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팬 여러분, 미운 정 고운 정 함께 보낸 세월에 감사합니다"[SS 인터뷰]

황혜정 2022. 10. 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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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0월31일 잠실구장에서 삼성과 두산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이현승과 양의지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내가 (지난 2010년)두산에 왔을 때, 이렇게 많은 팬을 보유한 팀에 처음 왔다. 황홀했다. 같이 근 10년 간 나 때문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었을 텐데, 미운 정(情) 고운 정 함께 보냈던 세월에 감사하다.”
두산 투수 이현승(39)이 9일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9일 “베테랑 좌완 투수 이현승이 17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현승은 최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선수의 뜻을 존중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정을 앞둔 한국 야구대표팀이 2017년 2월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쿠바와의 평가전을 가졌다. 이현승이 8회말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현승은 은퇴 발표 후 스포츠서울과 전화 통화를 통해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그는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을 유지한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몇 년 전부터 은퇴 생각을 해왔는데, 팀이 원체 잘 나가다보니까, 가을에는 또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그렇게 재계약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웃음 지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현승은“올해는 힘이 많이 부치더라. 올시즌 겨울 때도 고생을 많이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1년 풀타임으로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다. 좋을 때만 와서 해라’ 라고 하셔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왔는데도 기량이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다”고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현승은 “은퇴하니 시원섭섭하다. 처음에는 홀가분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오늘 이렇게 기사가 나가니 후회도 된다. 좋았을 때 추억이 많이 떠오르더라. 우승했던 순간들. 만감이 교차한다”고 덧붙였다.

동산고-인하대 출신 이현승은 2006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010시즌부터 두산의 핵심 불펜 자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2015시즌 마무리로 변신해 3승 1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찍으며 V4 달성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2015년 10월31일 잠실구장에서 삼성과 두산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이현승과 양의지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당시 한국시리즈 5차전 ‘헹가래 투수’가 이현승이었다. 전날 은퇴식을 가진 내야수 오재원은 기자회견에서 “기억나는 순간을 꼭 하나 꼽자면 첫 우승 때다. 그때 (이)현승이 형의 마지막 공이 들어가는 궤적까지 다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현승 역시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수 생활 통틀어 가장 뿌듯했던 날로 기억했다. 이현승은 “2015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팀 마무리로 이룬 프리미어12 우승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두산맨으로서 이룬 우승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현승이 지난 2015년 11월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 경기에서 마지막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며 역전승을 거둔 뒤 포수 강민호(오른쪽)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도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로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우승 위업도 세웠다. 이현승은 “당시를 회상해보면 내가 국가대표로 뽑힌 첫 대회였을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로서 아빠가 이런 선수였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생각 외로 성적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현승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하나 있다. 그는 “아직은 딸이 나의 선수 시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딸이 ‘일 많이 했으니까 이제 좀 쉬어’ 하더라. 내가 딸에게 놀아달라고 해야할 나이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지난 10월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이현승이 500경기 출장 시상식 후 딸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직구와 슬라이더를 우타자 몸쪽으로 과감히 찔러넣는 공격적인 투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현승은 “지금은 학교폭력이지만, 어릴 때부터 맞아 가면서 운동했다. 오기가 많이 생겼다. 맞다보니 더 독기가 올라서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맞더라도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넣겠다는 마음이 컸다. 끓어오르는 투지 같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시기에 함께 활약했던 오재원, 나지완, 이대호가 함께 은퇴했다. 이현승은 “(오)재원이와 은퇴 시기를 생각한건 비슷했다. 서로 고충이라는 게 분명히 있을테니 서로 존중했다. 이제는 서로 얼굴만 봐도 다 안다. ‘고생했다’, ‘그래, 너도 고생했고, 우리 이제 그만 슬슬가자’ 같은 눈빛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두산 이현승이 지난 2016년 4월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두산과 NC의 경기에서 2점차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를 거둔 뒤 2루수 오재원(오른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지막으로 이현승은 팬들에게 “사인을 많이 못해드려서 죄송하다”며 웃은 뒤, “어제 선수단과 인사 차 들린 잠실구장에서 팬 한 분이 나를 보고 울먹울먹 하시더라. 거기서 짠해졌다. 운동을 오랜 시간 하며 그런 팬 한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나는 성공한 인생이었구나 한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두산 베어스의 2015 프로야구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페스티발에서 이현승(왼쪽)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잠실 |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향후 지도자로서의 계획에 대해 이현승은 “아직 활동 계획은 없다. 지도자를 하기에 나는 많이 부족하다. 아직 그런 길은 생각해 본적은 없다. 그러나 기회가 온다면 공부를 많이 하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일단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현승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671경기 827.2이닝, 47승 44패 89홀드 56세이브, 평균자책점 4.47이다. 두산과 한국야구를 오랜 시간 지켜본 팬이라면, 그가 등판할 때의 든든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세운 포스트시즌 44경기 등판 기록은 역대 2위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44경기 3승 1패 5홀드 4세이브 40이닝 평균자책점 1.58이다. ‘가을현승’이었다.
et16@sportsseoul.com
두산 이현승이 지난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두산과 삼성의 경기 7회초 무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면서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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