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된 한국 '장 담그기 문화'…샘표·대상·CJ "K소스 세계화 기회"

지난 3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카몰 무카타로브로 부의장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선언했다.  /사진 제공=국가유산청

한국의 전통 장(醬)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전통 발효식품의 세계화에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 장류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로 K푸드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장류 사업을 오랜 기간 이어온 국내 기업인 샘표, 대상, CJ제일제당은 이를 발판으로 한국의 장류 및 소스류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지난 3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장류 사업을 선도해온 국내 식품기업에게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장 담그기 문화가 밥과 김치와 함께 전통 식단의 중심이라는 점, 장을 만드는 기술과 지혜, 이를 전승해온 가족·공동체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장 담그기는 삼국시대부터 전승돼 온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다. '장'이라는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준비해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에서 전하는 지식, 신념, 기술 등을 아우른다. 특히 씨간장으로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 고유의 방식은 중국과 일본과 구별되는 독창적 특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 담그기는 2018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국의 장은 해외에서 K푸드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넓어지면서 글로벌 소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고추장, 된장, 간장은 한식의 맛을 완성하는 핵심 재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추장·된장을 포함한 전통 장류와 소스류 수출액은 약 3억8000만 달러(약 5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샘표·대상·CJ제일제당 “K장류 알리는 데 노력할 것”

국내 대표 장류기업 샘표, 대상, CJ제일제당은 전통 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음료 어워즈 ‘올해의 혁신 제품상’에 샘표 유기농 고추장과 완두 간장이 이름을 올렸다./사진 제공=샘표

샘표는 1946년 설립 이래 78년간 발효식품 업계의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장류 매출 비중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장류 전문' 기업이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대표 제품인 요리에센스 ‘연두’, ‘유기농 고추장’, ‘완두 간장’은 각각 짠맛을 줄이거나 매운맛을 조절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완두 간장은 국제 식품박람회인 ‘시알 파리2024’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또 연두의 해외 매출은 연평균 30% 이상 증가해 해외에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샘표는 전통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발효와 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글로벌 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최근 유네스코 등재 기원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샘표 관계자는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장 문화를 알리고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의 장으로 전 세계인의 식생활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가 한국 인기 길거리 음식 및 대표 분식 메뉴를 총망라한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라인을 론칭했다. /사진 제공=대상

대상은 1989년 '청정원 순창 고추장'을 선보인 후 국내 대표 장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소스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상은 서구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테이블 소스 형태로 고추장과 쌈장을 재해석했다. 농도를 묽게 하거나 튜브형 용기를 도입해 샐러드 드레싱이나 디핑 소스로 활용 가능한 제품을 선보였다. 현재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를 통해 고추장, 떡볶이 소스, 김치 소스 등 200여 종의 K소스를 20개국에 수출 중이다.

전통 장류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해왔다. 지난 4일 순창 고추장의 장인 4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했다. 대상 관계자는 “우리 전통 장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네스코 등재 전부터 응원해왔다”며 “한국 전통 장류에 대한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네덜란드 대형마트 플러스를 통해 판매함 비비고 불고기양념. /사진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1973년부터 장류 사업에 진출해 ‘해찬들’ 브랜드를 출시하며 한식 장류 시장을 개척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고추장을 타바스코, 스리라차와 같은 글로벌 핫소스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왔다. 현재 회사는 글로벌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60개국 이상에 고추장, 된장, 간장을 포함한 다양한 K소스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체와 협력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K소스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영국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 '잇슈'에 쌈장을 납품했고, 현지 일식 체인 '와가마마'에 돼지고기 양념장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매운맛 강도를 조절하고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디핑 소스 '갓츄' 등을 선보였다. 그 결과 올해 10월까지 CJ제일제당의 K소스 해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0%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우리 장류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해외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현지화 제품을 통해 K장류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