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생성과 소멸, 김소연 작가

조회 792025. 2. 20.
<안현정의 아트픽> 안현정 미술평론가(예술철학박사,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가 추천하는 작가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들이 생기게 된다. 느닷없는 병의 선고는 나의 인생을 반추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되돌아보니 ‘나’라는 존재는 자발적이든 자발적이지 않든 수많은 삶의 선택과 그로 인한 인연(因緣)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인연(因緣)은 무엇인가? 불교 용어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연(因緣)으로 생겨나고, 인연(因緣)이 다 하면 소멸하게 된다.

내가 이해한 인연(因緣)이라는 의미는 하나의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만나 빛을 발하다가 언젠가 그 에너지가 다 하면 서로 분리되고 그 관계는 소멸하지만, 지금의 그 존재들은 이전의 존재가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된다. 인연(因緣)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 삶의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물질도 인연(因緣)에 따라 만나서 새로운 성질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또 분리되어 각자의 본질로 돌아가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이러한 인연(因緣)의 생성-변화-소멸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합쳐지고 분리되는 과정은 여백의 원으로 표현하였는데 이는 동양화에서 여백이 주는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을 경계로 한 밤하늘 또는 우주의 이미지로 인(因)과 연(緣)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변화-소멸하는 순환의 과정과 변화해 나가는 우주와 세계의 연속적인 흐름을 표현해 보았고, 에너지가 다해서(인연이 다 되어서) 분리되는 혹은 헤어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여 헤어짐의 아쉬움과 안녕을 표현하였다.

작품 속에 연속적으로 문(門)이 나온다. 문(門)은 영역을 구분 짓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배웅과 마중의 이중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다.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세계로 들어오거나 나올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 새로운 세계로 연결되거나 단절되는 문(門)이라는 경계 너머를 자유롭게 상상해 보는 매개체로 표현하였다.

특히 이번 인(因)+연(緣) 시리즈에서 나오는 문(門)은 인(因)과 연(緣)에서 연(緣)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인(因)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고, 연(緣)은 그를 돕는 외적인 간접적인 원인을 의미한다. 문(門)을 열고 나감으로써 인연(因緣)은 만들어지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 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재료는 한지와 먹을 사용하였다. 먹은 소나무를 태운 뒤 나오는 그을음을 동물의 가죽이나 뼈를 끓여 얻어낸 아교와 섞어 굳힌다. 그 먹을 벼루에 물과 함께 갈아 만든 먹물을 사용한다. 한지는 전통적으로 제조한 닥나무와 닥풀로 만든 종이이다. 먹과 한지 모두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며, 흰 한지 위에 수없이 스며들고 겹친 먹의 흔적들로 농담을 만들거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한지에 먹이 스며들듯이 삶의 흔적들도 내면에 젖어 들어 기억이 되고 여러 기억이 서로 스며들면서 농담의 지형을 만들어 낸다. 내가 열어간 문들은 삶의 흔적으로 남고, 스며들어 결을 생성해내면서 삶의 지형을 만들어 낸다. 그 지형 위에서 또 다른 새로운 문(門)을 만나면서 삶은 계속된다.


기억의 바람

인+연 I

인+연 II

인+연 III

인+연 IV

인+연 V

인+연 VI_안녕

인+연 VII


김소연 작가


2005년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대학원 졸업
2001년 덕성여대 동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4년 제4회 개인전 인(因)+연(緣) (Gallery 9)
2004년 제2회 동양화새천년 기획-한국화
2004년 오늘 (예술의 전당)
2004년 제3회 개인전 (갤러리 피쉬)
2003년 제1회 개인전 (공평아트센터)

<단체전>
2024년 부천아트페어. 부천문화재단 주관 (현대백화점 중동점, 아트벙커B39)
2024년 갤러리 동행. 속초문화재단 주관 (체스터톤스 속초)
2024년 시간의 향기 (성균갤러리)
2024년 새로운 출발 (Gallery 9)
2024년 예술로 거니는 속초의 일상공감 전 (속초 피노디아 아트갤러리)
2008년 묵선전 (성균갤러리)
2007년 Different color same sound (요힘베) 15
2006년 Again in New York (갤러리 가이아)
2006년 ‘작은것이 아름답다’전 (성남아트센터)
2006년 성연전 (성균갤러리) 겸재와 함께 하는 미술여행 (세종문화회관)
2005년 청년작가조망전-우수작가 초대전 (갤러리 올)
2005년 사유의 조화와 혁신전 (갤러리 가이아)
2005년 연속과 단절전 (갤러리 한)
2005년 한중 우수청년작가 ‘회화 21c전’ (북경중앙미술대학 미술관)
2004년 청년작가조망전 (갤러리 올)
2003년 경기아트페어 (경기도 문화회관)
2003년 우수청년작가전 (갤러리 가이아)
2003년 단원미술제 (안산)
2001~2007년 근맥전

<수상> 2000년 안견미술대전 입상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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