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지만 MZ입니다] 우리 애는 안 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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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마냥 곱진 않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그만한 사전이 없다. 없는 정보가 없는, 노다지 같은 공간이다. 전국 단위부터 지역, 동네까지 세분화된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요즘 엄마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아기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거 안 해도 아이 키우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쫀쫀하고 탄탄한 정보가 거기에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나 배울 법한 기저귀 발진과 태열 잡는 법, 트림 잘 시키는 꿀팁부터 전문의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각도법으로 판단하는 초음파 태아 성별까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이들이 전문가였다. 물론 모든 정보를 믿을 수는 없고, 여느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에 해로운 거친 말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취사선택을 거치면 될 일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궁금증이 있을 때면 스마트폰 앱을 열었다.
아이와의 첫 산책을 앞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4월, 봄볕은 따뜻했지만 싸늘한 공기와 큰 일교차로 겨울 점퍼를 정리해야 할지 고민되던 참이라, 다른 엄마들의 선택이 궁금해졌다.
어른이야 조금 춥거나 더워도 대수롭지 않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기초 체온이 높은 반면, 체온 조절을 스스로 할 수 없어 부모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더 까다로운 건 모든 아이의 체온이 같은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 성인보다 기본 체온이 높지만 아이마다 편차가 존재했다. 100일을 갓 넘긴 내 아이는 조금만 울어도 목덜미와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집안 공기가 싸늘한 때에도 아이는 갓 구운 고구마처럼 뜨거웠다.
두꺼운 옷 한 벌을 입히기보다는 얇은 옷을 겹겹이 입히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하나씩 벗기거나 더 입혀주는 편이 현명하겠다고 판단한 이유였다. 서칭으로 또래 엄마들의 조언을 꼼꼼히 참고해 아이의 옷차림을 완성했으니, 이제 외출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나의 잘못은 아이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뒤에 일어날 일들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선배 엄마들, 그러니까 이전 세대 엄마들은 아이의 옷차림에 걱정 어린 잔소리를 보냈다. "애 춥다!" 외출할 때마다 각각 다른 어른들이 내 아이에게, 정확히는 엄마인 내게 "춥다!"고 했다. 내의와 외출복, 환절기용 아우터를 입혀도 어른 눈에는 벌거벗은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한여름에도 "그래도 아기는 맨살이 보이면 안 된다"며 언성을 높인다. 반바지를 입힌 탓이었을까, 양말을 신기지 않았다는 이유였을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도 아이에겐 다른 옷차림이 필요했던 걸까. 커뮤니티에서 익히 읽었던 '애 춥다'를 실제로 겪으니 아찔했다. 같은 고민을 두고도 여러 해석과 해결 방법이 존재하는 게 육아가 아니던가. 모두가 아이를 춥게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하니, 뭔가 잘못된 것만 같았다. 난 아이를 춥게 한 엄마였나?
나는 여러 명의 자식을 악착같이 키워낸 옛 엄마의 지혜를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요즘 엄마다. 하지만 내 아이를 춥게 키우고 싶은 부모는 아니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면 영유아에게 적합한 실내 온도는 21~22도, 습도는 40~50%다. 온도 조절에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태열이 생기고, 습진으로 고생한다. 가장 무시무시한 건 과열이 뇌의 자율 조절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위험 요소라는 점이다.
선배 엄마들은 아기들의 손발을 만지며 "애, 춥다!"를 외치지만, 손과 발은 차가울 수 있다(목덜미나 등으로 체온을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그렇다면 옛날 엄마들이 잘못된 육아 방식을 고수했을까? 그것도 아니다. 과거엔 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아기를 키워야 했으니, 아이를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매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실내 온도와 습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니, 두껍게 입히지 않아도 될 뿐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빌려 정리하자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아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우리는 서로의 경험만을 내세우며 정답 찾기를 하고 있던 게 아닐까.
글쓴이 이보미
본업은 기자, 부업은 육아. 슬하에 2024년생 아들을 둔 MZ엄마다. 저출생 시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시선이 곱지않은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하루하루 깨달아가는 초보 엄마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맞춰 엄마로서 성장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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