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한정판 굿즈’가 뭐기에…이 추운날 밤샘하는 2040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1. 2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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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더현대 서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한정판 굿즈 사려 300명 개장전 대기
기다림에 지쳐 윷놀이, 화투치기도
3040 향수자극 애니 열풍속 진풍경
25일 오후 11시께 여의도 더현대 지하 통로에서 다음날 오픈하는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이지안 기자>
최근 국내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가 오픈하자 약 300명의 팬들이 오픈런(개점 전부터 대기하는 행위)을 하기 위해 전날부터 팝업 스토어 앞에 대기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높은 경쟁률 속에 본인이 받은 번호표를 팔겠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25일 오후 11시께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지하에는 100m가 넘는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 개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대기하는 이들은 “슬램덩크의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고 밝혔다. 팝업 스토어 주최 측이 굿즈의 일일 수량을 공개하지 않아 100번대가 넘는 이들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순서 4번인 김세령 씨(25)는 “오전 10시 30분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팝업 스토어 오픈런을 위해 밤샘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냐는 물음에 김 씨는 근처 사는 친구들이 음식을 가져다줬다고 답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슬램덩크를 본 그는 “슬램덩크 영화만 5회 관람했다”며 “요즘 시대에 보기 어려운 낭만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이도 있었다. 대전에서 온 주모(21)씨는 “오늘 오후 4시 20분 차를 타고 왔다”며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만 있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SNS에 슬램덩크로 친구가 된 이들이 함께 오기도 했다. 김모(20)씨는 “캐릭터 사진을 올리다 알게 된 친구랑 함께 왔다”며 “아이돌도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슬램덩크에 푹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오랜 대기 시간을 예상해 캠핑 의자부터 담요, 보조배터리 등을 챙겨왔다. 한쪽에서는 기다림이 지루해 챙겨온 윷놀이와 화투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를 챙겨입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슬램덩크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팝업스토어 오픈 대기 장소가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어 막차와 첫차 시간에 맞춰 개방돼 내부 대기는 지하철 운행 시간에만 가능하다”는 공지가 사전에 게시됐기 때문이다. 지하철 운행 시간이 종료되면 야외로 나가 대기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당시 여의도동의 기온은 영하 7도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주 씨는 “야외에서 기다릴 것을 대비해 옷을 겹겹이 입고 왔다”며 “안에 옷을 여섯겹 껴입었다”고 강조했다. 강 씨(21) 또한 안에 수면 잠옷도 챙겨 입고 왔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 관계자가 오전 12시 30분께 번호표를 배부하며 내부 대기는 중단됐다. 임시 번호표는 286명에 한해 배부됐다. 슬램덩크 관계자는 27일부터는 별도의 대기 번호표를 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슬램덩크 열풍은 고조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내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누적 관객수는 25일 기준 총 164만3393명에 이른다.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순위 톱 5에 등극하며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슬램덩크의 열풍을 ‘향수’와 ‘서사’로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나왔던 원작 만화의 팬층이 워낙 두터웠다”며 “지금의 3040세대 사이에서의 열풍은 당시에 탐독했던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평론가는 “20대 사이에서도 열풍인 이유는 콘텐츠 자체 가진 한계 극복의 서사”라며 “요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얘기하는데 각기 다른 약점을 가진 인물들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보며 일종의 갈망이 깃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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