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정상화 외치고 110억 엑시트…아티스트컴퍼니·이정재의 묘수

아티스트컴퍼니는 배우 이정재(왼쪽)와 정우성이 설립한 매니지먼트 회사다. /사진 제공=아티스트컴퍼니

아티스트컴퍼니와 이정재 사내이사가 자회사 아티스트스튜디오(옛 래몽래인) 지분 일부를 스튜디오지담에 매각한다. 최근 2년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굳힌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결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거래를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 유치와 책임경영의 연장선으로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시가 대비 3배가 넘는 매각 단가와 의결권 공동보유 약정, 거래 상대방의 기존 투자 이력 등을 고려할 때 투자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 거래로 해석하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가 3배 프리미엄에 엇갈린 시선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티스트컴퍼니는 보유 중인 아티스트스튜디오 주식 40만8345주(지분율 4.08%)를 스튜디오지담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정재 사내이사도 개인 보유 지분 40만8345주를 매각한다. 두 거래를 합산한 매각 규모는 총 81만6690주(8.16%)로 거래 금액은 110억원에 이른다.

거래 배경을 이해하려면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티스트스튜디오는 같은해 3월 29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아티스트컴퍼니(당시 아티스트유나이티드)가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해당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 권익을 침해했다며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아티스트컴퍼니는 2년 이상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올해 4월 서울고등법원이 항소를 기각하면서 분쟁은 종료되는 수순이다.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신주 발행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당시 아티스트스튜디오 관계자는 "이제는 법적 분쟁보다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아티스트컴퍼니와 이정재 이사는 보유 지분 일부를 스튜디오지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매각 단가다. 거래 단가는 주당 1만3469원으로, 이사회 결의 당시 종가인 4050원 대비 3.3배 높은 수준이다. 항소심 승소 직후 기록한 단기 고점 6240원과 비교해도 2배를 웃돈다.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최근 실적 흐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준의 프리미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419억원에서 2024년 273억원, 지난해 146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74억원, 150억원, 4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실적과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콘텐츠 제작업 특유의 불확실성과 흥행 의존도를 고려하면 시가의 3배를 웃도는 가격은 단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회사는 시장가격과 거래가격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일반적인 장내 거래가 아니라 의결권 공동보유 약정을 수반하는 지분 거래"라며 "외부 회계법인의 평가를 기반으로 지식재산권(IP), 콘텐츠 제작 역량,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 가격"이라고 밝혔다.

책임 경영인가, 엑시트인가

아티스트스튜디오 3개년 실적 /그래픽=최종원 기자

회사는 이번 거래를 책임 경영 강화 차원으로 평가했다. 통상적인 경영권 거래에선 최대주주만 별도의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티스트컴퍼니와 이정재 이사의 동일한 조건 매각으로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티스트컴퍼니와 이정재 이사는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있다. 아티스트컴퍼니의 최대주주가 이정재 이사(지분율 27.1%)와 배우 정우성 씨(10.99%)인 만큼, 아티스트컴퍼니와 이정재 이사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다른 쟁점은 자금의 흐름이다. 거래 규모 110억원 가운데 55억원은 아티스트컴퍼니로 유입되고, 나머지 55억원은 이정재 이사 개인에게 귀속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책임 경영보다는 대주주 측의 엑시트 성격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책임 경영을 이행하려면 유상증자나 자금 투입, 자기주식(자사주) 매입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반면 이번 거래는 구주 매각 방식이 채택되면서 아티스트스튜디오 내부로는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다. 외부 매각을 통해 개인과 모회사가 현금을 회수하는 구조에 대해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대상회사(아티스트스튜디오)의 운영자금 조달 목적의 증자가 아닌 보유 자산의 지분 거래"라며 "신주 발행(유상증자) 여부로 책임 경영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확보한 자금은 단순 회수가 아닌 핵심 사업 및 신규 사업 추진 재원으로 전액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재편 포석…성과 증명 과제

/그래픽=최종원 기자

스튜디오지담과의 계약 이력도 눈길을 끈다. 자본금 1억원 규모의 제작사 스튜디오지담과 매일방송(MBN)은 지난해 4월 아티스트스튜디오 교환사채(EB) 인수를 통해 112만5000주(지분율 11.25%)의 잠재 지분을 확보하며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했다. 여기에 81만주의 구주 인수가 더해지면서 아티스트스튜디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은 스튜디오지담 측으로 기울게 됐다.

회사 측은 기존 사업 전략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는 매니지먼트(아티스트컴퍼니)와 콘텐츠 제작(아티스트스튜디오)을 결합한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현재 '재벌집 막내아들 시즌2' 공동 제작 등을 진행 중이며 콘텐츠 가치사슬 강화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실행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아티스트컴퍼니와 아티스트스튜디오 중심의 내부 수직계열화가 강조됐다면, 향후 방송사와 제작사 등 외부 사업자까지 연결하는 협력 구조로 외연을 넓힐 전망이다. 스튜디오지담·MBN과 협력을 강화하는 구조는 제작·편성·유통을 포괄하는 새로운 사업 구조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다만 최대주주 측이 적자 자회사의 경영권을 분산시키고 보유 지분을 대거 현금화했다는 사실은 남아 있다. 2년의 법적 분쟁 끝에 경영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던 행보가 결과적으로 엑시트를 위한 교두보로 활용됐다는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사측이 공언한 전략적 시너지와 신규 사업 투자가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실질적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는 "아티스트컴퍼니의 IP·브랜드 역량과 아티스트스튜디오의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검증된 파트너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사업 실행력을 높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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