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본토 공격 ‘서방 장거리 무기’ 허용 놓고 ‘러-서방 직접 충돌’ 위기 고조
푸틴, ‘나토-러 전쟁 의미’…“적절한 대응할 것”
스타머 영국 총리, 서방 국가 규합 나서
우크라이나의 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 해제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국들의 직접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새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방국이 제공한 장거리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가하는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 이후 워싱턴을 처음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이 문제를 논의한 뒤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무기를 제외한, 서방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하는 쪽으로 입장이 기울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은 이미 자국의 장거리 무기인 ‘스톰 섀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고 싶다는 방침을 미국에 알렸다. 영국은 미국, 프랑스와의 공조전략을 과시하려고 바이든 대통령의 명확한 허가를 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동 주둔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도와주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경고를 받고 미국 무기의 사용 허가는 주저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미국 지대지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사용 허가에 대해 임박한 결정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 제한 완화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현재 그 문제를 풀고 있다”고 답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가 행사할 수단에 관한 것을 포함해 조정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하는 일이 변했고, 전장이 변하면서 우리도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서방국 제공 장거리 무기 사용 원칙을 변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앞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에 관해서도 “긴급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로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이는 분쟁의 본질을 현저하게 바꿀 것”이라며 “이는 나토 국가들, 미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그 경우에는 분쟁의 본질 변화를 고려해서, 우리는 직면할 위협에 근거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런 결정은 아마도 이미 내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할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하지 않은 위성의 정보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나토, 유럽연합(EU), 미국 위성의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경고에 스타머 영국 총리는 13일 “러시아가 이 분쟁을 시작했고, 불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 “러시아가 이 분쟁을 바로 끝낼 수 있다”며 책임을 러시아로 돌렸다. 그는 “향후 몇주, 몇달 동안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정말로 중요한 사태전개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많은 전술적 결정들이 취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에 이어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회담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다.
서방국들의 입장 변화는 최근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전술 미사일 등 추가적인 지원을 받은 것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만약 서방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허용된다면, 러시아는 이 무기 보급을 막는 공격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방 무기가 제공되는 통로인 우크라이나 인접 폴란드 등의 나토 회원국 보급기지나 수송로가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 영내가 공격받는다면, 나토의 집단방위체제가 발동하며 나토와 러시아는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영국 외교관 6명에 대한 자격 승인도 취소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들이 간첩 혐의와 “러시아 안보 위협” 혐의를 받고 있으며, “여러가지 비우호적인 행위”에 대한 조처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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