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에서 연기가 '펄펄'... 당황한 운전자의 치명적 실수
한여름 꽉 막힌 고속도로, 혹은 가파른 오르막길. 갑자기 계기판의 수온계가 빨간색 'H(High)'를 가리키고, 보닛 틈새로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오버히트(엔진 과열)'입니다.

당황한 운전자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생각합니다. "냉각수가 부족하구나! 물을 넣어야지." 그리고 트렁크나 차 뒷자리에 있던 '마시다 만 생수병'을 꺼내 듭니다. "깨끗한 물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뜨거운 라디에이터 캡을 열고(이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생수를 콸콸 붓습니다.
이 순간, 당신은 엔진 과열이라는 '작은 불'을 끄려다가, 엔진 교체라는 '대형 산불'을 지른 셈이 됩니다.
'미네랄 워터'의 배신... 엔진이 '동맥경화' 걸리는 이유

우리가 마시는 생수(미네랄 워터)에는 우리 몸에 좋은 칼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미네랄이 자동차 엔진에게는 최악의 '독극물'입니다.
엔진 내부는 수백 도의 고열이 발생하는 곳입니다. 생수가 이 뜨거운 엔진 내부를 순환하면, 물속에 녹아있던 미네랄 성분들이 열에 의해 하얗게 굳어버립니다. 전기포트를 오래 쓰면 바닥에 하얀 석회가 끼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이 하얀 덩어리(스케일)들이 좁디좁은 엔진 내부의 냉각수 통로와 라디에이터 코어를 막아버립니다. 마치 사람의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처럼, 냉각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엔진은 더 심각하게 과열되고 망가지게 됩니다.
냉각 라인이 '녹물'로 변한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더 무서운 것은 '부식'입니다. 생수의 미네랄과 염분은 엔진 내부의 금속 부품을 아주 빠르게 녹슬게 만듭니다.
며칠 뒤 냉각수 보조 탱크를 열어보면, 맑았던 초록색(또는 분홍색) 냉각수가 시뻘건 '녹물'로 변해있는 공포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한번 녹이 슬기 시작한 냉각 계통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워터 펌프'의 날개가 녹아 없어지고, '서모스탯'이 녹에 쩔어 붙어버립니다. 결국 수백만 원을 들여 라디에이터부터 엔진 헤드까지 냉각 계통 전체를 들어내는 대수술을 해야 합니다.
급할 땐 차라리 '수돗물'... 편의점 말고 화장실로 뛰어가라

그렇다면 비상시에는 어떤 물을 넣어야 할까요? 정답은 가까운 화장실의 '수돗물'입니다.
수돗물은 정수 과정을 거치면서 미네랄 성분이 생수보다 훨씬 적게 포함되어 있어, 비상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단, 지하수는 절대 안 됩니다. 지하수는 생수보다 미네랄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증류수'이지만, 급할 때 구하기 어렵습니다. 약국에서 파는 '정제수'도 좋은 대안입니다.
편의점이 보인다면 '생수' 코너가 아니라, 차라리 수돗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으세요. 무심코 부은 '생수 한 병'이 당신의 차를 폐차장으로 보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저작권법에 따라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배포, 전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