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가 '다시보기' 날린 이유, 'N번방 방지법' 때문이었다

인현우 2024. 2.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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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VOD 생성 중단은 금지행위" 트위치에 과징금
트위치 한국 사업 접게 한 '망 사용료 논란'은 결론 없어
트위치 로고. 파리=AP 연합뉴스
과징금 4억3,500만 원·과태료 1,500만원

27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는 온라인 생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다. 다시보기와 클립 등 과거 방송 재생(VOD) 서비스를 중단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정 명령은 트위치가 한국을 떠나면서 이유로 밝힌 '지나치게 비싼 망 사용료'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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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C] 그래도 트위치를 계속 볼 수밖에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2117110002191)

방통위는 23일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트위치가 2022년 12월 VOD 시청 서비스, 2023년 3월 VOD 생성 서비스를 중단한 것을 전기통신사업법 상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며 과징금 4억3,5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불법촬영물의 유통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함에도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과태료 1,500만 원을 내게 했다. 트위치는 "자체 필터링, 스트림 스캐닝 기술을 활용하고 노력을 기울였다"고 항변했지만 현장 점검 결과는 이와 달랐다는 게 방통위 측 설명이다.

특히 트위치가 VOD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가 일명 망 사용료 때문이 아니라 N번방 방지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불법 촬영물의 삭제와 접속 차단 등 조치를 해야 하는데 트위치가 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예 모든 VOD 제공을 중단해 버리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많은 트위치 시청자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 방송인의 방송으로 생성된 다시보기와 클립을 볼 수 없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회의에서 "트위치 측은 규제 기준 충족이란 명목으로 불법촬영 등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VOD를 차단해 목적에 비해 과다한 수단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규정 신설 후 2년이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무리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중단해 이용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화질 제한은 불법 아냐... '망 사용료' 진실 공방은 계속

트위치가 2022년 한국 방송의 최고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트위치와 통신업계 사이 뜨거운 감자인 망 사용료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방통위는 최대 화질을 1,080p(풀HD)에서 720p(HD)로 낮춘 것은 품질을 떨어뜨렸을 뿐 이용자 이익 저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지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비슷한 이유로 방통위가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 명령이 지난해 최종 패소로 없던 일이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별개로 방통위는 화질 제한의 원인으로 지목된 망 이용료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트위치가 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트위치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계약상 비밀 유지 의무 때문이다. 결국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트위치는 증거를 대지 않았고 방통위도 판단을 하지 않은 셈이다.

트위치는 지난해 12월 한국 사업 종료를 알리면서 "대부분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CEO)는 "방송 화질을 480p(SD)로 낮추거나 해외 망을 통해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게속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 역시 한국 이용자에 가짜 희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그 동안 침묵하던 통신사들은 트위치의 서비스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KTOA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트위치가 국내 사업의 매출, 영업이익 수준과 실제 지불하고 있는 망 이용대가 수준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수준이 우선일 것이나 지금까지 알려진 공식적 국내 매출은 2022년 21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트위치든 통신업계든 망 사용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밀유지계약(NDA)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진짜 원인은 경영난이었나?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1일 생방송을 통해 트위치의 대규모 해고와 사업 축소를 설명하고 있다. 트위치 캡처

KTOA는 트위치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멈추려 하는 근본 원인은 자체 경영 실패가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역시 2021년 990만 명에 달했던 트위치 스트리머 수가 2023년 700만 명으로 30% 줄었으며 수익 배분율 조정 등으로 이용자와 수익 감소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클랜시 CEO의 발언에서도 트위치의 실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확인된다. 올 초 500명 가까이 인력을 해고하면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장밋빛 성장 전망 때문에 불필요한 확장을 한 것이 회사 손실의 원인이라고 보기도 했다. 트위치는 최근 영국을 비롯한 4개국에서 구독료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또 수익이 높은 방송인에게는 수익 분배를 줄이고 낮은 방송인의 수익 분배를 늘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꿨다.

KTOA는 아프리카TV가 25%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달성하고 있고 네이버가 '치지직'으로 이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는 점을 들어 "트위치가 적자로 사업을 철수하는 것이며 망 이용 대가는 명분"이라고 주장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이탈로 인한 반사이익 효과가 일어나기 전인 2023년 연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까지 올랐다. 트위치가 아프리카TV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도 한국 시장에 밀착한 아프리카TV에 비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위치의 방송 커뮤니티 유지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VOD 서비스를 통째로 포기한 것 또한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일반적 사업 관점과는 동떨어진 행보다. 트위치는 "VOD 기능이 (트위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고 VOD 중단으로 이용자 수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국내 트위치 방송인들은 전체 방송을 녹화해 유튜브 등에 다시보기 용도로 재차 업로드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자구 노력'을 진행해 왔다.


아프리카TV 대 치지직, 승자는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웰컴' 방송을 통해 트위치와 아프리카 간 계정 연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 제공
네이버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 네이버 제공

트위치를 떠나는 한국의 방송인들이 택할 대안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아프리카TV와 네이버의 '치지직'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스트림차트의 집계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하루 총 시청 시간(모든 시청자가 방송을 본 시간)은 지난해 200∼300만 시간에서 올해 초 350만 시간까지 올라왔다. 완전히 빈 공간에서 출발하는 치지직은 평균 100만 시간 정도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트위치에서 아프리카TV보다는 치지직이 더 많은 시청자를 끌고 왔지만 아프리카TV가 이미 보유한 시청자 수를 포함해 전체 시장에서는 아프리카TV가 우위에 선 셈이다. 모바일 지표도 비슷한 분위기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각각 240만, 160만 명 수준이었다.

아프리카TV는 트위치 철수 선언을 기점으로 '패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자 인터페이스(UI)를 집중 개선해 '아프리카TV' 로고 워터마크를 삭제하고, 라이브 스트리밍 시차를 2초로 줄여 소통의 '실시간성'을 강화했다. 일부 방송인에게는 1,080p이던 최대 화질을 1,440p까지 끌어올리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해 말부터 심사로 검증된 방송인을 위주로 방송을 허용해 온 치지직은 19일부터 원하는 스트리머는 누구나 방송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개방했다. 아프리카TV 대비 부족한 채널 수를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스트리머에게 직접 지원하는 콘텐츠 제작비 20억 원과 △스트리머 참여 이벤트 △굿즈 제작 지원 △네이버 내 프로모션 등 30억 원을 더해 총 50억 원 규모의 스트리머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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