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 작품이 출시된 이후 보더랜드 시리즈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왔다. 미래형 1인칭 슈터임에도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RPG 요소를 더해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동시에, 루팅을 확대하며 루터 기반의 슈터 게임의 기본을 정립했다.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는 에임 기반 슈터 플레이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멀티플레이 루터 슈터라는 플레이 특징이 온라인 플레이에 적합한 주요 게임 플레이 중 하나로 꼽히며 여러 회사가 이를 확장, 발전시켜나갔다. 자연스레 기존의 핵심을 그대로 유지한 보더랜드 시리즈는 비교적 클래식한 게임으로 분류되고 있고 말이다.
기어박스는 그런 보더랜드를 크게 뒤바꿨다. 특유의 플레이에 액션성을 크게 높이고, 심리스 월드를 통해 거대한 세계를 다룬다. 여기에 이야기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그린다. 다만, 이게 기존의 보더랜드 시리즈에 어떻게 녹아들지는 추측과 상상의 영역에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플레이가 그려지게 될 테니까.

보더랜드4를 시작하면 마을 뒤 작은 언덕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마커가 찍힌 첫 번째 목적지. 따로 튜토리얼 같은 것도 없으니 일단 눈에 보이는 마커로 달려가는 게 볼트헌터의 도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보더랜드에서는 멀리 보이는 곳까지 가는 방법은 차량을 쓰지 않는다면 지루하고 귀찮아도 대시 키 눌러 달려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지루하게 같은 공간을 달려가는 데 그치지 않고, 점프해서 뛰고 활공하며 다양한 액션을 이래저래 써 가며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지루함을 달래주는 쓸데 없는 액션이 아니라, 실제로도 잘 쓰면 거리를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이동 액션이 된다.
보더랜드4에 추가된 이런 이동 액션은 다양하다. 이단 점프부터 글라이드로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활공, 빠르게 특정 벽을 오르는 클라임, 멀리 있는 물체를 잡아 끌거나 그래플 포인트로 줄을 걸어 날아가는 그래플까지. 슬라이딩 정도만 있었던 보더랜드3까지의 게임 플레이를 생각하면 슈터를 넘어 속도감 있는 액션 게임 정도로의 변화다. 그리고 이 액션들이 그저 하나하나 '이런 것도 돼요' 정도의 쇼케이스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조합해 게임 플레이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단계까지 다뤄진다.

이렇게 액션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땅에 발 붙이고 심호흡 조준으로 헤드샷 노리는 고전적인 슈터 플레이부터, 하늘을 날고 벽을 딛고 뛰어오르는 하이퍼 슈터에 가까운 플레이까지도 가능해진다.
전에 없던 속도감을 전투와 이동, 양방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액션이 더해지면서 맵의 고저차 활용이 디자인적으로 확대됐다.
당장 전작과 비교해도 수평적으로 넓은 지역과 함께 맵을 수직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게 맵을 넓게 쓴다는 개념보다는 이동해야 할 구간, 그저 경사를 오르고 이동하는 곳 하나에 그쳤다. 사실상 고저차만 있을 뿐이지, 달려가는 게 전부니 수평적으로 펼쳐진 공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높은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이렇게 여럿 생겼다. 멀리 있는 그래플 포인트를 찍어 공중으로 붕 떠 한 번에 벽 위를 오른다든가 하는 수직 이동이 가능하다. 또 일반 점프로 가기 어려운 곳은 더블 점프와 활공으로 스윽 하고 날아가면 된다. 이걸 보더랜드3에 대입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게 제대로 밟을 수 있는 오브젝트인지 확인하고, 앞뒤로 거리를 재가며 하나씩 올라가야 했던 셈이다.

액션성의 추가는 당연히 전투에서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위에 설명한 전투 스타일의 변화는 플레이어의 조작 방식에 따라 게임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럼에도 보더랜드 시리즈 특유의 무기에 따른 플레이 재미는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개발자 브리핑에서는 그 재미를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하기는 했지만, 일단 이번 체험 버전에는 얻을 수 있는 무기가 한정되어 있다보니 그걸 온전히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기 선택 폭이 적었음에도 무기에 따라 내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좋을지 선택하면 되는 건 분명했다.

반면, 한방의 피해량은 높지만, 사거리가 매우 짧은 샷건이라면 빠르게 달라붙어 공격하고, 이동 액션으로 재장전 시간 잘 피해다니는 하이퍼 슈터식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특히 시연 버전에서 얻은 샷건은 재장전 후 단 한 발만 쏠 수 있어 쏘고 피하는 플레이가 강조됐다. 물론 이게 싫다면 다른 무기를 쓰면 되고, 또 이런 플레이 자체가 기존 보더랜드와는 분명 다른 재미를 준다. 사거리가 짧은 무기만이 아니라 에임이 빠르게 튀는 연발 소총류를 쓸 때도 이런 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이렇게 속도감이 높아지고, 적의 공격에 대응할 방법이 많아졌다. 전과 같은 방식이라면 그만큼 플레이어의 조작으로 볼트 헌터로서의 이름도 더 간단하게 레전드가 될 터. 당연히 적들의 움직임도, 패턴도 한층 복잡해지며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적들이 계속 부활하고, 반복 전투를 할 수 있는 특정 지역에서는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운 순간도 더러 존재했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적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기도 하고, 전면 방어를 탄탄하게 하는 쉴드를 졸개 수준에서 들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전이라면 '다구리'에는 장사 없이 얻어 터지며 달려가야 했다면, 이제는 점프로, 그래플링 훅으로, 피할 방법이 많아졌다. 역으로 이런 액션이 역으로 공격 대처법까지 늘려주니 오히려 적들 많은 상황에서 더 역동적인 플레이, 조작, 그리고 재미가 터져나왔다.
이번 시연 빌드는 크게 둘로 나뉘어 있었는데 우선은 5레벨의 초반 볼트 헌터로 퀘스트를 처리하는 내용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제한된 지역을 플레이했기에 보더랜드4에 들어서 중요한 특징으로 소개된 완전한 심리스 오픈 월드를 체험할 수도 없었고, 깊이 있는 스토리도 온전히 느껴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체험하는 공간 자체는 꽤나 넓었었다. 이게 세미 오픈 월드 방식이었던 전작에도 그랬지만, 구현된 필드 자체가 넓으니 이단 점프니 활강이니 생기면서 좀 나아진 거지 여전히 뛰어다니기엔 먼 거리였다. 대신 게임의 첫 퀘스트를 깨고 디지러너를 얻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탈것인 디지러너는 얻은 이후로는 별도의 제약 없이, 언제든 소환하고, 또 돌려보낼 수 있다. 조금 먼 거리 가야할 일 생기겠다 싶으면 바로 디지러너 불러서 타고 가면 된다. 또 바이크 형태라 묘하게 기분 이상해지는 전작의 차량 조작보다는 적응하기 쉽다는 인상도 받는다.

맵에서 체크해 옮겨다닐 수 있는 이동 포인트에 더해 속도감 있는 디지러너가 더해지니 미션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퀘스트마다 넓은 지역을 여러 차례 오가게 하고, 또 한 퀘스트 하면서 지역 이동이 워낙 잦다. 이런 퀘스트 구성은 기계적인 동선으로, 물 흐르듯 진행하는 근래 모바일향 게임들처럼 간단하게 클리어되지는 않지만, 분명 능동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특색은 유지하면서, 속도감을 높여 번거로움은 줄인 셈이다.
여기에 보조 드론인 에코4가 길찾기의 번거로움도 덜어준다. 맵 자체가 넓은데다 이번에는 수직 경로로의 이동도 많아졌다. 자칫 길 잃기 쉬운데 에코4를 활성화하면 퀘스트 경로가 잠시 선으로 표시된다. 여러모로 게임의 편의적 요소를 함께 더한 느낌이다.

이번 작품의 볼트 헌터는 총 넷인데 시연 버전에서는 벡스와 라파, 둘을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보더랜드처럼 이 둘도 기본적인 슈터 플레이 안에서 플레이 방향이 다르고, 그 방향성을 인게임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다르다.
사이렌은 벡스는 특유의 위상 에너지를 사용했는데 그게 단순히 에너지의 파동을 이용하는 방출, 염동, 순간이동 등의 능력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위상을 통한 소환물을 활용한다. 이러한 소환수 활용은 전투 방식에서 큰 자유도를 준다.
슈터라는 게임 특성 상 달려오는 적을 맞추기 어렵지만, 멀리서 또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적을 맞추는 건 긴장도 덜하고,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소환수가 적을 공격하며 시선을 돌리는 탱커 역할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체력 관리도 수월하고, 스킬을 사용해 소환수의 공격을 지정해 피해를 몰아 넣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체험 버전에서는 양 손에 블레이드를 꺼내 근거리에서 공격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특히 이 상황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뀌고, 근접 공격 중심의 플레이를 펼친다. 특히 스킬 트리마다 완전히 다른 방식의 공격이 가능해 실제 플레이에서는 스킬 트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빌드에 따라 색다른 플레이를 예상케 했다.

오디넌스 슬롯의 무기는 별도의 탄약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재사용 대기 시간에 따라 탄이나 사용 횟수가 회복된다. 게임 중 하나의 무기를 더 사용할 수 있는 식. 보통 이 슬롯에 특별한 무기들을 장착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탄약 고민 없이 강력하게 적을 쓸어버릴 방법을 하나 더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리페어 킷의 존재로 보다 적극적인 전투 참여도 가능하다. 첫 작품에서는 인벤토리에 들어가 치유하는, 그다지 의미 없는 방식이었고, 이후 작품에서는 드롭 아이템으로 치유가 가능했다. 이번에는 전투 중에도 디지털 패드 왼쪽 버튼이나 키보드 T 버튼만 한 번 누르면 곧장 체력을 회복한다.
이것도 오디넌스 슬롯 무기처럼 소모성 아이템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아이템이다. 여기에 슬롯에 장착 가능한 아이템인데다, 일시적인 방어력 상승 같은 추가 효과도 붙어 있어 추후 파밍으로 더 강력한 회복과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의 또 다른 파트는 볼트 미션이었다. 이번 시연에서는 정해진 볼트 미션을 오픈하기 위해 몰려오는 적들을 모두 물리친 후 열린 보스 던전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자체가 강력한 보스, 많은 보상, 많은 적 등 협동형 콘텐츠로서 넓게는 엔드 게임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그만큼 이번 시연에는 어느 정도 성장이 진행된 20레벨 캐릭터를 조작해 플레이할 수 있었다.

벡스는 늑대처럼 부릴 수 있는 소환수 대신 자신과 닮은 근접 캐릭터를 특정 위치에 깔아둘 수 있었는데 세 개까지 깔아둘 수 있어 보스의 공격을 받아내는 데 탁월했다. 라파는 포격 형태로 변신하고 여러 사격 무기를 뿌려대는 형태로 원거리 공격에 더 특화된 능력을 보여줬다.
다만, 한 쪽은 탱킹 역할을 도울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 솔로 플레이에서는 벡스가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두 명이 함께 플레이한 멀티 플레이 상황에서는 라파가 충분히 딜을 넣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나름의 역할에 따른 플레이가 가능한 구조였다.
피치포드 대표는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빌드가 고정되어 있어 솔로 플레이가 벡스에게 더 유리했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다양한 빌드로 다른 양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전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강화된 액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피하고, 쏘는 수준 이상의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구간, 강조된 특징의 일부만을 확인할 수 있는 시연이었음에도 그 변화의 체감은 훨씬 컸다. 액션성이나 시스템 변화가 주는 차이는 단순히 보더랜드3에서의 변화 폭만 봐도 기존 1, 2, 3에서의 변화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더 큰 월드와 긴 이야기 속에서 짧은 실기 플레이가 보여준 장점이 제대로 드러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시연은 보더랜드4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