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사회복지시설 10곳 중 4곳 2년 전보다 후원 줄었다
기부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이를 녹여줄 따뜻한 온정, 나눔의 손길이 절실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선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중심으로 한 나눔 열기가 더욱 활발히 타올랐다. 그렇다면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선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 재정에는 여유가 생겼을까.
충청투데이는 복지 공시 사이트인 ‘복지로’를 활용해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 실적을 분석했다. 전체 589개 시설 중 2021~2023년 예·결산 내역이 모두 공개된 240곳을 대상으로 했다. 완벽한 전수조사는 아니지만, 지역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 실적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편집자 주>
◆총액 늘었는데도, 복지시설 40%는 2년 전보다 후원금 감소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 240곳의 후원금 수입 총액은 2021년 72억 2574만(1000원자리에서 반올림), 2022년 75억 6858만원, 지난해 83억 1960만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시설 유형별로 살펴도 △일반사회복지시설 17곳 2021년 21억 7626만원→2023년 26억 7492만원 △아동복지시설 85곳 같은기간 21억 3390만원→22억 1025만원 △장애인 관련 시설 102곳 20억 1744만원→24억 1807만원 등 모두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후원금 수입은 시설이 후원자로부터 직접 받는 방식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후원기관을 거쳐 받는 방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층을 직접 지원하는 일선 사회복지시설로 흘러가는 후원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문제는 복지시설의 개별 실태다. 후원금 총액이 늘었다는 전체 흐름과 달리 오히려 후원금 수입이 준 시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가 분석한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 240곳 중 43%에 달하는 103곳은 지난해 후원금 수입이 2년 전인 2021년보다 감소했다.
특히 33곳(13.8%)은 2년 연속으로 후원금이 쪼그라들었고, 지난해 기준 후원금이 아예 ‘0원’인 시설도 12곳(5%)으로 집계됐다.일례로 대전 동구의 A지역아동센터는 2021년 4450만원이던 후원금 수입이 2022년과 그 다음해 0원으로 주저앉았다.
또 중구의 B종합사회복지관은 2022년까지 1억 5774만원이었던 후원금이 지난해 단 1년 만에 166만원으로 무려 95배 급감했다.물론 조사 대상의 과반인 129곳(53.8%)은 2년새 후원금 수입이 증가했지만, 커진 총량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의 양극화가 상당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코로나 반사이익 끝? 올해 후원금 감소 전망 우세
대전지역 사회복지시설의 상당수는 올해 후원금 수입을 지난해보다 적게 예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부터 2년 연속으로 지역 복지시설 후원금 총액이 증가세를 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본보가 지역 사회복지시설 240곳의 2024년 예산안 상의 후원금 수입 총액을 조사한 결과 76억 284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예산안에 기재된 후원금 총액(87억 5312만원)보다 12.8% 적은 금액이다.개별 시설별로 살펴도 올해 예산안에서 후원금 수입액을 지난해 예산안 때보다 줄인 곳은 133곳으로 55.4%에 육박했다.
반대로 지난해보다 후원금 수입을 예산안에 더 책정한 사회복지시설은 75곳(31.3%)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2곳은 예산(13.3%) 상 후원금 수입에 변동이 없었다. 대덕구의 C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예산안에 1억 7127만원으로 잡았던 후원금 수입을 올해 예산에선 1156만원으로 무려 1억 5000만원 이상 뺐다. 유성구의 D지역아동센터처럼 지난해 3712만원이었던 예산안 상 후원금 수입을 올해는 아예 0원으로 제외한 곳도 있었다.
지역 사회복지시설 상당수가 올해 후원금이 줄 것으로 예상한 배경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도 사실상 끝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팬데믹 때는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종식 후 시간이 꽤 흘러 이같은 인식이 무더졌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경력 18년차의 박수진 전 대전사회복지사협회 사무처장은 "코로나 시기에는 마스크 등 현물 후원이 많았다"며 "대전은 큰 기업이 많지 않아 법인 모금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나래 건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기부를 끊었을 때 공동체성을 저버렸다는 불편함을 느껴 실제 후원금이 줄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서민 경제가 어려우니 복지시설에도 후원 목표치를 낮춰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복지시설의 감초… 개인 기부 절실
복지 전문가들은 후원금이 사회복지시설의 한해 살림에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재원이라고 강조한다.
지자체로부터 받는 보조금은 용처가 엄격히 제한돼 있어 복지시설이 긴급한 상황에 예산을 투입하는 유연성을 갖추려면 후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일례로 장애인주거시설에서 여름이면 전기료라 1000만원 넘게 나간다"며 "이런 부분은 보조금으로 해결할 수 없어 후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대외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기부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개인 기부가 중요하다고 힘준다. 금액 자체에는 기업의 통 큰 쾌척이 더 도움되겠지만, 사회적 문화를 형성하는 데는 개개인의 작은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후원금을 직접적으로 받아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도 후원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른다.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코로나 시기 후원금이 늘긴 했지만 비대면이 일상이 된 탓에 시설로 봉사활동을 오는 사람이 줄고 그러면서 예비, 미래의 후원자가 모이지 않는 비극이 초래됐다"며 후원자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배나래 교수도 "어떤 기업이 1억원을 기탁했다고 내년, 매년 그런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소액이라도 후원이 꾸준해야 시설이 운영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관이 후원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개해야 후원자의 기부 체감도를 높이고 더욱 많은 후원자를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한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 나눔 확산을 위한 사랑의 온도탑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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