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투수의 투구 한 차례, 타자의 스윙 한 번. 그리고 발걸음 하나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나 이 카메라가, 최근 KBO리그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의 연습생 출연자들이 클리닝 타임 공연을 위해 잠실야구장을 찾았고, 대형 카메라를 든 일부 팬들이 질서를 무시하며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정석을 벗어나는 건 기본이고, 일반인의 입장이 제한되는 이른 낮에 무단으로 야구장에 들어갔으며 안전요원의 팔을 깨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누군가에겐 열정적인 팬심의 상징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 대포 카메라. 앞으로도 야구장에서 볼 수 있을까? <더그아웃 매거진> 에디터들과 의견을 나눠 봤다. (8월 21일 작성)
에디터 이지인 사진 KIA 타이거즈

망원 역대 최초로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기록한 KBO리그예요. 리그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인기도 함께 늘어나면서 소위 ‘대포 카메라’라고 불리는 고성능 대형 카메라를 들고 야구장에 오는 팬들도 많아졌어요. 유명 시구자가 오거나 아이돌 축하 공연이 있는 날엔 그들을 찍으려는 팬들까지 더해지고요. 안전요원의 제재가 통하지 않고, 관중들 사이 갈등이 생기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LG 트윈스가 반입 금지 물품 목록에 대포 카메라를 추가해 달라고 KBO에 요청했다는 게 알려졌죠. 에디터 여러분은 이번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보문 리그 차원에서 팬들의 카메라 사용을 완전히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야구의 매력은 다른 취미 생활에 비해 관람 형식이 자유롭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일부 구장의 외야석은 지정석이 아니라 편히 돌아다닐 수 있잖아요. 또 구장 내 매점에서 파는 음식뿐 아니라 배달 음식도 반입할 수 있고요. 경기 중간에 안팎으로 이동하는 것도 편해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과한 제재가 없다는 종목의 특성상 대포 카메라 반입을 금지할 이유는 없다고 봐요. 혹자는 불편할 수 있겠죠. 하지만 ‘불편함’의 기준은 주관적인 거잖아요. 누구는 카메라를 든 관객이 불편하다면, 어떤 사람은 응원석이 아닌 다른 구역에서 일어나 열띤 응원을 하며 시야를 가리는 사람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걸요.
월곡 일단 ‘대포 카메라’의 기준이 무엇인지부터 정해야 해요. ‘대포’라는 단어 자체가 일정 길이 이상의 망원 렌즈를 일컫는 게 아닌, 대포처럼 긴 렌즈가 달린 카메라 모두를 뜻하잖아요. 렌즈도 성능과 브랜드에 따라 크기와 길이가 다 다른데, 어떤 기준으로 반입 불가를 따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진 촬영은 일부 팬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인데 리그 차원에서 이걸 막을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경험으로는 주로 경기 전 훈련 시간이나 클리닝 타임 등에만 잠시 일어나 촬영하는 것처럼 보여서, 경기 관람을 방해받는다는 느낌은 못 받았거든요.
공덕 리그 흥행 차원에서도 대포 카메라 반입을 허용했을 때 얻는 이익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크다고 봐요. 작년부터 리그에 새로 유입된 팬이 많은데, 이들이 찍은 사진 덕에 바이럴 마케팅이 잘 됐고 덩달아 야구 산업 자체가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선수 개개인에게 집중한 양질의 사진이다 보니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촬영한 콘텐츠에 비해 확산이 빠른 것도 분명하고요. 야구장은 공간이 워낙 커서 촬영을 위해선 망원 렌즈가 필수이기 때문에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망원 세 분은 대포 카메라의 반입을 막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군요. 반대 의견도 들어 보고 싶어요.
합정 사실 대포 카메라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는 전부터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긴 건 이번 잠실야구장 사건 때문이었죠. LG 트윈스가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돌 연습생 수십 명을 초청하고 평상시와 비슷한 안전 대책을 세운 게 아쉬운 선택이었다고 봐요. 단적으로 봐도 일반 아이돌 그룹보다 월등히 많은 인원을 자랑하니 당연히 그를 따르는 팬도 많을 거고요. 또 데뷔한 그룹이 아닌 서바이벌 오디션의 연습생이잖아요. 살아남기 위한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팬들 역시 더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화제성이 있는 인물을 초청하고 싶은 구단의 마음도 이해가 돼요. 그렇지만, 이벤트 기획 단계에서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했어야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대포 카메라의 반입을 금지하는 거라면 그건 필요한 조치라고 봐요.
상수 맞아요. 해당 사건은 어쨌거나 입장한 관객 중 일부가 ‘야구 관람’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서 타인의 안전을 위협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단 이번 일에만 한정되는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보지 않아요. 제가 야구장을 갔을 때나 주위 야구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떤 좌석은 경기를 보는 것보다 커다란 대포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주변 관람객의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리그의 건강함을 위해 KBO가 정한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으니 규제 물품에 대포 카메라를 추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봐요.
새절 어느 한쪽을 지지한다고 할 순 없지만, 만약 구단에서 대포 카메라를 제재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크게 반대하지는 않아요. 아주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 구단이 대포 카메라의 반입을 막고 유명 시구자를 초대하는 것과 선수들의 사진을 찍어서 관중 유입을 돕는 현재의 문화를 그대로 두는 것. 이 중에 후자를 선택할 이유가 적어 보여요. 스폰서 패치가 붙은 유니폼을 유명인이 한 번 입는 게 얼마나 큰 홍보 효과를 주는지가 기업으로서는 꽤 중요할 것 같거든요. 더불어서 좋아하는 아이돌의 시구를 보러 찾은 야구장에서 그 팀의 팬이 된다면, 그 팬덤마저도 흡수하는 기회가 되잖아요.
응암 야구장의 주인은 팬들이죠.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어요. 이번엔 예매자 이외엔 출입이 제한된 구역에 마구잡이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이걸 막으려는 안전요원 사이에서 실제로 신체 접촉이 일어났잖아요. 대포 카메라 반입을 금지하는 게 위험을 완전히 막는 방법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봐요. 또, 선수 사진을 촬영하는 팬 중 일부가 선수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더라고요. 그런 일은 없어야죠.
증산 사진 촬영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종종 있더라고요. 경기 내용과 관계없이 오직 한 선수에게만 렌즈를 고정해 놓는 경우를 꽤 봤어요.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데, 그라운드나 더그아웃, 경기장 외부에서까지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를 촬영하느라 시야를 가리는 사람을 향해 불만을 쏟아 내는 모습을 목격해 놀란 적이 있어요. 그리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말 다양한 영상이나 사진이 공유되잖아요. 그중 선수들이 노출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계 카메라에는 잡히지 않도록 자리를 피해 있더라도 현장에 있는 팬들은 볼 수 있으니까요. 있는 줄도 몰랐던 습관 같은 걸 자각하게 되면서 신경이 쓰일 수도 있죠. 이런 것들이 쌓여서 경기력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프로 스포츠인의 숙명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요.
상수 사실 이 안건에서 응원단 개인 팬 얘기도 빼놓을 순 없죠. 심지어 그분들은 오직 치어리더만을 찍으려고 응원 단상과 대기실 근처에 머무르곤 하잖아요. 의상을 교체할 때나 잠깐 자리를 비우는 치어리더를 따라 이동하느라 통행로를 막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밀치기도 하고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이 사고가 난 후에야 관련 지침이 생기진 않을까 염려가 돼요.
월곡 초반 제 의견이랑 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치어리더를 찍는 분들은 망원 렌즈를 거의 사용하지 않거든요. 보통 응원 단상 앞줄에 자리 잡고 가깝게 붙어 촬영하기 때문에 작은 렌즈를 주로 쓰는데 그렇다면 카메라 자체를 금지하거나 휴대폰 촬영까지 막지 않는 한 안전과 질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요. 심지어는 단상을 촬영해야 하니 응원석인데도 앉아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보문 덧붙이자면,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 시리즈도 촬영 기기 반입 금지 조항이 있었음에도 나중에 보니 거의 모든 선수의 사진이 올라왔더라고요. 아무리 제한을 한다고 해도 할 사람은 한다는 뜻이에요. 오히려 통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과 진행요원의 마찰이 주변을 더 껄끄럽게 할 것도 같아요. 그러니 반복적으로 민원을 받는 개인을 제재하는 방향은 어떨까 싶어요. 사실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에 오는 사람들은 응원 팀 구장뿐만 아니라 여타 구장의 시즌권까지 구매할 정도로 충실한 소비자거든요. 대포 카메라를 금지한다면 이들은 야구장을 떠나고 치어리더를 찍는 팬들은 남게 될 텐데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새절 저는 특정된 작은 집단의 소비를 늘리게 하는 것보단 보편적 관람자가 야구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보문 님이 말한 아이돌 팬과 안전요원의 마찰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정해진 규칙이 없다 보니 민폐 관람객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없더라고요. 대포 카메라 반입을 금지한다는 명확한 조항이 생기면, 안전요원에게도 갈등을 해결할 명분이 생기고요.
망원 그렇다면 사진을 찍고 싶은 팬과 경기를 편히 보고 싶은 팬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합정 일본 프로 여자배구에서는 사진 촬영이 가능한 구역을 사전에 신청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KBO리그에서 이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시야 제한석처럼 촬영 가능석을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의견도 조심스레 내 봐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카메라 없이 해당 구역에 앉고 싶어 하는 관객을 배려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드네요. 양측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겠어요.
증산 가장 중요한 건 야구장을 찾는 목적이 뭔지 관객들부터 정확하게 인지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사실 큰 소리로 우리 팀과 선수에게 야유를 날리는 상대 팬, 지고 있을 때 고함과 욕설을 내뱉는 무개념 관중, 음식물을 쏟거나 시비를 거는 주취자 등 관람을 힘겹게 하는 요인은 많잖아요.
망원 대포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비롯해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는 건강한 관람 문화가 정착하길 바라며 이번 ‘더그아웃 썰전’도 마칠게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4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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