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무아지경..."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는 '이 증상'

무언가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주위 소리가 들리지 않던 순간을 경험한 적 있으신가요?

그럴 때면 내가 사라지는 경지, ‘무아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취미를 즐길 때, 운동을 할 때, 우리에게 가끔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다르게는 ‘몰입’이라고 부르지요.

몰입의 순간에는 ‘나 자신조차 잊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몰입의 즐거움》으로 잘 알려진 칙센트미하이는 그의 한 저술에서 말합니다.

“명상이나 몰두에서 얻을 수 있는 몰입감. 자연스럽게 이 상태에 이르면, 어떤 면에서 자의식이 없는 상태가 된다. … 우리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설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뇌과학자들은 이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몰입의 순간, 정말로 ‘나’는 사라질 수 있다

뇌과학 역시 ‘나는 누구이며, 무엇으로서 존재한다’는 감각, 곧 ‘자아’에 관하여 오랫동안 탐구한 결과, 놀라운 답을 내놓습니다.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는 섬엽피질, 측두정엽, 내측 전전두엽 피질 등 뇌의 다양한 기관과 연관됩니다. 하지만 ‘자아’를 단독으로 구성하고 유지하는 뇌 기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뇌에서 ‘자아’ 혹은 ‘나’로 따로 분류되는 정보를 만들지도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자아’란 다만 몸과 기억, 의식과 정서 등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일련의 신경 프로세스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몰입의 순간 경험하는 자의식의 상실도 뇌과학적으로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칙센트미하이의 또 다른 문장에 뇌과학자들은 깊이 동의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우리 자신에 관해 생각하며 보낸다.”

‘자아’에 도전한 뇌과학, 새로운 세계를 열다

오늘날 대체적으로 신경과학, 뇌과학은 ‘자아가 허구’라는 입장에 동의합니다. 동시에 ‘자아’를 형성하고 경험하는 원리는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자아라는 난제에 대한 과학의 도전은 우리를 더 먼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 덕분에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때 사용하는 뇌 부위가 미래를 사고할 때도 쓴다는 사실과, 기억이 우리의 서사적 자아를 만드는 과정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한편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조현병을 자아의 관점에서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이 질환을 보다 섬세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을 발견합니다.

유체이탈이라는 섬뜩한 경험을 탐구하며 우리는 뇌가 일종의 ‘예측기계’로서 실제 지각과 예측된 신호 간의 오차를 통해 ‘몸’과 ‘나’를 지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이제 ‘자아’는 두꺼운 철학책 속 추상적인 숙제에서, 우리의 일상과 불가분한 주제로 가까워졌습니다. 어쩌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고정된 나, 하나의 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식과 자아, 기억의 세계를 탐구하는 오늘날의 뇌과학은 우리를 어떤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 줄까요?


“우리는 ‘나’를 찾는 여정을 결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뇌과학이 밝힌 인간 자아의 8가지 그림자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