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freeze
차디찬 겨울, 얼핏 보면 모든 것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강물은 흐른다. 얼음 아래 갇혀 있는 듯 보여도 그 속에서는 물이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차가운 계절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투명한 표면 아래에서, 다음 계절을 위한 준비가 조용히 시작된다. 봄은 한순간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오랜 시간의 흐름을 쌓아 온 끝에 마주하는 것이다. 그의 시간도 그랬다. 폭발적인 변화나 극적인 반전은 없었다. 대신 하루하루의 작지만 꾸준한 성장이 모여 지금의 김휘집을 만들었다. 어제의 실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고, 작년의 한계는 올해의 도전으로 뛰어넘었다. 따뜻한 햇살이 다시금 공기를 데우고, 서서히 강물 위의 얼음이 갈라질 때 오랜 시간 숨죽여 흐르던 물은 세상 위로 드러난다. 차분하지만 확실한 계절의 변화처럼, 그는 매일의 훈련과 노력을 통해 조용히 자신의 때를 준비하고 있다. 멈추지 않고, 얼지 않고, 더 성장한 자신이 되기 위해.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Eunbin Yang Location Changwon NC Park

#인플루언서 집집
지난 인터뷰(2024년 9월 호) 후 약 1년 3개월 만에 <더그아웃 매거진>과 다시 만나게 됐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10월 2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NC 다이노스 내야수 김휘집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리네요! 시즌 중에는 계속 시합을 치르면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냈고, 요새는 좀 시간이 나서 포스트 시즌 경기도 보러 다녔습니다.
안 그래도 플레이오프가 열린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다녀왔더라고요.
플레이오프 시합을 직접 보러 가고 싶어서 후배 찬스로 (김)영웅이랑 (이)재현이한테 표를 구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정말 고맙게도 영웅이가 자리를 마련해 줘서 보러 갔습니다. (김영웅의 부모님과 경기를 관람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땠어요?) 영웅이가 구해 준 자리가 3루 블루석이었는데요. 부모님 거랑 같이 마련해 준 좌석이어서 함께 앉았죠.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처음 뵌 거였는데, 제가 워낙 붙임성이 좋기도 하고 영웅이 부모님도 절 엄청 편하게 대해 주시더라고요. 맛있는 것도 챙겨 주시고, 중간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다음에 대구로 원정을 가게 되면 영웅이네 집에 놀러 가도 될 정도였습니다. 저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머쓱)
파란 옷을 입고 다녀왔던데, 드레스 코드를 맞춘 거예요?
전혀 의도한 건 아니고요… 제 복장이 화제가 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어요. 그날 출근해서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마침 드레스 코드가 블루라고 하더라고요. 입고 있는 옷이 우연찮게 맞았던 거죠. 사실 이래도 되나 싶긴 했어요.
응원석에 앉아 본 소감이 궁금해요. 그라운드와 객석에서 느낀 포스트 시즌은 어떻게 다른가요?
라이온즈파크가 워낙 응원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보니 분위기가 재밌었어요. 삼성 응원가 중에 좋은 곡들도 많아서 따라 부르기도 하고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현장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막상 플레이오프를 보니까 ‘NC가 이 무대에서 더 오래 시합을 치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움도 짙게 느꼈어요. (예전에 수비하면서도 응원가를 부르는 장면이 화제가 됐잖아요. 응원석에서는 맘껏 불렀어요?) 사실 더 신나게 즐길 수도 있었지만, 선수로서의 품위 유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흥이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왔습니다. 우리가 이긴 다른 세계는 어땠을지 상상도 해 보고요.
본인 응원가를 부른 팬 계정에 댓글을 달았던데, 야구 콘텐츠를 자주 보는 편인가요?
최근에 인스타그램 추천 영상에 제 응원가 관련 콘텐츠가 자주 떠서 자연스럽게 보게 됐고요. 최근에는 ‘숏포츠’님 영상을 특히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서 보는 영상들보다는 지인들이나 팬분들에게 전달받아서 보게 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제 플레이에 대해 분석하는 영상들도 잘 보고 있는데, 이런 영상들 하나하나가 다 제게 가져 주시는 관심이니까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엔 AI 골반 통신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봤어요?
네… 여러 팬분께서 보내 주셨더라고요. AI 기술이 너무 발전해서 충격을 받았고요. 제가 봐도 진짜처럼 보여서 놀랐어요. (AI를 진짜 김휘집으로 덮어 볼 마음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단호)

#완벽 적응
올해 처음으로 NC 다이노스에서 온전한 한 시즌을 치렀어요. 스스로 올 시즌을 평가한다면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어요?
사실 올해의 지표나 성적만 보면 냉정하게 60점 정도를 주고 싶은데요. 최근에는 스스로를 한계에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게 저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느낌이라서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했거든요. 한 해를 부상 없이 보냈고, 몸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신경을 쓴 2025년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후하게 평가하면 80점 정도를 주고 싶어요. 특히 보강 훈련도 철저히 하면서 운동량이 더 늘어난 한 해였는데, 많은 경기를 뛰며 크게 다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정규 시즌 후반, 팀이 무서운 연승가도를 이어 가던 시기에 활약이 컸잖아요. 당시 컨디션은 어땠어요?
우선 연습 때부터 워낙 감이 괜찮았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특히 마지막 10경기를 소화할 때는 2024년도 후반기의 감각이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추가 편성 기간이어서 경기가 띄엄띄엄 있었던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다만 시즌이 워낙 길다 보니 시합 중간의 휴식이 체력 보강에 정말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컨디션이 안정적일 때 더 많은 타석에 나서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휴식의 기회가 있었기에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 드릴 수 있었다고 봐요.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고, 데뷔 이후 첫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하기도 했어요. 호성적을 거둔 비결이 있다면요?
홈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 절반가량의 경기를 치르다 보니 홈런 생산에 더 유리해진 측면도 있고요. 도루의 경우는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 세운 목표가 딱 10개였기 때문에 그걸 꼭 달성해야겠다고 다짐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도루를 더 많이 기록할 수 있었는데, 올해 초부터 햄스트링 상태가 별로였어서 그런지 한 번 뛰고 나면 데미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원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뛰지 못한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아요.
한 해를 보내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일 행복했던 순간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나왔을 때인데요. 홈구장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뤄 낸 것도 뿌듯했고, 관중석을 가득 채워 주신 팬분들의 함성이 무척 짜릿했어요. 우리 팬분들도 야구를 잘하면 이렇게나 많이 와 주시는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좋았어요. 아쉬운 순간은 너무 많죠. 제가 못해서 진 시합들도 떠오르고, 패배의 아픔을 겪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마음에 남아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열심히 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엔튜브 대주주
최근 엔튜브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브이로그 콘텐츠 등을 통해 야무진 홀로서기 라이프를 보여 주고 있는데, 창원살이엔 잘 적응했나요?
정말 잘 적응했고요. 아무래도 혼자 지낸다는 게 부모님과 지낼 때와 비교하면 불편한 점들도 있거든요. 그래도 익숙해지다 보니 이제는 크게 불편함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본가에서 지낼 때는 부모님이 밥을 워낙 잘 챙겨 주시니까 딱히 식사 걱정을 할 일이 없었는데, 자취하니까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것 말고는 혼자 사는 라이프에 완벽히 적응했습니다.
밥을 자주 사 먹겠네요. 음식에 진심이지 않아요?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든든하게 먹는 걸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제대로 먹는 편이죠. (추천하고 싶은 맛집이 있나요?) NC파크 바로 옆에 있는 ‘이배갈비탕’도 맛있고요. 해안도로 근처에 있는 ‘무학한우’도 가성비가 괜찮고 맛있는 집입니다. ‘후발대’랑 ‘전재경스시’는 워낙 유명한 곳이긴 한데, 역시 맛있더라고요.
아직 가구들이 완벽히 정리되진 않은 듯하던데, 브이로그 콘텐츠 이후 집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요?
그다지 큰 변화는 없어요. 딱히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고요. 선반을 구매해서 TV를 위쪽으로 올릴까 고민하긴 했는데, 스포츠 중계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 빼고는 TV를 볼 일이 거의 없어서요. 현재의 구조에 만족합니다. (다른 스포츠도 즐겨 보나요?) 농구랑 배구, 축구를 좋아하는데요. 농구의 경우는 원래 특정 팀을 응원하진 않았었는데, 창원에 내려오면서부터 창원 LG 세이커스를 응원하고 있어요. 배구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경기를 자주 챙겨 봐요. 축구는 특정 팀을 응원하기보다는 매치업을 보고 두루두루 챙겨 보는 편인데요. 특히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팬 문화가 워낙 뜨거워서 인상적이었어요. 야구팬분들하고는 뭔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수원 삼성의 팬까지는 아니지만, 응원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팬분들이 멋있게 느껴져서 마음이 움직였어요.
이케아에서 입양한 반려 강아지 인형 ‘궁디’는 잘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로망은 없나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긴 한데, 꾸준히 챙기기도 쉽지 않고 언젠가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더라고요. 제 가족 같은 존재가 될 텐데, 언젠간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키울 엄두가 나질 않아요. (인터뷰하기 전에 본인더러 초식공룡이라고 한 게 딱 맞네요.) 네… 제가 MBTI F 성향이 강해지기도 했고, 살짝 에겐남(에스트로겐 성향의 남성)이거든요. 추구미는 테토남(테스토스테론 성향의 남성)이지만, 그럴 수 없는 성격을 가졌어요. 키우기 전부터 벌써 이별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파서 당분간 반려동물을 맞이할 계획은 없습니다.
‘마인드 스포츠’라는 책을 읽고 있다던데, 그 책을 통해 생긴 변화가 있나요?
두산 베어스 (오)명진이가 추천해 준 책이라서 읽게 됐는데, 내용이 진짜 마음에 들더라고요. 훈련 전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아침마다 한 챕터씩 읽었는데, 마인드셋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배우게 됐어요.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 지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더라고요. 운동선수는 자신의 결과를 매일매일 받아들여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멘탈 관리를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시즌이 끝나갈 때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방법들을 접하면서 감정이 환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만 비밀스럽게 읽고 싶을 정도예요. (농담) 운동선수들이 읽으면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스타벅스 닉네임으로 ‘지비츠’를 사용하던데, 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제가 지비츠라는 단어를 몰랐어요. 그러다가 크록스에 꽂는 장식품을 지비츠라고 칭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그 단어가 너무 웃기더라고요. 평소에도 이름에 ‘집’이 들어가서 ‘집집이’, ‘집아~’ 이렇게 불리는데, 이름이랑 관련도 있고 재밌는 말 같아서 지비츠로 지었어요. 단어가 진짜 재밌지 않아요? (으쓱)

#신일부심
‘학교부심’ 하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또 신일고잖아요. 최근에도 야구부 선후배들과 교류하고 있나요?
학교 행사가 있을 때는 최대한 참석하려고 노력하는데, 감독님이 바뀌시고 나서는 학교에 아직 못 갔어요. 그래도 동문회 행사가 있거나 하면 직접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요. 학교에서 사인볼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만들어서 보내 드리고, 행사에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작은 거라도 챙기려 하는 편입니다. 학교에 감사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보답하고 싶어서요. 특히 제 선배들도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 주셨기 때문에 저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신일고의 장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선 학교 자체가 무척 좋아요. 인조 잔디가 쫙 깔린 운동장만 봐도…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야구부 선배들도 밥을 사 주시거나 하면서 후배들을 격려해 주세요. 시합이 있을 때마다 열심히 응원을 보내 주시는 것도 감사했죠. (신일고 최고 아웃풋은 누구라고 생각해요?) 최고 아웃풋이라… SK 최태원 회장님? 아마 나라에 기여를 크게 하시지 않았을까요? 지석진 님도 계세요. 국회의원분들도 계시고, 각 분야에서 신일의 이름을 빛내시는 분들이 많죠. 야구부 선배들도 많으신데, 김현수 선배님이랑 박해민 선배님, 하주석 선배님, (문)보경이 형 등 다 언급할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님도 신일고 출신이시고요. 든든한 선배님들이시죠.
프로 입단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신일고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 볼까요?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시기다 보니 지금이 딱 힘든 구간일 거예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수 있는데, 열심히 운동한 만큼 결과가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야구하길 바란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물론 학생들은 우승하려고 노력하고, 또 좋은 성적이 나야 행복하지 않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행복하고 재밌게 야구하며 학교에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졸업했으면 한다는 게 선배로서의 바람이에요.
김휘집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저 역시 성적에 목말라 조바심을 내던 학생이었죠. 근데 저는 동료들과 함께 경기할 때 너무 행복했어요. 후배들이 우승도 하고 좋은 성적을 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웃으면서 시합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선배가 된다는 건
어느덧 프로로서 여러 해를 보내며 많은 후배가 생겼어요.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선배가 되고 싶은데요.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보다는 제가 할 일을 잘하면서 모범을 보이고, 생활적인 측면에선 어린 친구들이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야구를 어떻게 하는지와 같은 것들은 누가 알려 줘서 되는 부분도 아니니까요. 후배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타일을 잘 찾고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선배를 보고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나요?
(김)혜성이 형(LA 다저스)이요. 신인 시절부터 혜성이 형과 함께 방을 쓰면서 적응에 도움도 받고, 많은 것들을 배웠죠. 프로 구단에 입단하면서 사회생활을 처음 경험한 거였는데, 어려운 점들이 있을 때마다 혜성이 형이 이것저것 다 알려 줬어요. (김혜성이 치르고 있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도 챙겨 보고 있나요?) 운동하는 시간과 겹칠 때가 대부분이라 중계를 다 챙겨 보진 못하지만, 시간이 될 때는 꼭 보려고 합니다. 월드시리즈 엔트리에 든 걸 보고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연락은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저는 입단하자마자 혜성이 형 같은 사람을 만난 게 엄청난 복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만족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거든요. 저는 혜성이 형만큼 철저하게 자기 관리하는 게 힘들 것 같아서 조금 더 자신에게 관대해지려고 했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혜성이 형이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모습이 제게도 보이곤 하는 게 신기했어요. 물론 실력까지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요. (김혜성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 볼까요?) 형! 진짜 멋있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부끄)

신인 시절의 자신에게 조언을 건넬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어요?
너무 잘하려고 안간힘 쓰지 말고, 20살의 패기로 밀어붙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신인 때는 긴장도 엄청나게 하고, 의욕도 잘 안 생겼었거든요. 신인 때가 자신감 있게, 패기 있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봤는데 그렇게 시합에 임하지 못했어요. (30살의 김휘집이 현재의 김휘집을 본다면 어떤 조언을 해 줄 것 같아요?) 똑같이 말하지 않을까요? 아직 어리니까 패기 있게 해라! 힘든 시기가 찾아와도 빨리 리프레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소한 것들에 과하게 집착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했다는 제보 댓글을 봤어요. 만다라트 중심에 어떤 것을 넣었는지 기억나요?
그 댓글을 아마 선생님이 쓰신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는데요. 사실 만다라트 계획표를 여러 번 써서 내용이 상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프로에 입단하는 걸 가장 큰 목표로 삼았을 거예요. 제 기억으로는 전반기 시작할 때 만들고, 후반기 시작할 때 다시 계획을 짰어요. (지금 다시 계획표를 만든다면 중심에 뭘 적고 싶어요?) 가운데에 우승을 적고 싶고요. 테두리에는 공격, 수비, 주루, 마인드 컨트롤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세세하게 적고 싶습니다.
김휘집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재밌게 말하자면, ‘미니언’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미니언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서 분신처럼 챔피언(캐릭터)을 도와주는 존재인데, 챔피언을 따라다니는 미니언처럼 제 인생에 항상 함께하는 존재가 야구거든요. 제 삶의 의미이기도 하고, 제가 이 세상에서 사는 이유는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야구를 뺀 삶을 상상할 수도 없어서 죽기 직전까지 야구, 혹은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150살까지 살 거지만요! (웃음)
마지막으로 언제 어디서든 뜨거운 응원을 보내 주시는 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하고 인터뷰를 마칠게요!
올 한 해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의 막바지에 함께 보낸 순간들이 정말 행복했어요. 올해 초반에 미숙한 부분도 많았고 부족함도 크게 느꼈는데 그럼에도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냉정하게 올해를 돌아보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건 기쁘지만 10개 팀 중에 5등을 한 것일 뿐이니까요. 이번 비시즌에는 팀원들과 함께 더 단단히 준비하겠습니다. 당장 저부터 이번 겨울에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에는 더 높은 곳에서 팬분들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6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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