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우리 반도체 심으면 판도 바꾼다”…삼성 SK가 또 맞붙은 차량용 칩 전쟁 [위클리 반도체]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4. 9.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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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훈 기자의 위클리반도체 - 9월 넷째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를 떠날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많은 독자분들께서 반도체라고 하면 인공지능(AI)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번에는 차(車) 반도체를 주제로 들고 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량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거든요.

특히 삼성전자가 가속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앞서가고자 무한 질주에 나섰죠. SK하이닉스는 이미 차량용 HBM을 만들며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가 거센 추격에 나서면서 함께 속도를 높이고 있죠. 이번주 위클리 반도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량용 반도체 질주를 살펴보겠습니다.

삼성 “2025년엔 車 메모리 1위로”
삼성전자가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 LPDDR4X 인증을 획득했다. <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가 차량용 HBM4E를 2027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반도체 미주총괄(DSA)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자동차 전장 포럼에서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죠.

48GB 용량에 초당 2TB 대역폭이라는 구체적 스펙도 함께 밝혔어요. 자율주행 수준을 높이려는 완성차업계 요구에 따라서 차량용 HBM 고도화에도 속도를 높이고 나선 겁니다. 완전자율주행(Level 5)에서는 5000TOPS를 갖춰야 하는데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용량·대역폭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용량·대역폭을 크게 높인 HBM이 있어야만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거죠.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접목·탑재된 차량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고용량·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죠.

이에 삼성전자는 퀄컴과 맞손을 잡았습니다. 삼성전자는 퀄컴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탑재되는 차량용 메모리(LPDDR4X)를 공급하고 있어요. 최대 32GB LPDDR4X를 공급하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퀄컴은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에 차량용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로선 퀄컴을 고리로 현대차·폭스바겐·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셈이죠. 삼성전자는 조만간 차세대 제품인 LPDDR5도 양산할 계획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에는 업계 최초로 8세대 V낸드를 적용한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미 고객사에게는 업계 최고 속도 256GB 샘플을 제공했다고 하네요. 연속 읽기 속도(4400MB/s)와 연속 쓰기 속도(400MB/s)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전력 효율은 50% 개선하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했죠. 내년 초에는 업계 최고 용량 제품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세대 V낸드 기준으로 업계 최고 용량인 2TB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내년 초에는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 “이미 구글에 車 HBM 공급”
SK하이닉스 HBM2E <SK하이닉스>
HBM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입니다. 구글에 차량용 HBM을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었거든요.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가 고객사입니다.

강욱성 SK하이닉스 부사장은 “HBM2E를 차량용으로 따로 설계해 웨이모에 공급했다”며 “차량용 HBM을 공급한 사례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차량용 HBM 공급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완전자율주행(Level 5)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량용 HBM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거죠. 그래도 SK하이닉스는 HBM2E 샘플을 웨이모에 공급했다는 레퍼런스를 쌓으며 ‘HBM 강자’라는 점을 재차 입증했습니다. 향후에는 차량용 HBM3E 양산도 준비할 계획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품질도 속속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지난해에는 국내 반도체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utomotive SPICE) 레벨2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인증 획득을 위해 독일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인증 솔루션을 자사 디지털전환(DT) 기술에 접목했었죠.

SK하이닉스는 전담 조직도 구성하며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주고 있어요. 2016년에는 차량용 전장사업 태스크포스(TF)를 ‘오토모티브 전략팀’이라는 공식 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2019년부터는 개발제조총괄 산하에 담당 임원을 배치하고 D램·낸드를 아우르는 조직을 꾸렸습니다. 한 자릿수였던 인력은 세 자릿수로 늘어났죠.

시장도 ‘쑥쑥’ 큰다…2027년에는 140조원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전망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량용 반도체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시장 성장 가능성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7년에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1044억5400만달러(약 140조원)까지 커질 거라고 내다봤죠.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 규모가 62억8300만달러(약 8조4000억원)였는데 2028년에는 128억9300만달러(약 17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차량용 반도체에 신경 쓰는 이유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마이크론(44%)이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32%)가 8%포인트 차이로 뒤쫓고 있는 형국이죠. 그래서 삼성전자가 2025년에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거머쥐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겁니다.

HBM 적층을 놓고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기록을 경쟁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AI 가속기를 넘어서 차량용 HBM으로 전선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질주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칩워(Chip War) 최전선에서 투자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매주’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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