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웨스 앤더슨의 미장센 (a.k.a 웨장센)

이 감각적인 포스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김정은
오바마, 클린턴
트럼프, 메르켈


동화 같은 색감, 안정적인 대칭 구도에서
혹시 떠오르는 영화나 예술가가 있었나요?
*
이건 스페인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AI를 사용해 만든
가상의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정치인 캐릭터' 그림입 니다.
각 나라의 정치인들을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인물들처럼 등장시켜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되었죠.

누구나 화면을 보는 순간 감독이 누구인지 알아챌만큼,
독창적인 영상 미학을 구축한 우리 시대 최고의 필름메이커, 웨스 앤더슨.

단숨에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완벽한 미장센에 매혹된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앤더슨 스타일'을 오마주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290만 뷰 조회수를 기록한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스타워즈>
290만 뷰 조회수를 기록한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스타워즈>
290만 뷰 조회수를 기록한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스타워즈>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스타워즈>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8DT5Q8kzI

위 사진은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스타워즈> 예고편 중 한 장면입니다.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웨스 앤더슨 영화의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는
이 영상은 290만 뷰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 같은  '앤더슨 스타일' 콘텐츠 붐을 일으켰습니다.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아바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0tZthQy_3SY
가상의 웨스 앤더슨 판 <해리포터>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6h0AjRf-rns

 
보는 순간 시선을 뺏기고 마음을 사로잡는
'앤더슨 스타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 웨스 앤더슨 미장센 전격해부 *

웨장센WES-EN-SCÈNE
필수 요소 5가지

1. 안정감을 주는 완벽한 대칭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개들의 섬>
<로얄 테넌바움>
웨스 앤더슨 영화의 대칭 화면은 보는 사람을 위로하는
뭔가가 있죠. 모든 게 잘 통제되고 있다는 안정감을 제공하고,
관객의 시선을 감독이 중요하게 여기는 곳으로 향하게 만듭니다. 웨스 앤더슨은 가장 중요한 요소를 화면의 한가운데 두고
정면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프레임을 구성합니다.
이때 카메라와 피사체는 90도 각도를 이룹니다.
프레임의 가운데에 수직으로 선을 그으면 양쪽이 거울처럼
대칭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2.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컬러 팔레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개들의 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이 새 영화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컬러 활용 계획과 영화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구성한 이미지 보드를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일.
직접 잡지에서 오려낸 이미지와 의상 레퍼런스 자료를
구성하여 배우와 각 제작부서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3. 오버헤드 숏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개들의 섬>
<개들의 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구스타브가 케이크를 잘라 나눠주는 장면. 사실 케이크를 자르는 손은 웨스 앤더슨의 손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는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오버헤드 숏이 자주 등장합니다.
중요한 정보나 사물을 드러낼 때나
책, 레코드플레이어, 계획표, 엽서, 상자 속에 든 내용물, 지도
탈출 계획, 나아가 갖가지 용품들이
오버헤드 숏의 대상이 됩니다.

4. 정갈한 그 느낌, 푸투라 폰트! 

푸투라Futura 폰트.
틸다Tilda 폰트
아처Archer 폰트
웨스 앤더슨은 데뷔작 <바틀 로켓>부터 <로얄 테넌바움>
<다즐링 주식회사>, 여섯 번째 영화인
<판타스틱 Mr. 폭스>까지 쭈욱~ 항상~
영화 포스터의 제목부터 캡션, 심지어는 마케팅 자료에까지
'푸투라 폰트'를 고수했습니다.
<문라이즈 킹덤>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어울리는 다른 폰트들을 선택했죠.

5. 근사한 의상들과 코스튬 (feat. 유니폼에 미친 영화감독...)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호텔 컨시어지와 로비로비 유니폼
<문라이즈 킹덤> 카키 스카우트
<로얄 테넌바움> 채스 테넌바움과 두 아들
<판타스틱 Mr. 폭스> 주인공들과 웨스 앤더슨. 앤더슨과 미스터 폭스는 똑같은 디자인의 브라운 코듀로이 수트를 입고 있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의상'은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만큼이나 중요하며, 큰 존재감을 뽑냅니다.
앤더슨은 <로얄 테넌바움>을 촬영할 당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캐릭터에게는 자기만의 코스튬이 있어요."
그리고 유난히 ‘유니폼’이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로는 '유니폼’이 아닌 의상도 꼭 유니폼처럼 보이기도 하죠.
재밌는 트리비아 하나. <판타스틱 Mr. 폭스>에서 주인공 미스터 폭스는 브라운 코듀로이 수트를 입고 등장합니다. 웨스 앤더슨은 미스터 폭스의 옷을 지을 때 똑같은 옷감, 똑같은 스타일로 본인의 수트도 재단해 입었다고.
웨스 앤더슨

이 글은 『웨스 앤더슨』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살피며
작품세계가 만들어진 궤적을 빠짐없이 조망하는 책이에요.

웨스 앤더슨

영화평론가이자 영국의 유서 깊은 영화 전문지 《엠파이어 매거진》의 편집장을 지낸
저자 이안 네이선은 감독과 제작진, 배우의 심도 있는 인터뷰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환상적인 미장센과 깊은 애수를 품은 그 영화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창작 과정에 얽힌 무수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룸메이트와 함께 짧은 흑백 단편영화를 찍던 청년이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25년여에 걸친 시간을 따라가며 ‘영화광’이자 ‘디테일에 미친’ 연출가, 각본가이자 작가주의 감독인 웨스 앤더슨의 면면이 입체적으로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의 세계를 소장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디자인과 제작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습니다. 웨스 앤더슨을 사랑하는 스페인의 아티스트 펩 보테야가 〈문라이즈 킹덤〉 속 한 장면을 오마주한 특별한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어요. 여기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멘들스 케이크 상자를 본뜬 북케이스까지 곁들여 완성했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을 사랑하는지, 사랑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 책을 고른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하고 싶다.
천진한 듯 비애를 띤 그 영화들이 어떻게 움트고 빚어졌을지
궁금했던 이에게, 이 책은 현장으로의 초대장이 되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게 해준다.
- 정세랑 소설가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과 감수성, 컬러 팔레트를 책의 물성 자체로 구현해낸 야심으로 반짝인다.
이 책을 펼치는 행위는 웨스 앤더슨 세계를 채우는
앙상블이 되는 경험이다.
- <씨네21> 김소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