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 소녀상’ 결국 철거명령…“일본과 외교 갈등 피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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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내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구에서 결국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11일(현지시각) 확인됐다.
미테구는 "베를린 주정부는 소녀상 설치 추가 (연장)에 대한 동의를 거부했으며, 2015년 일본과 한국 간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보는 독일 연방정부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며 "독일과 일본 간의 추가적인 외교적 갈등과 협력 악화의 위험을 피하려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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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내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설치된 미테구에서 결국 소녀상 철거명령을 내린 것으로 11일(현지시각) 확인됐다. 미테구는 소녀상 설치 연장이 “외교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절차적 문제와 함께 철거를 통보한 배경을 밝혔다.
소녀상을 설치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지난달 30일 보내온 철거명령 통지문을 이날 공개했다.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통보했던 철거 예정일인 지난달 28일에 앞서 소녀상 영구 존치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미테구는 “해당 신청은 기각되었다”며 △오는 31일까지 소녀상을 잔여물 없이 완전히 철거할 것과 △기간 내 철거하지 않을 시 3000유로(약 4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통보했다. 코리아협의회가 여기 응하지 않으면 향후에도 과태료를 반복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점도 철거 통지문에 명시됐다.
미테구는 별도의 정식 공모 절차 없이 공공장소에 특정 예술품만 영구 설치할 순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2020년 9월 설치된 소녀상은 기존 허가 관행에 따라 2022년 9월까지 설치가 연장됐지만, 이런 관행을 깨고 설치 기한을 늘릴 순 없다는 것이다.
미테구의 이번 결정엔 독일과 일본의 외교적 관계가 고려됐다. 구청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한 독일의 외교적 이해관계를 두고 베를린 주정부와 직접 논의했다고 통지문에 직접 밝혔다. 그 결과 소녀상 설치 기한 연장은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주의 특별한 외교적 이해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며 “한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소녀상은 독일 연방공화국과 직접적 관련이 없으며, 독일 수도의 기억과 추모 문화에 직접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소녀상 비문의 문구를 변경해 보다 보편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병행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지난 5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소녀상 철거를 시사해 왔다.
미테구는 “베를린 주정부는 소녀상 설치 추가 (연장)에 대한 동의를 거부했으며, 2015년 일본과 한국 간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보는 독일 연방정부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독일과 일본 간의 추가적인 외교적 갈등과 협력 악화의 위험을 피하려 한다”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근거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는 합의안 내용이 이번 결정에 고려됐다는 것이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이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적 갈등을 넘어 전시 성폭력 여성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테구는 “소녀상이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재라고 일반화할 순 있지만, 이를 미테구에 영구적으로 설치할 명확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영구적인 기념물을 위한 공모 절차가 있을 예정”이라며 다음해 연방정부, 베를린 주정부와 함께 전시 성폭력 문제를 다룰 기림비 건립을 위한 공모전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테구의 슈테파니 램링거 구청장은 지난달 말 소녀상 설치 기한이 만료되기에 앞선 9월24일 코리아협의외와 만나 현 공공부지가 아닌 사유지로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청은 “지난 9월 코리아협의회와의 회의에서 3곳의 대체 부지를 제시했지만, 코리아협의회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는 당시 회의에서 램링거 구청장은 후보지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코리아협의회는 “구체적인 대체 부지가 결정되지도 않은 가운데 소녀상과 가까이 위치해 있던 ‘위안부’ 박물관과 멀어진다면 이 문제를 알릴 교육적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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