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훈장 막은 외교부 "일본 의식한 것 아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에 힘쓴 공적을 들어, 국민훈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훈장을 받기 직전 외교부가 이견을 내면서 없던 일이 됐는데요.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란 외교부의 말에, 인권위는 네 차례에 걸쳐 협의하자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양소연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일제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동원돼 강제 노동에 시달렸던 양금덕 할머니.
[양금덕/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다 하나도 안 잊어버려. 우리가 자발적으로 가? 길을 알아서 자발적으로 가?"
2022년 12월 9일 인권의 날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산됐습니다.
외교부 반대로 안건이 국무회의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훈장이 무산된 시점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일제 전범 기업이 아닌 국내 재단이 주게 하자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공개되기 한 달 전.
당시 외교부는 일본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조현동/당시 외교부 1차관 (2023.1.17)] "외교적 고려는 있지 않습니다."
서훈을 추진한 인권위와 외교부 간 사전 협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었습니다.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 (2023.2.15)] "서훈 수여 문제는 관계부처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명과 달리 외교부는 협의하자는 제안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훈장과 관련해 협의하자는 인권위의 네 차례 요청도 무시하다시피 했습니다.
모란장 수여가 무산된 사실을 알게 된 2022년 12월 5일, 인권위는 무엇을 협의해야 하냐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11일 뒤, 외교부는 향후 다시 모란장 수여가 추진되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동문서답을 내놨습니다.
해가 바뀐 2023년 1월 초, 재차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이번에 아예 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해 5월 2일 관계부처 회의와 10월 24일, 인권위 사무총장과 외교부 담당자 면담 때도 외교부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무엇을 협의해야 하는지조차 아직까지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상훈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끝난 사안이니 외교부와 협의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행정안전부도 인권위와 외교부가 협의만 하면 언제든 훈장 수여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재정/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만이 아니라, 모든 피해자들 그리고 국민마저도 상처를 입은 사안입니다. 재빨리 수훈 절차 재개해야 합니다."
외교부는 내부 검토 중이므로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양소연입니다.
영상취재:박주영 / 영상편집: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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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연 기자(sa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38682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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