 다시 신청하게 됐다. 재심을 통해 훼손된 명예와 사법 정의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씨 측 법률대리인인 조영희 변호사는 "이번에 제출된 등기부등본 및 영업허가 관련 자료가 형사소송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될 때'에 해당한다"며 "여씨와 그의 가족들은 30여년 동안 성실하게 살면서도 조폭 두목이라는 누명을 쓰고 '조폭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이번 재심을 통해 훼손된 명예와 사법 정의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심 개시 결정까지는 사안에 따라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