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끈 길이 조절하는 曰모양 고리…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4. 10. 26. 07:45
[그거사전 - 41] 가방끈 길이 조절하는 네모난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왈자고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방끈 위를 왈왈 지나갑니다. [사진 출처=이베이]](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7/mk/20241027071803207zjvx.png)
명사. 1. 왈자고리, 왈자 조리개 2. (美) 트라이 글라이드 버클, 웨빙 슬라이드(webbing slide) 【예문】왈자고리가 깨지는 바람에 가방이 무릎까지 내려온다.
왈자고리다. 말 그대로 한자 가로 왈(曰)을 닮은 고리다. 가방끈 길이를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데 쓴다. 왈자고리에 가방끈을 통과시킨 뒤 끈이 두겹으로 겹치는 부분을 늘이거나 줄이는 원리다. 가방 외에도 반려동물 하네스, 브래지어, 물안경, 총기 끈 등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트라이 글라이드 버클(tri-glide buckle) 혹은 트라이 글라이드 슬라이드(tri-glide slide)라는 복잡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 생활권이라서 다행이다.
트라이와 글라이드 사이에 하이픈(-)을 빼먹으면 왈자고리 사려다가 할리데이비슨의 3륜 오토바이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Tri Glide™ Ultra)를 구매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작대기 하나 빠졌을 뿐인데 가격이 90원(소매가 기준)에서 7500만원으로 뛴다.
![할리데이비슨의 3륜 오토바이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 왈자고리와는 무관하다. [사진 출처=할리데이비슨 코리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7/mk/20241027071804618jctn.png)
배낭·힙색 등에서 왈자고리보다 본격적으로 가방끈 길이를 조절하는 고리가 있다. 왈자고리에 가로줄이 하나 더 추가된 형태다. 하단의 손잡이를 살짝 들어 올리면 끈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놔두면 장력과 마찰력에 의해 단단히 고정된다. 가로줄이 여러 개 있는 형태가 사다리를 닮은 점에 착안해 래더 락 버클(ladder lock buckle), 국내에서는 래더락이라고 부른다. 기왕지사 왈(曰)자고리 작명하는 김에 목(目)자고리라고 이름 붙이면 어땠을까 -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래어 규범 표기 용례를 따르면 ladder lock은 래더로크나 래더록으로 표기하는 게 옳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주로 래더락, 레더락 등으로 부른다. [사진 출처=플라스틱 랜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7/mk/20241027071806019yokg.png)
이외에도 가방과 끈을 연결하는 알파벳 D 모양의 고리는 D링이라고 한다. 열쇠고리 따위의 끝에 달린, 안으로만 여닫을 수 있는 고리는 카라비너(Carabiner)다. 원래는 암벽을 등반할 때 밧줄을 통과시키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장비다. 사용이 간단하고 빠지지 않아 일상에서도 많이 쓰인다. 국내에서는 ‘개고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쉽게 열 수 있는 고리라는 점에서 착안해 열릴 개(開) 자를 앞에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자 생활권이라서 다행이다.
카라비너도 명명(命名)의 과정이 파란만장하다. 출발점은 가볍고 총신이 짧은 소총을 뜻하는 카빈(carbine)이다. 카빈총의 어원은 프랑스어 카라빈(carabine)으로, 역시나 마찬가지로 경기병(carabin)이 사용하는 총신이 짧은 소총, 기병총(기총)을 뜻한다. 카라빈이란 단어가 독일로 넘어가면서 카라비너(karabiner)로 바뀌었다.
![카빈총과 카라비너는 생각보다 인연이 깊다. [사진 출처=공공 저작물·기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7/mk/20241027071807449ffle.png)
문제는 다음부터다. 이후 독일어의 합성어 체계 덕분에 카라비너하켄(Karabinerhaken)이란 단어가 생겨나는데, 이는 기병총을 뜻하는 카라비너와 ‘갈고리로 고정시키다’ ‘갈고리 모양으로 걸치다’를 뜻하는 하켄(haken)이 합쳐진 것이다. 나치의 ‘갈고리 십자가’ 하켄크로이츠할 때 그 하켄이다. 카라비너하켄은 소총에 달린 고정용 갈고리, 즉 한쪽이 열리게 돼 있는 총기멜빵끈고리를 뜻한다. 뜻풀이는 총기멜빵끈고리였지만,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프로이센의 베를린 소방대는 카라비너하켄을 화재 현장 및 인명 구조 현장에서 활용하기도 했다.
1860년대 카라비너하켄이 독일 국경을 넘어 영국·미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하켄은 생략되고 카라비너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탄생한 영어 단어가 바로 등산할 때 사용하는 안으로만 여닫히는 고리, 카라비너(carabiner) 되시겠다.
독일어권 입장에서는 등산용 고리 이름이 난데없이 소총인 셈이니, 퍽 당황스러울 것 같다.
![굴곡진 명명의 역사를 지닌 카라비너. [사진 출처=Nikolay Vasiliev, unsplash]](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0/27/mk/20241027071807731vthe.jpg)
- 다음 편 예고 : 포도나 넝쿨장미 덩굴 걸쳐서 올라가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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