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의 피피비스튜디오스 투자 판단이 안개 속에 빠졌다. 표면적으로는 흑자 전환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성장판’이 열린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모펀드가 가장 경계하는 '고비용 구조로의 체질 변화’라는 양날의 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제조 기반 기업의 과도한 IT 전환이 투자 가치를 높이는지 혹은 훼손하는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흑자 전환의 역설... ‘성장’ 뒤에 가려진 ‘비용’의 습격
지난 3일 발표된 피피비스튜디오스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눈부시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160억 원의 매출과 흑자 전환 성공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투자업계의 시선은 ‘번 돈’보다 ‘쓸 돈’에 쏠리고 있다.
케이엘앤파트너스를 망설이게 하는 핵심 변수는 역설적이게도 회사가 내건 ‘뷰티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가디언즈랩 인수를 통해 영입한 고액 연봉의 IT 인력 유지비와 전사적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 고도화 등은 사모펀드가 선호하는 ‘가벼운 재무구조’와 정반대 행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 산업인 콘택트렌즈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구축한 자회사 윙크컴퍼니의 ‘윙크(Wink)’ 플랫폼은 투자자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온라인 예약 후 안경원 픽업이라는 혁신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만에 매출이 25% 급증하는 등 성과는 뚜렷하지만, 이를 유지·고도화하기 위한 막대한 서버 비용과 개발비는 고스란히 기업의 ‘기초 대사량(고정비)’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마녀공장 잔혹사’ 재연 우려... 시너지인가 중복 투자인가
케이엘앤파트너스의 기존 포트폴리오인 마녀공장의 실적 부진은 이번 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화장품 사업에서 쓴맛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환경과 유통 구조가 완전히 다른 콘택트렌즈 분야에 다시 베팅하는 것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악재다.
특히 IT 플랫폼 투자에 따른 ‘J커브(초기 손실 후 급성장)’ 구간 진입은 엑시트(투자 회수) 시점을 조절해야 하는 PEF에게 상당한 압박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투자는 성과 가시화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마진율 하락을 견디는 것은 PEF의 생리상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플랫폼 프리미엄 vs 거품 밸류에이션
피피비스튜디오스는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효율 개선을 강조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흐릿하다. 2024년 해외 마케팅과 물류비 투입으로 4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IT 투자라는 명목으로 불어난 비용이 향후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최종 선택은 ‘제조업의 밸류에이션’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한 ‘플랫폼의 몸값’을 지불할 것인지에 달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은 실체가 불분명한 테크 기업보다 확실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제조 기반 모델을 선호한다”며 “실사 과정에서 IT 시스템이 마진율 개선의 ‘트리거’가 아닌 ‘비용 덩어리’로 판단된다면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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