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붐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일각에서는 이를 독이 든 성배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겪었던 미국의 통상 압박을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설적으로 너무 높은 점유율이 미국 정부의 견제와 독점 규제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60%를 장악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당시 미국이 강도 높은 통상 압박을 가해 시장 개방과 가격 규제를 강요했던 사례가 한국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지배력이 장차 한국 기업을 향한 미국 정부의 추가 투자 요구와 현지 생산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미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들은 AI용 HBM 생산을 위해 범용 D램 공급을 고의로 줄여 가격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법적 분쟁을 넘어, 미국 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정치적·경제적 압박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반도체 공장 신설에 800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도 불안 요소다.
현재는 AI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지만, 향후 대규모 증설분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황 악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엄청난 실적 성장이 오히려 미래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과잉 경쟁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삼성전자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1810% 이상 폭증시키는 역대급 성적표를 내놨음에도 주가가 8% 넘게 급락한 것은 이러한 복합적인 우려를 시장이 반영한 결과다.
투자자들은 호실적 뒤에 가려진 미국의 통상 마찰 가능성과 공급 과잉 리스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실적 그 자체보다, 외부 환경 변화가 주가에 미칠 변동성을 경계해야 하는 구간에 진입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셈법을 요구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국가 간 패권 다툼인 칩워(Chip War)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막연한 낙관보다는 미국발 규제 흐름과 공급망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대외 리스크를 분리해서 판단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