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노리는 삼성·한화생명, 조직규모 확대 경쟁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옥.

생명보험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고객 최접점인 설계사 조직을 늘리는데 공 들이고 있다. 보험영업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업계 수위권을 지키기 위한 양사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조직규모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모두 설계사 조직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 영업현장은 설계사 수가 많을수록 인원 당 고정비용은 줄고 매출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

생보사의 리더 격인 두 회사의 전략에 언론의 관심도 높다. 최근에는 한 매체에서 한화생명이 부산 지역에 거점을 둔 대형 보험대리점(GA) IFC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화생명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설계사 인원 변화 추이 /자료=각 사, 그래픽=박준한 기자

업계 관계자는 "나중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IFC는 설계사 규모 2000여명으로 한화생명이 품을 경우 한화생명 자회사형 GA 소속 설계사 규모가 단숨에 3만명이 넘게 되므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설계사 조직 확대는 상반기 콘퍼런스콜에서도 주요 관심사였다. 양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늘리는 중이다.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 채널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이다. 최근들어 생보업계는 GA쪽으로 제판분리를 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를 분리한다는 뜻으로, 상품을 만드는 보험사와 이를 판매하는 판매 자회사로 분리해 각각 운영하는 형태를 의미.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 따르면 GA쪽 생산성이 약 20만원 정도 판매할 때 회사 전속FC(설계사)는 50만원 이상 수익성을 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GA전략을 채택하지 않고 전속채널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전속채널에서 신계약 매출의 70%를 확보하며 당기순익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40% 급증할 수 있었던 것도 전속채널의 판매 역량에 기인한다.

삼성생명은 생보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매월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며 독창성있는 상품이나 특약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두 번째 배타적 사용권을 노리고 있다. 올해 생보업계 전체 배타적 사용권 신청의 약 70%, 현재까지 부여받은 건수의 약 60%가 삼성생명 몫이다.

이처럼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은 상품이 많으면 삼성생명 상품만 취급하는 전속채널의 상품 판매 경쟁력이 강화돼 타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제판분리를 단행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조직하고 이후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GA 쪽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속적인 고능률 FP(설계사) 리크루팅을 통해 조직규모를 확대했으며 13차월 정착률도 안정적인 수치를 가져가고 있다"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의 FP(설계사) 수는 2만9184명을 기록하며 제판분리 이후 약 1만명 이상 증원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GA채널은 계약 유지율이 안 좋다는 인식을 깨고자 유지 관리 제도 및 시스템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올해 13회차 유지율(계약 후 13개월이 되는 날까지 정상적으로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이 1, 2분기 연속 90%를 넘겼다. 지난해 말 기준 생보업계 전체 평균이 83.2%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도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이후 안정적으로 흑자 구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만에 지난해 당기순익의 80%를 넘어서며 순항 중이다. 자산 규모도 지난해 말 1조5380억원 규모에서 상반기 말 기준 1조5970억원으로 늘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