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픈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방과 후 전쟁활동'은 정체 모를 구체와 싸우며 성장하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 웹툰이 강력한 팬덤층을 형성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한 탓에 영상화 되는 동명의 OTT 콘텐츠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방과 후 전쟁활동은 '구체'로 표현되는 미지의 존재와 싸우며 성장하는 기본 서사를 바탕으로 요즘 세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공감을 얻었다.
특히 3학년 2소대를 이끄는 소대장 '이춘호'는 '웹툰 속 인물을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호평과 함께, 6화 엔딩을 장식하며 파트2의 기대감을 높이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블로터>는 방과 후 전쟁활동에서 '이춘호' 역을 소화한 신현수 배우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청취했다. 다음은 신현수 배우와의 일문일답.

Q.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춘호는 호평이 많았는 데 어떤 기분인가?
신현수: 기분이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이전 작품에서 사랑 받았던 느낌과는 또 달랐던 것 같다. 방과 후 전쟁활동 전에 제가 표현했던 캐릭터와는 결이 많이 다른 인물이었기 떄문이라 생각한다. 제 연기에 대한 설득력이 있었다라고 느껴지는 어떤 반증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느끼면서 요즘 하루 하루 좋은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다. 봄을 맞이해 저도 개화한 느낌이다.
Q. 춘호로 분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들이 있다면?
신현수: 평소에 작품을 준비할 때 영화 레퍼런스를 많이 참고한다. 방과 후 전쟁활동을 준비할 때는 생각나는 영화를 체크해 몰아서 감상했다. 전쟁 영화 중에서는 지휘관이 돼 군 인력을 통솔하고 희생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봤다. 총기 액션도 처음이어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보게 됐다. 촬영 현장에서는 춘호가 보여줄 수 있는 능숙한 총기액션을 위해 연습한 부분을 액션팀과 공유하며 만들어 나갔던 것 같다.

Q. 가장 많이 참고했던 작품은 어떤 것인가.
신현수: 제가 방과 후 전쟁활동 대본을 봤을 때 영화 '고지전'에서 이제훈 배우가 연기했던 역할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 인물에 포커스 맞춰서 봤는데 춘호와 생각하는 지점이 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고지전에서 악어부대가 출정하기 전 일영(이제훈 분)이 작은 목소리로 '살아서 집에 가자'고 하는데 이게 딱 춘호의 마음이다. '스스로 생존해야해'라고 하지만 '살아서 집에 가자'는 것이 실제로 생각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춘호가 5화에 등장한 밀가루 신 이후 '한 가지만 명심하면 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고지전에서 나온 일영과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한다.
Q. 원작 웹툰에서는 어떤 부분을 참고했나?
신현수: 춘호라는 인물을 알아보기 위해 웹툰을 보기도 했지만 하일권 작가(원작 웹툰 작가)님이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를 빨리 읽어내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왜 했는 지, 구체가 왜 등장하고, 고3들이 마주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메시지를 빠르게 캐치하고 싶어서 웹툰을 봤다.
감독님도 그 메시지와 같은 생각으로 이 작품을 연출하셨는데, '수능'을 '구체'로 변환해서 아이들과 마주하게 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 지점에서 저도 공감했고 이 메시지를 우리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를 계속 상의하면서 연기했다. 웹툰에서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메시지를 잘 차용한 것 같아서 웹툰을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Q. 하일권 작가의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신현수: 수능을 구체에 대입해 아이들이 막연하게 싸우고 있는 현상에 집중했다. 어느 순간 나는 구체와 전쟁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 지에 대한 이야기가 파트2에서 나온다. 파트2에서는 아이들이 '우리는 왜 끝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의문을 던지기 시작하며 사춘기와 성장통을 겪다가 서로 갈등이 심화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제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파트2의 이야기가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내포하고 있다. 파트1이 춘호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하나가 되고 성장하는 이야기였다면 파트2는 춘호의 희생을 통해 각성하고 성장한 아이들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다.
Q.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한 구체 때문에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신현수: 크리쳐물이 처음이라 굉장히 생소했다. 구체가 CG이기 때문에 실제로 보이지 않는 대상과 연기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대상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을 마주한 긴박함을 연기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구체와 마주해서 합을 맞추고 연기할 때 현자타임(현타)이 왔다. 운동장에서 제가 아이들을 구해주고 총 개머리판으로 구체를 밀어내는 연기를 하는데 스태프분들도 '저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모니터에서 CG가 들어간 화면을 보면서 다시 동선을 맞추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굉장히 약간 민망했지만 연기를 거듭하면서 나중에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구체가 눈에 보여서 합이 잘 맞았다. 구체 제거 작전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사방에서 구체가 몰려오는데, 해당 장면에서는 학생 배우들이 알아서 (구체가 온다는 가정하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분산됐다. 그걸 보면서 구체에 금방 익숙해졌구나 하고 느꼈다. 구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갖다보니 그 뒤부터 촬영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 같다.

Q. 춘호가 된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신현수: 5화에 등장하는 밀가루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 정리되고 나서 이야기할 때 '내가 이 전쟁을 끝내줄 수는 없겠지만 너희들은 한 가지만 명심하면 돼. 무조건 끝까지 살아남는다. 내가 너희들 지켜줄게. 그건 약속할 수 있어'라고 얘기하는 신을 촬영하는데 그 대사를 보고 춘호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춘호가 아이들 앞에서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저한테 개인적으로 너무 소중한 신이었다. 오히려 6화에서 춘호가 희생하는 신보다 저는 밀가루 신이 저한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 신을 찍을 때 제가 아이들을 둘러보다 홍사빈 배우를 봤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 저도 그때 갑자기 감정이 확 몰려와서 고개를 돌리니까 다른 학생 역할 배우들도 다 눈물을 보였다. 왠지 춘호라면 이런 상황에서도 절제할 것 같아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신을 찍을 때 학생 역할 배우들과 교류했던 감정들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즐거웠고 연기적으로도 합이 좋아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액션 연기 제안 외에도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있나?
신현수: 현장에서 그런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께서 많이 오픈해 주셨다. 아이들이 다 각자 인물에 대한 캐릭터 구축을 했고 저도 그랬기에 어떤 상황들에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을 툭 뱉어봤을 때 감독님께서 좋아하시면서 리허설 때 그 대사나 포인트를 살려주셨다.
예를 들면 3화 운동장 신 때 제가 구체를 제거하다 '학생들 보호해'라고 외치는 대사가 있는데 사실 대본에 없었던 것이다. 대본에는 안 적혀 있었지만 제가 춘호가 된 입장에서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군인들이 아무도 학생들을 지키지 않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흔쾌히 굉장히 춘호다웠다며 너무 좋다고 받아주셨다.
또 6화에서 제가 아이들한테 무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를 감독님이 직접 저에게 제안하셨다. 실제로 춘호를 수 개월간 연기했고 아이들과도 소대장과 소대원처럼 지냈기에 지금의 감상을 가지고 글을 적으면 춘호스럽게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가 편지 쓰듯 정성 들여 글을 썼고, 작가님이 정리해주셨다.
무전하는 장면에서는 제 음성만 나올 뿐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나오지 않아 따로 촬영했을 것이라 생각하실텐데 감독님이 (제가 같은 장면에 나오지 않더라도) 학생 배우들 앞에서 실제로 읽여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촬영이 없었음에도 춘호 분장을 하고 현장에 나갔다.
제가 쓴 글을 읽어주는데 저도 눈물이 나고 학생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실제로 울음이 터져서 다 같이 대성통곡하듯이 울게 됐다. 감독님이 컷 하시면서 나오는데 눈물을 흘리시면서 '너무 슬프다. 작품할 때 모니터 보면서 운 적이 처음이다. 너무 귀한 경험이다'라고 하셨다.
이런 접근이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제 장례식을 보는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죽었을 때 내 지인들이 와서 저렇게 슬퍼하면서 울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신 찍을 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Q. 실제로 방과 후 전쟁활동과 같은 재난 상황이 벌어진다면?
신현수: 부모님을 모시고 도망갈 것 같다. 제가 외동아들이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최대한 추운 쪽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설정상) 남극에는 구체가 한 마리도 없기 때문이다.(웃음) 가장 추운 쪽으로 가서 최대한 생존하려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영상 속 춘호처럼 살 순 없다.
Q. 앞으로의 길에서 이번 작품이 어떤 의미가 될 것 같나?
신현수: 방과 후 전쟁활동은 배우 신현수의 생각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작품인 것 같다. 사실 이전까지는 청춘물이나 로맨스에 국한되어 있던 것들이 제가 원하는 취향이었다. 여기에는 장르적인 의심이 존재했는데 예를 들면 죽음. 살인, 쫓고 쫓기는 감정 등 '내가 경험하지 못 했던 부분을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고 '그냥 이런 느낌이겠지'라고 서툴게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것들을 녹여낼 현실적인 작품만 주로 했었는데 방과 후 전쟁활동은 완전히 달랐다. 구체를 만나보지도 못했고 총으로 누군가를 쏴서 생명체를 죽여보지도 못했지만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장르적 특성이 있는 작품들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내 진심을 투영할 수 있게 되더라. 실제 경험과 연기에 대한 부분이 방과 후 전쟁활동을 만나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시각이 많이 넓어질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Q. 춘호가 엔딩을 장식했는데 파트2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인가?
신현수: 춘호의 희생이 있지만 파트2에 제가 안 나오진 않는다. 방과 후 전쟁활동 팬분들과 배우들에게 선물같은 장면이 있는데, 파트2에 그 부분이 나온다. 파트2에서는 그 장면을 기대하는 묘미가 있지 않을까. 다만 춘호는 가슴 속에 묻어주시길 바란다.
Q. 춘호를 떠나보내며 신현수가 하고 싶은 말.
신현수: 그 곳에선 행복하길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그 곳이란 극 중 소연이 마음 속일 수도 있고 저 먼 곳 어디일 수도 있다. 어느 곳에서든 춘호가 행복하길 바라며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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