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나온 통합사회·과학…평이하다지만 사교육 조장 우려도
입시업계 "신유형에 어렵게 느낄 가능성"…"학습부담↑·문과생 불리"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응시하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으로 치르는 '통합형 수능'이 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6일 공개한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문항은 통합사회 14개, 통합과학 12개 등 총 26개다.
예시문항을 본 입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맞추려고 애쓴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처럼 2개 과목을 선택해 치르는 대신 모든 수험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에 응시하게 되면서, 수험생의 학습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교육당국은 "전략적으로 버릴 수 있는 과목이 발생하지 않게, 기초적인 개념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수능 개편의 취지"라며 "교육과정에 충실히 근거해 출제할 것이기 때문에 추가 학습량이나 사교육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문항 공개…"전 영역 융합"
교육부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는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의 '통합사회1', '통합사회2'에 근거해 출제된다.
통합사회 교육과정은 사회과(지리, 일반사회, 역사)와 도덕과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바탕하고 있으며, 문항 역시 영역들의 유기적 결합을 기본 방향으로 개발됐다.
통합과학은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통합과학1', '통합과학2'에 근거해 출제된다.
중요한 과학 지식과 개념에 대한 이해·적용은 유지하되, 선택형 문항 평가에 적합하도록 과학 탐구과정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 요소들을 일부 수정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사전 공개한 예시문항 중 하나를 살펴보면 통합사회의 경우 세계지도에서 이슬람 국가인 '㈎국가'(사우디아라비아)를 검은색으로 표시하고, 이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찾는 문항을 제시했다.
①∼⑤번 선택지는 해당 국가의 생활상과 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문항은 '세계지리'와 '사회문화'가 통합된 유형이다.
교육부는 "여러 영역의 소재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문화권의 특징과 생활양식에 관한 개념과 지식, 원리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본다"며 "자연 및 인문환경이 삶의 방식과 연관돼 있음을 이해하고,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문화 현상을 통합적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통학과학은 디지털 센서를 활용해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측정하는 탐구활동 내용을 제시하고, 설명 중 옳은 것을 고르는 문항이 예시로 나왔다.
현재 과학탐구 영역 중에서는 지구과학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특정 영역의 소재를 접목해 탐구한 결과를 그래프 등의 자료로 나타내고 해석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라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과학기술과 관련한 실제 맥락에 적용·탐구하는 능력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사회의 경우 지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윤리 등이 결합한 형태의 문항으로 전 영역에 대한 지식과 개념 이해가 중요하다"며 "통합과학은 물리, 지구과학, 화학, 생명과학 등이 결합한 형태로 문제가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예시문항은 개정 교육과정의 행동영역, 내용요소, 성취기준에 따라 출제했다"며 "고교학점제에 따라 고2·3이 되면 선택하게 될 과목의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융합적인 문항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학교공부로 충분하다지만…'학습 부담·사교육 확대' 우려 여전
이날 공개된 예시문항은 일단 고교 수업을 충실히 따라간 학생이라면 풀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원 관계자는 "통합형이 강한 것이 있고 약한 것이 있는데, 강한 것은 여러 성취 수준이 얽혀 있다"며 "그렇다고 교육과정에서 이탈된,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초고난도 문항이 나오는 건 아니고 상당히 평이하게 출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수능에서는 변별력을 갖춘 고난도 문항이 나올 수밖에 없고, 생소한 유형의 문제를 접하게 된 수험생 입장에서는 체감상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공교육 안에서 공부하고 준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출제된다고 해도 수험생으로서는 자신이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목을 모두 치러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입시 전문가는 불안해진 수험생이 사교육에 기댈 확률이 커졌다고 본다.
특히 문과생들의 '과학' 부담이 커져 관련 사교육이 확대되거나 이과 학생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 사회, 과학 모두 전 영역에서 출제되고 상대평가인 과목이기 때문에 변별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으로 고교 진학 후 사회보다 과학 과목의 학습 부담이 크기 때문에 통합과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모의고사 등을 통해 여러 영역이 결합한 신유형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교육당국의 의도와 관계 없이 학부모는 교과내용을 통합이나 융합할 경우 문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에 대한 선행학습 움직임이 더 있을 것이어서 사교육비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고1 수준에서 많이 듣는다"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학습량이 많거나 내용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해서 특별하게 학습량이 늘어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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