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업공개(IPO) 심사가 일시 중지되면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이 미뤄지면서 당초 계획됐던 증설 일정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IPO 일시중지…재무자료 유효기간 만료
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최근 창신메모리의 과학창업판(커촹반·科創板) IPO 심사 상태를 ‘중지’로 변경했다. 상장신청서에 포함된 재무자료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보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IPO 제도상 재무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며 갱신 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 심사가 일시 중단된다. 이후 자료를 보완하면 심사가 재개되는 구조다.
이번 조치는 창신메모리만의 일은 아니다. 같은 날 다수의 기업이 같은 사유로 심사중지 상태가 됐다. 자료 보완 이후 심사가 다시 시작되는 만큼 IPO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상장 시점이 늦춰지면서 투자계획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초 창신메모리는 이르면 올해 1분기에 상장해 295억위안(약 6조4569억원)을 조달하고 생산라인 투자와 설비확대에 나설 계획이었다. 특히 IPO 이후 월 6만~7만장까지 웨이퍼 투입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하반기부터 범용 D램 시장에 추가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IPO 심사가 일시 중지되면서 자금조달과 생산능력 확대 일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무자료 갱신과 심사 재개까지 일정 기간이 필요한 만큼 상장 시점도 수개월 이상 밀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하반기까지 상장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기 부담 완화…중장기 우려는 지속
이는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우호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신메모리의 증설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전체를 좌우할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그동안 해당 물량이 추가되는 시점을 부담 요인으로 평가해왔다. 특히 범용 D램은 공급 변화에 민감해 신규 물량 유입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가격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감이 이어졌다. 그러나 IPO 일정 지연으로 이러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
최근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추가 물량 유입 시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점은 수익성 측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현재 계약가격 기준 D램 영업이익률이 80%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다만 메모리 업계의 중장기 경쟁구도까지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장 시점은 늦어졌지만 투자와 증설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창신메모리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투자를 이어가며 내수시장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흐름을 보이면서 성장 기반 또한 한층 강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지난해 550억위안(약 11조998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매출과 비교해 13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또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도 5%를 기록해 메모리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IPO 이후 월 6만~7만장의 증설이 예상됐지만 상장이 지연되면 투자집행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증설 규모 자체가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추가 물량이 들어오는 시점이 늦춰진 것만으로도 시장에서는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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