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VIP 잡아라"…100억+α '패밀리오피스' 도전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차증권 사옥 전경 /사진=강주현 기자

현대차증권이 1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을 보유한 가문의 자산관리와 승계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중심의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중형 증권사인 현대차증권이 진입하는 셈이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8월5일까지 패밀리오피스 및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고객 지원 담당자를 채용한다. 담당 업무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개발 및 제휴법인 계약 및 관리, VIP 고객 등급 관리 및 서비스 운영이다.

지난 3월에는 '더 에이치(The H)'라는 자산관리 상표권도 출원했다. 지정상품 목록에 △공공 및 개인 자산금융업   △금융 또는 재무에 관한 상담업 △금융자산운용업  △금융투자자문업 △재무관리 및 상담업 등이 포함돼 일각에서는 패밀리오피스 브랜드명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현재 패밀리오피스 출범을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해당 상표권은 패밀리오피스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더 에이치는 이미 회사가 사용하는 자산관리 브랜드이고 이 상표권은 디자인 관련 부문을 추가해 출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VIP 영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강남프리미어PB센터와 VIP 특화점포인 울산 프리미어라운지를 열어 자산관리 섹터별로 특화된 전문 프라이빗뱅커(PB)가 고객의 재무와 자산현황에 따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이러한 VIP 대상 영업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현재 강성모 리테일본부장(전무)을 중심으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현대차증권에 재직해온 강 전무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전략리스크관리사업부장을 맡았다.

강 전무의 핵심 과제는 패밀리오피스 출범 자산관리 수익 강화로 보인다. 2023년 기준 현대차증권의 사업부문별 영업순수익 중 자산관리 비중은 10%다. 올 1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자산관리 부문 점유율은 2.9%로 전년동기(3.1%)보다 소폭 하락했다.

올 1분기 말 자산관리 부문의 순수수료수익은 209억원으로 직전분기(167억원) 대비 상승했지만 순이자수익은 303억원에서 262억원으로 13.4% 떨어졌다. 자산관리 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316억원에서 227억원으로 28.2% 감소했다.

국내 패밀리오피스 시장은 대형 증권사 위주로 형성됐다. 삼성증권은 2020년 증권사 최초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한 지 4년 만에 100개 고객 가문, 자산 30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 10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내놓은 NH투자증권도 2년 9개월 만에 100가문이 넘는 성과를 냈다.

자기자본 규모가 현대차증권과 비슷한 신영증권은 에이펙스(APEX)라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이미 출시해 오랜 고객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부문에서 지난해 기준 2%의 양호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증권이 패밀리오피스에 진출할 경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지위가 오르기 어렵겠지만, 제조업 계열 증권사들은 관계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하기 마련"이라며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통한 시장 진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자동차(25.43%), 현대모비스(15.71%), 기아(4.54%)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