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반윤 제거 시나리오… 안철수와 이준석의 총선 선택지는?
전당대회 경쟁자 포용했지만…
김 대표는 당직 인선 직후 경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 황교안 전 대표와 회동했다. 진심으로 연포탕 정치를 할 요량이었다면 당직 인선 전 회동을 가졌어야 했다. 회동 자리에서 인선 방향을 상의하는 것이 연포탕의 핵심이다. 현 상황은 '볼 장 다 본 뒤' 회동이 이뤄진 셈이다.김 대표는 안 의원과 회동에서 당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제안했고 안 의원은 고사했다.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안 의원은 당대표 경선 2위에 올랐던 유력 차기 대권 주자다.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성에 차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황 전 대표는 회동 뒤 "다음에 만날 때는 당직 제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당직 제안이 없었던 것처럼 들리지만, 제안한 당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자리를 요청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따지자면 황 전 대표도 차기 대권 주자긴 하다.
‘들러리 당직 제안'으로 김 대표의 연포탕 정치가 성공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친윤석열(친윤)계 최고위원들의 '이준석 전 대표 몰이'마저 나타나는 형국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3월 13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고쳐 쓰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을 이 전 대표에게서 떼어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3월 9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에서 함께 정치를 해나가야 될 동지"라며 "하루빨리 이 전 대표 그늘에서 벗어나 천아용인만의 멋진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황 전 대표와는 연대한다. 천하용인도 포용한다. 단, 이준석 전 대표는 제거한다. 대략 이렇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친윤계 지도부 만들기 과정에서 보여줬듯이 총선 공천이 다가오면 천하용인은 물론, 안 의원과 황 전 대표까지 차례로 제거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지 않더라도 제거할 방법은 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험지 중 험지에 내보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발언이 눈길을 끈다. 홍 시장은 3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 걱정을 좀 했다. 경기 분당은 자기 집이 아니라 셋집으로, 원주인은 김은혜(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라며 "김은혜가 내 집 내놓으라고 하면 집 내주고 갈 데는 노원병뿐으로 이준석하고 붙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친윤계 지도부가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이 전 대표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다.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해 출마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이다. 이 상황에서 친윤계 지도부가 안 의원에게 대권 주자로서 선당후사와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 의원 걱정 좀 했다"
안 의원이 노원병 출마를 선택한다면 홍 시장의 예언처럼 두 사람 간 맞대결이 이뤄질지 모른다. 더 나아가 보수표와 중도표가 나뉘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두 사람은 동반 낙선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한 방에 정리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궁극적 목표가 이 전 대표에 이어 안 의원까지 제거하는 것이라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테다.홍 시장이 "안 의원 걱정을 좀 했다"면서 예언 아닌 예언을 내놨다지만 정말 안 의원을 생각해 한 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당대회 내내 안 의원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던 그다. 2월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당당하게 자기 생각으로, 자기 소신으로 당대표 선거를 해야지 어디 대통령한테 얹혀서 한 번 돼보려고 싸우는 그 모습이 딱하다"고도 평가했다.
홍 시장의 '안철수 대 이준석' 대결 예언은 희망이자 힌트로 봐야 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총선에서 두 사람을 모두 제거하는 방안에 대해 힌트를 주면서 잠재적 대권 경쟁자들이 정리됐으면 하는 희망을 내비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칼을 빌린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다.
이번 전당대회로 당 장악력이 더욱 확고해진 윤 대통령의 생각은 어떨까.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의원을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규정했던 것을 없던 일로 할까. 윤 대통령의 직진 본능을 고려할 때 안 의원에게 기회를 줄 성싶지는 않아 보인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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