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율우 VS 세종·BMKL·화현… 고려아연 ‘쩐의전쟁’, 장외전도 치열
이 기사는 2024년 9월 23일 13시 0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법적 다툼도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최씨 일가가 MBK와 영풍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걸 시작으로 이번 주 자본시장법 위반·명예훼손 등 최소 6~7개 건에 대한 줄고소가 예정돼 있다.
최 회장 입장에선 법정에서의 장외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에 MBK가 고려아연 지분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최 회장 측이 배임 혐의 등 재판에서 승소한다면, 향후 MBK가 콜옵션을 행사해 영풍 보유 지분을 사 가는 등의 후속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유지청구를 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국내 1위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필두로 진용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전반적인 법률 자문은 김앤장이 맡고 있다. 조현덕(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가 전면에 나섰다. 조 변호사는 과거 SK홀딩스와 SK C&C 합병, NH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 등에서 자문을 맡은 바 있으며, ‘재벌들이 좋아하는 변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 회장 측과는 올해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작업을 도우며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앤장은 그동안 MBK파트너스가 굵직한 딜을 할 때마다 법률 자문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해왔다. 지난해 MBK가 구강 스캐너 업체 메디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했을 때도, MBK가 코웨이와 오렌지라이프를 매각했을 때도, MBK가 모던하우스와 DIG산업가스(옛 대성산업가스)를 사들였을 때도 뒤에는 김앤장이 있었다.
더욱이 이번 공개매수를 주도하고 있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김앤장의 M&A 자문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앤장의 이번 선택이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부회장뿐 아니라 박태현 MBK 대표 역시 김앤장에서 MBK의 씨앤앰 인수 자문 등을 담당했던 변호사 출신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MBK와 김앤장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보지 않는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김 부회장 자신이 김앤장 출신이기 때문에 빅딜 자문을 김앤장보다 잘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김앤장 입장에서도 MBK 같은 큰 고객과 절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앤장은 과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하이브를 대리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쪽에 섰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대리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현재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이 최 회장 측에서 법률 자문을 맡되, MBK를 겨냥한 소송은 직접 대리하지 않는 식으로 ‘불편한 관계’를 최대한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장형진 영풍 고문,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임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 사건은 법무법인 율우가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율우는 서초동에서 ‘친윤’ 로펌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을 대리해 승소한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법무법인 화우가 김앤장과 협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화우는 경영권 분쟁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여러 차례 두각을 드러내왔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 이수만 창업자를 대리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이끌었고, 앞서 2020년 한진칼과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한진칼을 대리해 가처분 기각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베이커맥켄지앤KL파트너스(이하 BMKL)에서 M&A 및 기업법무 팀을 이끌고 있는 이성훈 변호사는 이번에 MBK 편에 섰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종 출신 스타변호사로, JKL파트너스의 티웨이항공 투자, 외환은행의 론스타 투자 유치, 국내 대형 은행들의 합병 등을 맡은 이력이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9일 MBK의 기자간담회에도 직접 참석했다.
법무법인 세종도 MBK 쪽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은 이숙미(34기) 변호사를 필두로 경영권 분쟁 쪽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워홈 ‘남매의 난’에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을 대리했고,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를 둘러싼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 간 분쟁에서 민 대표 쪽을 대리하고 있다. 세종은 하이브와 법률 고문 계약을 맺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형 로펌이었기 때문에 민 대표와 손잡는 게 자유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외에 MBK와 영풍의 주식 공개매수 자문은 법무법인 화현이 맡고 있다. 화현은 지난해 글로벌 로펌 애셔스트와 합작법무법인 ‘애셔스트코리아’를 출범한 바 있다. 제강호·신경식 대표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IB 및 법조계에서는 다른 대형 로펌들의 선택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들 입장에서는 대기업 재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최 회장과 척지는 것도,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척지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무법인 율촌은 한화와의 관계가 끈끈하고 영풍 쪽 법률 고문을 맡은 적도 있지만 이번 고려아연 사건에서는 발을 빼고 있으며,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한쪽 편에 서지 않고 관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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